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2] (15) 삼승할망 본풀이4-삼승할망 콤플렉스①

동해용궁할망 이야기

1. 제주신화 연재를 다시 시작하며

▲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하로산당. ⓒ 문무병

달력은 2015년 9월을 넘기고 있다. 이제 적어도 100회 연재는 마쳐야 신화의 끝이 보일 것 같은 제주신화 담론 연재를 새로운 각오로 다시 시작한다. 지금까지 신화담론을 전개하던 차례대로라면, 『제주신화 2집』의 15회 분이 될 것이고, 대충 쓸 내용은 “제주의 신화담론 15-삼승할망본풀이 4-삼승할망 콤플렉스 1”이다. 다시 이전에 썼던 이야기들을 떠올려 본다.

삼승할망이 생명을 주는 태(胎)할망이란 이야기에서 너무 깊이 들어갔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내가 만난 ‘탯줄 이야기’ 때문이었다. 김영균·김태은 공저 『탯줄코드-새끼줄, 뱀, 탯줄의 문화사』를 읽으면서, 나는 많은 배움과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중요한 내용은 하나도 빠뜨리면 안 될 것 같아 “삼승할망과 탯줄 연구”의 깊고 넓은 열정과 사랑을 담은 그의 글을 필요한 만큼 퍼 나르면서, ‘탯줄’의 의미를 정리하게 되었다. 그렇게 ‘탯줄’의 확대된 의미 때문에, 헤매다보니 너무 원고가 대중적인 글쓰기에 벗어난 느낌도 있었는데, 이제 다시 ‘태 할망’ 이야기를 마무리해 본다. 

지금 우리가 앞에 했던 ‘태 할망’ 이야기는 ‘삼승할망’ 이야기다. 삼승할망은 아이를 이 세상(이승 此生)에 태어나게 하는 할망이다. 이 세상에 새로 태어나는 아이, 신생아(新生兒)를 ‘생불’이라 한다. ‘생불’의 ‘생(生)’은 ‘새로 태어난’의 뜻이고, ‘불’은 ‘불(=火)’, ‘불(=佛 새 생명)’이며, ‘별(=星)’의 뜻도 있다. 그러므로 ‘새로 태어난 아이’란 의미의 ‘생불’에는 ‘새로 태어난 불’ ‘새로 태어난 별’이란 뜻을 포함한 ‘새로 태어난 불(佛)’인 것이다. 태(胎) 안에 아기가 들어서게 하고, 새 생명을 낳게 하고, 태어난 아이를 길러주는 산육신(産育神), 삼승할망을 아기할망, 태할망, 생불할망, 불도할망이라 하는 뜻은 아이를 ‘생불’이라 부르는 의미와 여신(女神)을 ‘할망’이라 부르는 말들의 합성어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승할망을 불도할망이라고 부르는 데는 삼승할망의 영역, 신화에서 어떤 신이 어떤 일을 수행하는 나라(국, 땅), 예를 들면, 꽃의 신, 이공신 할락궁이가 꽃감관으로 있어 번성꽃, 환생꽃, 생명꽃, 웃음꽃, 멸망꽃 등 온갖 꽃을 키우고 관리하는 이공서천도산국이라는 나라이며 ‘서천꽃밭’인 것처럼, 신들의 영역, 신들의 세계, 신들의 나라를 말하는 “삼승할망이 아이를 열다섯 15세, 성년이 될 때까지 키워주는 땅”을 ‘불도땅’이라 하기 때문에, 삼승할망을 ‘불도할망’이라 고도 한다. 하늘나라의 모든 기능을 가진 신들은 신들이 나라(세계, 영역)가 있다. 그러기 때문에 삼승할망을 아이를 키워주는 불도땅의 최고신이란 의미에서 불도할망이라 하는 것이다.

