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미국 워싱턴 벚꽃 축제에 즈음해

▲ 벚꽃축제 준비중.
미국 워싱턴에 벚꽃이 피는 계절과 축제기간(3월25일~4월9일)이 돌아올 때마다 심한 가슴앓이를 한다.

친한 미국인들에게 "제퍼슨기념관 주위 및 조류연못(Tidal Basin) 둘레에 심어진 대부분의 벚나무는 '왕벚나무(학명은 Prunus X Yedoensis)'이고 일반적으로 '요시노 벚나무(Yoshino Cherry Tree)'라 불리며 1912년 도쿄지사가 워싱턴 주민들에게 3020그루의 벚나무들을 기증할 때 왕벚나무 1800그루가 포함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1965년도에 일본정부가 3800그루의 왕벚나무를 당시 존슨대통령 부인에게 선물하여 모뉴먼트(표현의 자유 상징 고탑) 주변에 심어 졌다"고 부연한다.

그러면서 물어 본다. 원산지가 어딘지 아느냐고? 좀 생각하더니 "일본 아니냐?"고 한다.

아니다.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한국에서 제일 큰 섬 제주도 한라산이다.

수긍을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흔든다. 해방 60주년 동안에도 헤아릴 수 없는 왕벚나무들이 일본의 국화라는 이유만으로 화냥목(還鄕木)이 되어 뿌리째 뽑혀지고 베어지고 천대 받고 친일의 상징 사꾸라로 지목 되었지만 대한민국 제주도 한라산 국립공원에서 고래(古來)로 부터 자생하고 있는 우리들의 꽃이요 나무요 문화이다.

   
 
 
워싱턴의 벚나무 소사(小史)를 보면 대한제국 1905년 2월 22일 일제의 독도 강탈 1년후 미국인 식물탐험가 데이빗 페어차일드 박사는 요코하마 원예원으로 부터 100그루의 벚나무를 수입하여 메릴랜드 체비체이스 본인 소유 언덕 땅에 시험 식재를 하였다.

성공을 거둔 1907년 페어차일드 박사는 체비체이스지역에 식재를 위해 체비체이스 랜드회사가 300그루의 동양 벚나무를 주문하게 했으며 한편으로는 워싱턴지역 에브뉴를 따라 벚나무를 심자는 홍보를 하기 시작했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 합병되기 1년전 4월 8일 퍼스트레이디 탯프트(Taft)는 일본에 거주하였던 관계로 벚꽃의 아름다움을 익히 아는지라 유명 화학자 다카미네 박사와 미드쥬노씨의 벚나무 기증을 받아들였다.

1910년 1월 6일 도쿄시의 기증으로 2,000그루의 벚나무가 디씨(DC)에 도착하여 19일 검역결과 병충해에 감염되어 28일 대통령 탯프트(Taft)의 승인하에 불태워졌다.

이 일로 외교의 퇴보와 유감표명을 미국무부로부터 받았다.

심기일전의 자세를 가다듬은 다카미네 박사와 유기오 오자기 도쿄시장은 3020그루의 벚나무를 기증하기로 한다.

1910년 대한제국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진 12월 벚나무들은 아라카와 강 계곡, 도쿄 교외, 그리고 접목시켜 키워온 벚나무들은 이타미 시, 효고 현등지에서 수집되었다.

1912년 2월 14일 요코하마항을 출항한 12종 3020그루의 벚나무들은 시애틀을 거쳐 3월 26일 디씨에 도착하였다. 3월 27일 퍼스트레이디 탯프트와 미주재 일본대사 부인 친다(Chinda)는 처음으로 왕벚나무(Yoshino cherry trees) 2그루를 조류연못(Tidal Basin)의 북쪽 강(Independence Avenue, SW)에 심었다.

