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허정옥 대표, 두세배 땀흘려 희망으로 거듭날 것

이 글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사장으로 취임한 신임 허정옥 대표이사께서 보내 온 내용입니다. 도민주로 출발했으나 만성적인 적자 속에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도민의 지원과 애정을 당부하는 허 대표이사의 기고와 그의 취임자 전문을 게재합니다.[편집자]
 
  우선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컨벤션센터의 대표이사 취임식에 1600만원이 넘는 예산을 낭비한 것이 아닌가’ 라는 모 신문기사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동의를 표합니다. 또한 지적하신 대로 전임 대표이사의 취임식이 조촐하게 치러진 점도 사실 그대로임을 인정합니다. 다만 이 자리를 빌려 당해기사내용에 빠져 있는 ‘왜 그렇게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고자 하는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 허정옥 컨벤션센터 대표이사
지난 3월 28일, 컨벤션센터의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제가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었을 때, 가장 먼저 제 귀에 들려온 소식은 컨벤션센터 직원들이 몹시 실망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태생적인 적자구조로 인해 그동안 주주와 도민들로부터 다양한 요구와 질책을 받아 온 직원들로서는 앵커호텔 건립을 비롯해 산적한 경영 현안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탁월한 리더를 기대해 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조그만 사립대학의 여자 교수가 결정되었으니 얼마나 실망이 컸겠습니까? 사실, 그들의 실망만큼이나 저의 염려도 깊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의 실망을 신뢰로 전환하고 마음을 하나로 모아 목표를 향해 매진케 할 것인가’ 하는 것이 급선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고민을 여러 관계자들과 나누었고, 취임식을 전략적 행사화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저는 매우 미약하고 무명한 존재이지만 제가 속해 있는 학회나 학교 등의 인적네트워크를 가동하면 다소 가능성을 심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취임식에는 모교의 총장님을 비롯해서 학회의 임원진, 기업체 CEO, 정치인, 행정가, 기관장 등이 참석했으며, 대포 및 중문동의 마을주민과 동창, 제자들도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저희 컨벤션센터의 고객이 되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실제로 저희들은 회의유치를 위해 정기적으로 컨벤션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취임식도 설명회 차원에서 진행하였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되는 것은 대포·중문의 마을 주민들이 어떻게 고객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저는 이 분들을 고객 이전에 주인이라 믿고 있습니다. 오늘날 컨벤션센터가 설 수 있도록 대대로 농사지어 오던  땅을 제공한 은인들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이분들에 대한 초대가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조심스레 추정컨대, 취임식 현장에서 설명회와 취임사 등의 행사 진행과정을 직접 지켜본 이들이라면 상당부분 저의 진심을 이해하실 수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취임식에 참석했던 많은 이들이 ‘회의를 하거나 유치를 도와야 하겠다’는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2005년도 매출액이 21억인 회사를 2010년에 100억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저의 다짐이 그들에게도 부담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날 취임식에 참석했던 다보스포럼 자문교수가 유엔관련 인사와 함께 엊그제 저희 컨벤션센터를 둘러보고 갔습니다. 이 예처럼 저의 취임식 행사가 예산 낭비가 아니라 투자가 되도록 해야 하는 의무와 사명은 저에게 있습니다. 그러기에 여러분이 걱정하는 것보다 더 조심스럽고 꼼꼼하게 예산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저 자신부터 비행기의 비즈니스석을 일반석으로 바꿔 타고 있으며, 공항을 오갈 때는 가급적 리무진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절약하되 고객유치를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컨벤션센터를 걱정하는 여러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문제가 무엇인지, 가끔 찾아오셔서 살펴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크고 작은 회의도 구경하시고, 저희 직원들에게 격려의 말씀과 사랑의 미소도 보내주시면 합니다. 그리고 인내와 믿음으로 저희들의 행보를 지켜보아 주십시오. 주인정신으로 남보다 두 세 배 더 땀흘려 제주관광의 미래이자 희망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여러분의 염려와 우려를 만족과 보람으로 바꿔나가겠습니다. 

취 임 사

   
 
 
  우선 이 시간, 제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시고 잠잠히 바라보고 계실 하늘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다음은 오늘의 저를 만들어 주신 지상의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 순간을 저와 함께하고 계신 여러분께 머리 숙여 고마운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이 자리에 대한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왜 이 자리를 맡아야 되는지, 그리고 저와 이 컨벤션센터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되물었습니다. 그리고 이틀 동안 그 답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시간 동안 제가 무슨 답을 찾을 수 있었겠습니까? 제가 할 수 있는 대답이란, ‘왜 좀 더 훌륭한 사람이 되지 못하였는가?’라는 되물음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런 답을 내놓았습니다.