아이의 나라는 삼승할망이 다스리는 불도땅이기도 하지만 삼승할망이 지켜주는 어머니의 태와 태를 끊고 세상에 나온 아이를 키우는 요람, 애기구덕이기도 하다. 삼승할망은 이 세상에 새로 태어난 별, 어린 별, 하나하나를 키워내는 ‘애기구덕’을 지켜주는 신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난 연재에서 태(胎)와 천․지․인을 이야기하며, 모흥혈(毛興穴)의 삼신인(三神人)과 우주의 배꼽론을 이야기했으며, 삼승할망과 ‘본향과 태 사룬 땅 이야기’까지 하였다. 삼승할망 이야기는 또 어떻게 이어나갈까를 고민하면서 불도땅, 또 하나의 저승, 아기의 저승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연재를 잠시 쉬었던 것이다.

‘삼승’ 현실세계이며 삶의 세계인 이승[此生]과 이상세계이며 죽음의 세계인 저승[彼生]이 아닌 또 하나의 세계, 삼승[三生], 아기의 이승과 저승, 성인 남자도 여자도 아닌 아이라는 미성년인 중성의 세계, 아기가 성인이 되기 전에 삼승할망이 보호 아래 놓인 제3의 세계가 ‘삼승’이며, 삼생(三生)이며, 삼승[三繩]이라는 것이다.

‘삼승’은 아기의 이승 불도땅과 아기의 저승 동해용궁 ‘구삼승’ 이야기 이다. 삼승은 아이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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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낳기를 비는 수룩춤. ⓒ 제주의소리

필자의 제주신화 읽기는 제주 사람들의 생활과 정서 속에서 완성된 굿법, 큰굿의 굿본으로서 본풀이, 그리고 본풀이에 나타나는 제주 사람만이 지닌 심리적 영적인 기재들, 본풀이에 나타나는 신들의 콤플렉스에 관한 관찰이었다. 그것은 신화와 제주사회, 신화에 나타난 제주정신이라는 제주인의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었다.

따라서 삼승할망 본풀이 4, 5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산육신(産育神)이 능력을 얻어 생불할망, 불도할망이라 부르는 ‘삼승할망’, 하늘나라 삼천천제석궁 ‘명진국 따님아기’에게 <꽃가꾸기 싸움>에서 패배하여 아기를 저승으로 데려가는 불행한 여신, ‘구천낭구불법할망’ ‘구삼승할망’ ‘저승할망’이라 부르는 ‘동해용왕 따님아기’ 이야기를 중심으로 고 진부옥 심방 본 <삼승할망본풀이>를 풀어나가면서 산육신(産育神) <삼승할망 본풀이>를 마치고, 이어서 차사본풀이, 명감본풀이, 지장본풀이, 문전본풀이, 칠성본풀이, 영감본풀까지 이어나가고자 한다.

다시 한 번  제주 신화의 문법을 생각해 본다. 이전 연재가 너무 어렵게 전개되고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며, 가능하면 어려워지지 말아야 하는데 신화 속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어 그 모두를 풀어보려니 힘이 부친다. 그리고 신화 속에서 신화마다 발견되는 콤플렉스를 체계화하는 것도 난문제다. 삼승할망 콤플렉스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2. 삼승할망 콤플렉스 (1)-동해용궁 따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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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무병

1) 불행한 여신, 구할망 동해용궁 따님아기
-구삼싱냄의 악심꽃 꺾음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난다.”는 새 생명[新生兒] 출생의 의미는 앞에서 ‘탯줄의 코드’를 따라 여러 가지로 풀이할 수 있었다. 여기서는 새 생명을 태어나게 해주는 여신 ‘삼승할망’이 될 수 없었던 불행한 여신(女神), ‘구할망’이라 부르는  ‘동해용궁 따님아기’의 할망콤플렉스를 통해 새로운 생명의 의미를 되짚어 보려한다. 그 불행한 여신 ‘동해용궁 따님아기’란 이름 앞에는 죽음의 숫자 9자가 붙어 ‘구할망’, ‘구삼승할망’, ‘구구할망’, ‘구천낭구불법할망’, ‘저승할망’이라 부른다. 결국 구할망은 삼승할망이 되지 못하고 “생명을 채 피우지 못해 죽어 아기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할망”이 되어버린 저승할망 ‘동해용궁 따님아기’이다.