지금도 이곳에 가면 100년을 넘겨 버린 왕벚나무와 일제 침탈을 증언하는 100여년의 전설을 간직한 두 그루를 볼 수 있다.(John Paul Jones statue at the south end of 17th Street)

NCBF(National Cherry Blossom Festival)는 일본 국민들이 미국에 우정의 선물로 기증한 벚나무들이 본격적으로 워싱턴지역에 식재되기 시작된 1912년부터 올해로 94회를 맞이했다.

하지만 아직도 왕벚나무의 원산지에 대해서는 무명 일본인의 혼종의 벚나무에서 기원하며 1872년 도쿄에 처음 소개된 후 오늘날 대부분 식재되고 가꾸어 지는 벚나무로만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 내에서는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발견된 적이 없으며 한라산 자생 왕벚나무가 강화도조약(1876)이전에 밀무역을 통해 도쿄로 전해져 간결 소박한 꽃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일본인으로 부터 가장 사랑 받는 벚꽃이 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1908년 서귀포에서 선교하던 프랑스 출신 신부 타크는 한라산에서 채집한 왕벚나무 표본을 독일 베를린대에 보내 한라산이 왕벚나무 자생지임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1999년 8월 분류계통학회 주최 영국 스코틀랜드 클라스고대(University of Glasgow) 컨퍼런스에서 김주환 교수(대전대, 영국 Kew대), 김연식 교수(고려대), MARK W. CHASE 교수(영국 Kew대)팀은 '왕벚나무의 계통발생(PHYLOGENY OF PRUNUS YEDOENSIS)'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여 분류학자들은 왕벚나무의 원산지에 관하여 많은 이론들을 가지고 주장하고 있지만 거기에는 지금까지 어떤 합의점도 없다고 하면서 첫째 접목잡종, 둘째 일본 IDZ 반도가 원산지, 셋째 한국 제주도 한라산이 원산지 등 3가지 가설을 상정 할 수 있다고 했다.

왕벚나무의 분류학적 문제점들을 명확히 알고 계통발생을 추적하기 위해서, 김 교수팀들은 형태학적 조사와 구조를 LM, SEM, RAPD, nrDNA등을 이용하여 실행했는데 왕벚나무의 이미 알려진 개체들 33가지를 찾게 된다.

이중에서 3개의 개체들은 이미 한라산에 자생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 결과를 토대로 김 교수팀은 첫째 왕벚나무는 한라산이 기원임을 확인했으며, 둘째 왕벚나무가 근친종끼리 접목했다는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으며, 셋째 왕벚나무는 독립적 진화론적인 역사를 갖고 있고 다른 벚나무 종들과 식별할 수 있으며, 넷째 올벚나무(Prunus Pendula)는 왕벚나무와 가장 가까운 종임을 주장했다.

벚꽃 축제시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 같을 것이다.

내 것이면서 내 것이 아니길 바라는 심정 그러나 당당해져야 한다.

한민족 역사상 세계 10대 경제규모의 국가를 건설 해본 적이 없다.

이 시대를 공유해서 살고 있음이 기쁘다.

화냥년(還鄕女), 화냥목(還鄕木), 환향도(還鄕島)를 만들어 낸 못난 조상들이 있었던 때도 있지만 국난을 맞이할 때 마다 들불처럼 일어서는 민초들의 애국심은 왕벚나무를 닮았는지 모른다.

잎이 나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이치는 큰 나무들이 잎사귀 나서 햇볕을 가려 후손을 볼 수 없는 사태를 방지하고 약자이기에 자손을 먼저 보려는 진화론적 이유임을 알기에 자연의 법칙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이제 해방 60주년 우리는 왕벚나무를 완전히 복권시켜 일본과 다른 주체적인 한국과 제주문화로 승화시켜 나아가야 한다.

올해 왕벚꽃은 유난히 고향 내 누이처럼 다가 올 것이다.

미국 수도 워싱턴거주 제주인 문기성

※ 워싱턴 왕벚나무 웹사이트방문하기(www.NationalCherryBlossomFestival.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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