“제가 이 컨벤션센터와 상관이 있다면, 이곳이 바로 어렸을 적에 땀흘려 일하면서 꿈을 키우던 고향땅이라는 사실입니다. 이곳은 ‘너배기’라 불리던 곳이며, 그만큼 땅이 평평하고 넓어서 대포마을 주민들이 생산하는 쌀의 2/3가 산출되던 생계의 중심지였습니다. 그 당시 우리는 동이 트면 밭으로 나가 일을 하다가 학교종이 치면 학교로 갔습니다. 그리고 학교가 끝나면 밭으로 와서 일을 하다가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는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 때를 떠올리며 제가 다른 사람과 달리 컨벤션센터를 맡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주인정신으로 남보다 두 배 이상의 땀을 흘린다는 것밖에 없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아마도 나다니엘 호돈이 쓴 ‘큰바위 얼굴’이란 짧은 소설을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이 소설 속의 사람들은 대부분 그 마을에서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사람이 태어날 것이라 믿었고, 주인공인 어니스트도 큰 바위 얼굴을 기다리고 기대하면서 자랐습니다. 어느 날, 아주 큰 부자나 전쟁영웅 등이 금의환향해서 마을사람들에게 큰바위 얼굴로 추앙받기도 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그들의 유명세나 영향력의 후광효과에 비추어 얼굴도 큰바위를 닮았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은 큰바위 얼굴이 아니었고, 평범하게 그 마을을 지키며 큰 바위얼굴을 닮아가고자 노력했던 어니스트야말로 진정 큰바위 얼굴인 것으로 종결됩니다. 그러나 어니스트는 끝까지, 자기보다 더 현명하고 착한 사람이 큰 바위 얼굴이 되어 나타나기를 기원하며 살아갑니다. 

  저는 바로 그 어니스트의 마음과 자세로 다음과 같이 이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의 대표이사 사장직을 수행해 나가려 합니다.

  첫째, ‘작은 일에 충성하면 큰 일을 맡기리라’는 소위 ‘디테일의 힘’의 원리대로 제 모든 열정을 이곳의 구석구석에 쏟아붓겠습니다. 매사에 진실과 정성을 다함으로써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의 씨앗이 이곳에서 열매 맺는 것들을 우리 모두가 기쁨과 보람으로 수확할 수 있도록 땀흘리며 노력하겠습니다. 

  둘째, ‘너의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소위 긍정의 힘을 믿고 희망의 닻을 높이 올리겠습니다. 실은 며칠 전 제가 이 컨벤션센터에서 맞이한 첫행사의 첫손님이 제주특별자치도설명회의 노무현 대통령이었습니다. 그 날따라 짓궂었던 날씨가 얼마나 화창하던지, 빛나는 하늘과 해맑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저는 이 대표이사직이 해피앤딩으로 이미 결론지어진 인생 드라마의 재방송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겪게 되는 고난과 어려움들도 종착역은 성공에 이르게 되는 열차의 간이역에 불과하다는 믿음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그 첫 행사에서 제가 맡은 역할은 행정부지사님 등과 함께 대통령을 현관에서 영접하는 일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행자부장관께서 컨벤션센터의 연간 매출액을 물었고, 저는 ‘약 100억 정도는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라고 답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사실을 확인해 보니 2005년말 기준으로 저희 컨벤션센터의 매출액이 21억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이미 선포한 100억원을 제 운명의 숫자로 여기고, 2010년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의 매출액 목표를 100억으로 설정하여, 해마다 배가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려 다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들의 현안인 적자 탈피를 위해 그동안 다양하게 검토되어 온 앵커호텔의 건립, 면세점사업의 운영, 기업구조의 개선 등을 우선순위에 따라 착실히 진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네가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이 세상의 황금률에 따라 고객감동의 서비스정신을 실천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컨벤션센터가 이 지역 서비스업의 대명사가 되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 교수님들의 강의시간에 마케팅 모델사례가 될 수 있도록 도전하고 혁신하며 성취해 나가겠습니다.

넷째, ‘남에게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그들을 섬기는 자가 되어라’는 섬기는 리더십으로 CEO의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말하자면 최근 기업계에서 강조되고 있는 겸손의 리더십을 통해 저희 직원과 고객, 주주와 이사님들을 진심으로 섬겨 이 분들을 통해 저희 컨벤션센터가 동업계에서 으뜸가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그동안 저희 회사의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혼신을 다 해 주신,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해 계시는 오광협 사장님을 비롯한 전 대표이사님들과 국내외적으로 역량이 알려진 송창우 이사님을 비롯한 모든 이사님들의 열정과 애정에 힘입어 발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다섯째, 어머니의 마음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2010년 100억원 매출액 목표를 향해 한결같이 매진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의 부드럽지만 더할 나위 없이 강인한 모성의 힘으로 직원들의 아픔과 애로를 감싸안고,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면서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서 성공하는 조직의 표상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종희 전사장께서 부탁하고 가신 ‘행복한 직장’을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상을 위해 이 자리에 함께 한 여러분들께 간곡한 부탁의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오늘 저의 취임식 앞에 붙어 있는, 사실상 오늘 행사의 주목적인 ‘컨벤션 설명회’의 취지가 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모임이나 회의를 이곳에서 기념적으로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곳을 지나가실 적에는 꼭 들어오셔서 격려의 말씀, 사랑의 미소를 언제나 변함없이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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