동해용왕 따님아기는 <꽃가꾸기 경쟁(싸움)>에서 명진국 따님 아기에게 왜 패배했나? <삼승할망 본풀이>의 핵심 테마인 ‘꽃가꾸기 시합’은 두 미녀 신을 놓고 누가 더 아름다운가를 고르는 시험이 아니었다. 미인 콘테스트가 아니라, 천하일색이라는 두 미인을 놓고, 어떤 신이 더 인간적인가?를 물으며, “누가 더 새 생명을 잘 길러낼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시험이었다. 여러 조건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하늘옥황의 상제께서는 “서천서역국 개모살밭에 꽃씨를 심어 꽃을 번성을 시키는 자를 ‘아이를 받는 생불왕’ 인간불도 삼승할망으로 삼을 것”이라는 영에 따라 이루어진 삼승할망을 뽑는 시험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싸움은 두 미녀의 출신과 능력을 판단하는 싸움이지만 그 싸움의 이면에는 감추어진 상징체계, 문화계통, 완전한 생명을 지켜낼 수 있는 선신(善神)인가 생명을 지켜내기엔 부족함이 많은 악신(惡神)으로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서 폭넓게 관찰해 보아야 한다. 아름다운 여신의 얼굴에는 오색(五色)의 감정과 신바람이 있다. 그리고 <삼승할망 본풀이>라는 신화가 지닌 이야기의 가치, 신화의 스토리텔링까지도 생각하고 재정리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왜냐면 그것은 아름다운 두 미녀신이 가지고 있는 온기, 따뜻함에 대한 관심이며, 인간적인 모자람에서 신적인 완성으로 가는 콤플렉스의 관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동해용궁 따님아기’는 물의 신, 바다의 신(海神)이다. 그리고 삼승할망이 된 하늘옥황 ‘명진국 따님아기’는 천신(天神)이며 불의 신이다. 생불왕  인간불도 삼승할망이 될 수 없었던 “동해용궁 할망은 바다의 신이기 때문에 불의 ‘따뜻한 온기’를 가질 수 없고, 물의 ‘차디찬 냉기’를 가지고 있으니, 아이(생명)를 키울 수 없었지. 그것이 바로 용궁할망이 지닌 콤플렉스야.” 하며, 할망이 지닌 콤플렉스를 발견하는 것이 이글의 목표다.     

삼승할망 본풀이를 굿본으로 하여 이루어진 맞이굿, 큰굿 <불도맞이>에 등장하는 삼승할망(불도할망) 하늘옥황 명진국 따님아기는 큰심방이 송낙을 쓰고 붉은 관복 차림의 정장을 하고 손에는 동백꽃(번성꽃)을 들고 은주랑철죽대(지팡이)를 들고 제장에 등장한다. 반대로 구할망(저승할망) 동해용궁 따님아기는 소무가 초라한 차림으로 분하여 갈대꽃(악심꽃)을 손에 잡고 달달 떨며 등장한다. 불도맞이 굿에서 두 아름다운 신은 이승(불도땅)과 저승(구삼승), 선신과 악신 등으로 뚜렷이 전형화 되어 두 신의 세계를 대립 구분해 준다. 이를 도표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불도맞이에 나타난 두 신격의 전형화>

신의 나라

명진국(하늘)

동해용궁(바다)

신의 역할

삼승할망

구삼승할망

신의 영역

불도땅

구삼승

신의 이름

명진국 따님아기

동해용궁 따님아기

신의 세계

이승

저승

신의 복장

새 옷을 입은 화려한 복장

헌 옷을 입은 초라한 복장

상징하는 꽃

번성꽃(동백꽃)

