시(詩)가 우리 곁으로 온다. 매주 한편씩. 시보다 사람이 큰 시인 김수열. 제주 섬에서 나고 자란 그가 30여년 정들었던 교단을 떠나며 시를 담은 도시락(島詩樂)을 들고 매주 월요일 아침, 독자들과 산책에 나서기로 했다. 살다가 시가 된 제주 시인과 그들의 시를 김수열 시인이 배달한다. 섬(島) 시인들이 토해 낸 시(詩)가 주는 소박한 즐거움(樂)이 쏠쏠할 테다. 시 낭송은 시를 쓴 시인이 직접 맡고, 김수열 시인은 시 속에 살아 숨 쉬는 소리를 끄집어내 우리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가까운, 우리의 생각과 너무나 닮은 시인의 목소리로.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가슴을 든든히 채워줄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 산책’에 <제주의소리> 독자들도 함께 동행하길 기대한다. [편집자]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島詩樂) 산책](28) 바다 억새 / 홍경희
가을이면
온몸으로
바람이 되는 여자
눈 밑 다크서클
눈물을 감추고서
뒤축도 다 닳아버린
우울증을 앓는 여자
해초 줄기에서
탯줄 얻어 태어난
섬사람
그 운명이
바다를 찾아오듯
사라봉 절벽 앞에 와
억새꽃으로 피었다
바다 앞에 서면
제 가슴도 절벽이라
세간에 참았던 울음
파도 소리 풀어놓고
목쉰 채
부르는 소리
엄마- 엄마- 엄마야-
귀 기울이면 뿌리 타고
오르는 연물 소리
장단이 거칠수록
춤사위 너울 치고
끝끝내
굴절된 고통
어골문만 새기는
홍경희 :『제주작가』로 등단. 시집으로 『그리움의 원근법』이 있음.
제주의 여자는 다분히 운명적입니다. 파도에 실려 숨비소리인 듯 김수열: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어디에 선들 어떠랴』, 『생각을 훔치다』, 『빙의』 등이 있음. 제4회 오장환문학상 수상. |
* 시·시낭송 / 홍경희 시인
* 도시락(島詩樂) 배달 / 김수열 시인
* 영상 제작 / <제주의소리> 박재홍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