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주요국들의 주식 및 외환시장이 불안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성장둔화, 두가지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마치 미지의 세상으로 들어서는 관문인 것처럼 그 문전에서 시장의 긴장이 극에 달했다. 중국의 경우도 중국이 홀로 경제성장의 견인차인 양 중국 내부의 불안이 중국 밖에서 더욱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채권시장이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채권시장 규모는 39조 달러에 이른다. 미국 GDP의 2.3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크기다. 흔히 주식시장을 걱정하지만 미국의 상장주식의 시가총액은 약 20조 달러로서 채권 시장의 규모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장기 채권일수록 손해가 커진다. 10년 만기의 경우 시장수익률이 1%p 상승하면 기존 채권의 시장가격은 액면의 약 8%가 날라간다고 보면 된다. 2013년 5월 양적완화의 테이퍼링(tapering) 가능성이 처음 거론되었을 때 가장 크게 동요했던 것도 채권시장이었다.

그 밖의 불안들, 예컨대 미국의 금리가 오르게 되면 그 동안 높은 수익률을 쫓아 신흥국 시장으로 이동했던 달러가 본토로 환류하므로 이들 신흥국들의 주식 및 외환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등의 걱정은 과대 포장된 감이 있다. 왜냐 하면 미국의 금리인상 폭이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금리가 오르면 달러가 강해지므로 캐리 트레이드(금리가 낮은 달러를 차입하여 금리가 높은 현지통화로 환전하여 자금을 운영하는 금융기법) 자금이 역류하면서 여러 나라들이 막대한 환차손을 입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탁상공론일 가능성이 크다.

채권시장의 손실은 불가피

과거 수 차례의 경험에서 보면 미국의 금리인상 직전 수개월은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로 달러가 크게 강세를 보이지만 막상 금리인상이 실현되고 나면 수개월 내에 달러 환율이 도로 하락하는 패턴을 예외 없이 보여왔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새로 주택 모기지를 받으려는 소비자들의 이자부담은 높아질 것이지만 더 크게 손해를 보는 측은 기존의 주택 모기지증권을 대량 보유한 기관투자가들일 터이다.

실물경제에 있어서는 실업률도 내렸고 소비자물가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 채권시장의 손실이 클지라도 그것이 실물경제의 손실로 연결되는 통로는 넓어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9월 17일에 금리인상을 보류할 이유가 없다.

중국의 경우는 어떤가? 최근 중국의 성장둔화는 그들이 경제성장 전략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피해 갈 수 없는 하나의 과정으로 보인다. 지난 고도성장 기간 중에 보였던 국제 원자재 가격의 폭등 또는 중국 주식시장의 호황도 이제 냉정을 되찾고 있다.

다만 중국이 시장에 개입하는 이유는 중국의 자본주의가 시장자본주의 이전에 국가자본주의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을 존중하되 급격한 변동은 될수록 완충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가부장적인 습성은 쉽게 버려지지 않을 듯하다.

지난 주말 터키 앙카라의 G-20 경제장관회의에서 비로소 확인된 것 중의 하나는 8월의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가 정부의 개입 때문이 아니라 정부의 개입이 잠시 중단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중국은 작년 하반기 이후 위안화 환율을 방어(위안화의 가치 하락)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각하고 위안화를 매입하는 시장개입을 해왔는데 그에 따라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작년 6월 말의 4조 달러에서 꾸준히 감소하여 현재 3조5000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 8월 한달 동안에만 거의 1000억 달러를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냉정 되찾고 있는 중국의 주가와 환율

무역수지 흑자국이면서도 환율이 시장의 공격을 받는 예는 드물다, 8월에도 중국은 예상을 뛰어넘는 602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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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
상하이 종합주가지수만 하더라도 지금의 3000은 작년 12월 수준이다. 금년 들어 한때 5000 이상까지 뛰었던 것이 진정되었을 뿐이다. 일부에서는 2500선까지 조정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것도 1년 전에 비해서는 약간 높은 수준이다. 큰 그림으로 보면 투자자들이 그 동안 반짝 벌었던 것을 조금 내놓는 것이다.

G-20 회의를 마치며 중국 중앙은행 총재가 던진 "중국의 환율과 주식이 이 정도에서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말의 여운이 강하게 남는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강력하게 개입하겠다는 뜻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

* 이 글은 <내일신문> 9월 9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 게재됐습니다. 필자의 동의를 얻어 <제주의소리>에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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