악심쫓(억새꽃)

신격의 태도

善神 天神

惡神 海神

신의 위치(방위)

서쪽

동쪽

위 도표를 보면 삼승할망본풀이에서 두 미녀신의 선악미추와 성격방위 신통까지 애매하게 표현돼 하늘옥황 ‘명(命)을 길게 이어주는 나라’, 명진국의 따님은 <완벽한-선(善)신-불도땅-서쪽>에 있어 생명 차지의 신, 생불왕이 되었고, 동해용왕의 딸은 ‘어머니의 태에서 아이를 받는 법을 듣지 않은 채’ 세상에 와서 <미진한-악(惡)신-구삼승-동쪽>에 있어, 새 생명의 꽃을 피우지 못하고 저승으로 데려가는 불행한 신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정리가 되었다.   

그러면 하늘나라 ‘명진국 따님아기’는 누구인가?

“아기를 낳게 해주고, 아기를 잘 키워주는 삼승할망 ‘명진국 따님아기’의 아버지는 하늘, 어머니는 땅이다. 삼승할망 ‘명진국 따님’은 ‘삼날[三日]’ ‘생명의 날’ ‘세 번째 날’, 천간(天干)도 세 번째, 지지(地支)도 세 번째인 제3의 날, 병인년(丙寅年) 병인월(丙寅月) 병인일(丙寅日) 병인시(丙寅時)에 세상에 태어났다. 삼승할망의 수(數)는 3과 7, 삼승(三繩)과 칠성(七星), 생명과 장수의 수이며, 3과 7, 3×7=21 모두 삼승할망의 숫자다. 그래서인지 삼승할망(=3)은 일곱 살(=7)이 되니, 벌써 하늘과 땅의 이치를 다 깨우쳐 알았다 한다.

할망은 인간의 회임은 아버지 몸에 흰 피 석 달 열흘 백일, 어머니 몸에서 검은 피 석 달 열흘 백일에 이어 아홉 달, 열 달 기망(旣望) 준삭(準朔) 다 채워야 아이를 회임하고 낳는 법을 일곱 살이 되었을 때, 이미 다 배워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는 천지는 개벽(開闢)이 되었지만, 사람은 많이 살지 않을 때라 ‘명진국 따님’도 아직은 생불[아기]을 주는 삼승할망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공인된 삼승할망이 없었을 때였다. 할망보다 먼저 ‘동해용궁 따님아기’가 세상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2) 삼승할망본풀이(진부옥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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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망본풀이를 구송하는 강순언 심방. ⓒ 문무병

[9월 9일 구할망 탄생]
그때, 갑자년 갑자월 갑자일 갑자시(甲子時)에
동해용궁 황정승이 결혼을 하여 삼십 서른 살이 되고,
사십이 다 되어도 아기가 없어
하늘 옥황(玉皇)에 불공을 드렸더니,
옥황상제께서 영을 내리시길,
아기가 없으면, 절에 가서 수륙불공을 드리면,
아기를 회임할 수 있겠다 하였다.
황정승이 ‘동게남상좌절[東觀音上座寺]’에 가 수륙불공 드렸더니
황정승 부인 포태(胞胎)가 돼 신구월 초아흐렛날[九月九日]
아기를 낳았는데, 그 아기가 ‘동해용궁 따님아기’다.

[동해용궁 따님은 행실이 나빴다.]
이 아이는 나면서부터 행실이 나빴다.
한 살에 어머니 젖꼭지를 물어뜯고, 
두 살 되니 아버지 삼각수 수염도 거스르고,
세 살 때는 어머니께 돌을 던졌고,
다섯 살 되니 멍석에 널어놓은 날레도 흩어버렸다.
똥도 역부러 싸버리고, 오줌도 싸버리고,
여섯 살이 되니 밭에 파종 그르치고, 꽃잎도 따 버리고,
온갖 나쁜 짓을 많이 하며, 일곱 살이 되니
동네에, 일가에, 형제간에 불목을 시키니,
황정승은 옥황상제께 딸을 위해 등장을 드렸다.
옥황상제는 “그런 아기는 무쇠석함에 자물쇠 채워 
귀양정배를 보내버리라”는 영이 내렸다.
무쇠석함을 탁 채워 거기 들여앉혀 귀양을 보내려니,
동해용궁 따님애기 하는 말이,
아버님아, 어머님아, 나도 한 돌을 지키게 해야지
자식을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 하니,
어멍 아방은 딸의 말대답에 질리니까,
너는 무쇠석함을 열 때가 안 됐으니,
“임부노조 임박사 개탁”을 새겨서 동해바다에 띄울 테니,
그때가 되면 인간 세상에 나와서,  
인간불도 생불[아기]이나 줘 보아라 하였다.
어떻게 생불[아기]를 줍니까 하니,
아방 몸에는 흰 피 석달 열흘 백일하고,
어멍 몸에는 붉은 피 석달 열흘 백일로 유태를 줘
석 달만 넘어가게 되면,
옷에선 땀내도 나고, 먹던 밥에 냄새 잦고,
먹지 못해 가면 얼굴에 기미가 낄 것이고,
쌀밥에 뜬물내, 보리밥엔 골내, 조밥엔 세앙내,
물엔 펄내, 장국엔 장칼내, 옷엔 땀내가 난다는 말 들었지만,
어머니한테 아이를 해복해산 하는 법을 듣지 못한 체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때가 돌아오니,
임무노조 임박사는 동해용궁 황정승처럼 아기가 없으니,
석가산[釋迦山] 아래 불당을 설연하여 수륙불공을 드리다가,  
너무 피곤하여 잠간 바람을 쐬러 바다에 가 보니,
‘처녀물가’ 산호수[珊瑚樹] 상가지에
난데없는 무쇠석함이 걸려 있지 않은가. 
거기에는 “임박사가 열어보시오”라 씌여 있어
임박사가 열어보니, 귀신도 같고 생인도 같은
고운 아기씨가 앉아 있었다. 
“귀신입니까 생인입니까.” “귀신이 아닙니다.”
“성친땅[姓親]은 어디고 외친땅[外親]은 어딥니까.
동해용궁 황정승이 저의 아버지인데 
임무노조를 만나는 날이 오면,
인간불도로 들어서란 임무를 받고 왔다.” 하니,
자기도 아기 없어 수륙불공을 드리고 있는데,
인간 불도가 찾아 왔다니 기뻐서
동해용궁 따님을 모시고 아양안동 금백산을 올라가 
누룩으로 만리토성을 두르고,
바깥에도 만리성을 둘러놓고,
이제 한층 두층 팔층 집을 지어
상다락을 궁전같이 차려
할망이 앉으면 하루 백 명도 포태는 주었으나,  
열 달은 채우지 않고, 댓달 돼 가면 내워버리고,
일곱 달 여덟 달 된 아긴, 여덟 달 넘어 나면 살고,
여덟 달까지 채우지 못해서 내리워버리고 하니,
어멍 살면 아기 죽고, 아기 살면 어멍 죽고 하여
하나도 성공이 되지 않으면서도 동해용궁 할망은
임박사 부인에게 유태를 주고, 포태는 주었으나,
해산을 못시켜 인물 번성이 안 되니,
이거 참 사람을 살리려다 다 죽이게 되어가니,  
임박사는 옥황상제께 등장을 드렸다.

[하늘나라 명진국 따님아기]
옥황상제는 인간불도 자격을 갖춘 자가 있으니
하늘에서 내려드리겠다 하니, 그러면 내려주라 하니,
그땐 하늘옥황에서 만조대신 조회를 열었다.
조회가 열리고, 옥황상제 명전대왕이 이르는 말이,
인간불도로 들여세울 만한 자는 명진국 따님아기다.
그 할망으로 들여세워야 인간이 번성이 되지,
그렇지 않으면 인간 번성을 시킬 자가 없구나 하였다.
금부도사를 보내 명진국 따님아길 불러오라 하니,
저 올레로 보니 열다섯 십 오세 된 아기씨가 
올레로 와서 딱 엎드려 있었다.
엎드려 있는 명진국 따님아기에게 만조대신들은 앉아 있다가,
“얼굴을 들라”하여 얼굴을 든 모습을 보니,
정말 얼굴은 천하일색 미인이었다. 
명진국 따님아기가 얼굴을 이만큼 들고 하는 말이,
“저처럼 배우지 못한 아이를 어째서 오라 하셨습니까?” 하니,
그때는 만조대신들이 앉아서, 
“말하는 것만 봐도 인간불도로 내려서면 자손은 물론 
이제 인간을 번성시킬로구나. 가까이 들어오라”하니,
가까이 딱 들어가니, 
“너는 인간불도로 들어서서 자손을 번성시켜라”하니,
“저를 인간불도 할망으로 들여세우려면,
제가 요구하는 대로 행장을 차려주어야 합니다.”하였다.
“너의 요구를 말해 보아라”하니,
“처음엔 은씰, 은붓, 은가위, 은장도를 내어 줍서.
왼손에 환생꽃 내어 줍서, 오른 손에 번성꽃을 내어 줍서.”
“그러면 나의 행장을 차려줍서”
“뭣을 차려주느냐?”
“물명주 단속옷, 코제비 백능버선, 가막창신, 구슬든 겹저고리,
열두폭 금삼아치 홑단치마 내어 줍서.”  
“물명주 단속옷, 호양미 감투, 만삼 족도리, 네눈달린 꽃댕기,”
그리 다 내어주니, 아래로 소곡소곡 내려갔다.
옥황에서 인간세계로 내려서려면, 노각성자부다리,
할마님 생불다리로 일곱자 걸렛베, 한 석자 바라끈,
할마님 사용할 것은 모두 가지니,
할마님이 날 때에는 병인월 병인일 병인시,
삼진 정월  초사흘 날 낳지만,
할마님 인간세상에 행장을 차리고 내려올 땐
4월 초파일이었다. 절마다 등불 구경하며 내려오자
어디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북석자리 내어주다.]
어찌하여 울음소리가 나는가.
한 발자국을 드려놓고 바라보니 임 박사 부인이었다.
아무래도 스무 달은 배었던 모양이었다. 
밴 아기가 인사하고, 이렇게 소리할 줄 알고, 그래가니
막 그냥 생죽음을 하고 있었다. 
아기는 배안에서 바들랑 바들랑 해가고
어멍은 각각이 찢어지지도 않고 발겨지지도 않고,
나오진 못하고, 그렇게 하고 있자니,
할마님이 가서 보니, 배 안에서 아기가 온 유세를 다 해도
어멍은 죽을 상이 돼 있었다. 애라 안 되겠다 해서
그냥 확 벗어젖혀서 왼손을 탁 내놓고 아기 어멍 상 위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삭삭 쓸어가니까
밴 아기가 벌써 나오려고 머리를 도져 가는데, 
이리로 탁 피가 쏟아져 이슬이 내리고
아기 어멍은 죽억 살악 하고 있었다. 
할마님은, 우린 이런 자리에 못 앉습니다.
“내가 앉을 자릴 차려줍서.”  “어떤 자릴 택합니까?”
“북석자리를 마련해 주십서.” 하니,
눌 위에 가서 짚을 북북 파다 ‘북석자리’를 차려주니 
할마님이 벗어제쳐 두고 짧은 끈은 늦추고
늦춘 끈은 조이고 막 잦은 맥을 주어서  
아기는 막 나오려고 해가니까, 
할마니도 땀이 나고 아기 어멍도 방울땀이 나더니, 
‘펑’ 하고 그냥 안에서 아기방석(胎)은 오래돼 막 썩었지만,
아기는 종이끝을 벗지 않은 체 태어났구나. 
눈도 없고, 코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두렁박이 나왔구나.  
그래서 임박사네 집에서는
아기 몸 목욕을 시키려니
아기 어멍이 태를 못 내어 죽을 상이 돼 가니,
건지머리를 확 풀어서
아기 어멍 입에다 물려서 딱 당기니,
아기는 칵 하니, 아기태가 나왔다. 
그때 낸 법으로, 이제도 부처도 씻어서 먹이고
병원 안 가서 아기가 나오지 않으면,
남의 머리라도 해다가 입에 물리면,
차락하게 태갈라 나오는 법이 생겼다.

[착한 할망과 독한 할망]
할마님이 태갈라 눕히고, 치셋메 받고, 하는 말이,
이제 사흘 동안은 유모를 불러서 아무래도 이 아기
사흘은 돼야 젖줄을 돌리고,
아기 어멍 목욕을 시켜야 아기 젖을 먹일 거니,
유모를 정하고, 아기 어멍 숯 삶아 목욕 시키고
아기 젖줄을 돌리고, 젖꼭지 내어 아기 안고 젖먹일 때는
오른쪽엔 국사발, 오른쪽엔 밥사발 하여
처음에 안을 때는 이리로 머리를 해서 안게 되니,
사람은 대개는 귀퉁이가 틀어져 
열이면 열 아기는 한 귀퉁이가 틀어져 나왔구나.
아기 나 사흘째 되는 날은 ‘용궁 할망’이 날려들어,
어떤 년이 내가 포태를 준 내 자손을 해산 시켰느냐.
용궁할망은 궂은 할망, 욕심 많고 독한 할망이고, 
명진국 할마님은 마음이 순하니까 
할마님은 대답할 말이 없었다. 
인간에 불도(佛道)(삼승할망)가 없다 해서
만조대신이 조회를 열어 나를 인간불도(=삼승할망)으로 내세웠는데
왜 이렇게 모욕을 주십니까?
나는 남의 발등을 치려는 마음을 안 먹었는데
어떤 연유로 나를 여기 보냈느냐 하니,
철망도사(鐵網道使)를 보내 할망 둘을 체포해 가옵디다.

[꽃가꾸기 싸움]
동해용궁 할망도 명진국 할망도 잘도 고왔다.
만조대신도 옥황상제도
누가 더 낫다 지적할 수가 없어서 맘이 아팠다.
그래서 하는 수 없어, 꽃씨 한 방울씩 내어주고,
은수반(銀水盤), 큰 꽃다라를 내어주고,
여기다 꽃을 심어서 꽃이 번성하는 자로
저승 이승 구분을 한다는 영을 내렸다. 
그리하여 꽃씨를 내려주고, 꽃씨를 드리니까,
명진국 할마님 꽃은 막 번성이 되어
사만 오천 육백 가지로 번성이 되어,
동청목(東靑木) 서백금(西白金) 남적화(南赤火)
북흑수(北黑水)라 하여, 북으론 검은 꽃이 피고
한가운덴 오색가지 꽃이 피었다.
명진국 할망 심은 꽃은 그렇게 번성꽃이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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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망다리 추낌. ⓒ 문무병

[동해용궁 따님 저승할망 되다.]
동해용궁 할망 꽃은 가지는 4만 4천 4백 가지에
뿌리는 뻗어도 외가지 외송이로
아무리 꽃을 심어봐도 검뉴울꽃이 되니,
그땐 할 수 없어 옥황상제와 만조대신이 모여앉아
“너 동해용궁 따님 아기는 꽃을 번성시키지 못했으니,
할 수가 없다. 너는 저승법을 차지하고,
명진국 따님 아기는 인간 불도할망으로 들어서라.” 하였다.
동의용궁 할망은 너는 저승에 가
저승을 다스리라는 말에 화가 났다.
그래서 동의용궁 할망은 달려들어
명진국 할망의 꽃 상가지를 꺾어 가져가 버렸다.
용궁할망이 오도독 꽃을 꺾어가자
어질고 순한 명진국 할망도 화가 났다. 
“어쩌려고 내 꽃 상가지를 꺾어 가느냐?”
나는 저승 가면 붙을 데가 없으니,
죽으나 사나 저승가도 할망 뒤에만 따라다니겠다.
할망이 아무리 힘을 써서
어떤 집에 가서 아들을 낳아주던 딸을 낳아주던
나는 악착같이 따라다니며, 할망이 포태를 주며는
난 석 달 전에 물로도 아프게 하고, 귀로도 앓게 하고,
열 달 기망(旣望) 차기도 전에  유산도 시켜버리고,
난 아기 어멍 젖내에도 달려들어
아기 어멍에게 본병 괴병(怪病) 불러주고,
아기엔 급경(急驚) 만경(慢驚) 경풍(驚風) 경세(驚勢) 불러주고,
그냥 길 때까지, 역을 때까지, 열다섯 십 오세 전에
할망 아기에만 들어 반 시름을 하겠다 해서
두 할망이 막 싸우니 할 수 없어
동의용궁 할망은 저승으로 가고,
명진국은 할망은 이승 생불할망이 되었다. 
그러니 명진국 삼승할망 본(本)만 풀어서
할마님이 풀어지면, 아기를 잘 키워주는 것이 아니고
아기들에 조박거리고 경끼(驚氣)하고 하는 것은
동해용궁 할망, 바로 이 구삼승할망(=저승할망)이 들어서 하는 거다.
그러니 끝에는 할망상을 놓고 여기 빌어도 옆에 할마님 날은
그 할망, 용궁할망(구할망)이 나타나지 못한다.  

[구할망에 비는 날]
구할망에 비는 날은 초나흘(4일), 아흐레(9일), 열나흘(14일), 열아흐레(19일), 스무나흘(24일), 스무아흐레(29일) 한 달에 여섯 날이고,
[생불할망(삼승할망)의 제일]
할망제일은 초사흘(3일) 초일뤠(7일), 열사흘(13일), 열일뤠(17일), 스무사흘(23일), 스무일뤠(27일) 한 달에 여섯 날이고, 
[업게삼승(업저지 신)할망 날]
아기업저지 할망날은 초하루(1일), 초닷새(5일), 열하루(11일), 보름(15일)인데, 
그 할망에 사흘(4일)을 아길 위해 빌 때는 구할망이 범접을 못한다.
그러니 이레상(7일상)도 놓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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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승할망의 초라한 차림과 구할망차롱 1982년 하도리. ⓒ 문무병

[구삼싱 할망]
굿 안하면 구삼승(용궁할망) 상은 놓지 못하니
결국엔 삼승할망에 빌고 난 뒤에
부엌에 가서 먹는 밥이라도 놓고 하다 못하면,
아무 우럭 대가리라도 하나 차리는 체 해서
아기들 경끼(驚氣) 해서 파작파작하고 뭣한 아기는
구할망을 구분해 굿을 해버려야 아기가 좋다.
그러니 할마님 힘으로 아기를 못 견디게 하는 것이 아니고,
할마님 뒤에 그 용궁할망이 들어서 그 아기들에게
그 지랄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할마님에 우선 등장을 들어서
이런 것은 애초에 용궁할망을 범접하게 하지 말아서
미리 아기들에 신경을 써서 할망 제일
초사흘(3일), 초일뤠(7일), 열사흘(13일), 열일뤠(17일),
스무사흘(23일), 스무일뤠(27일) 한 달에 여섯 날은
할마님이 떠나지 말아서 잘 돌봐 주십사 비는 거지요.
용궁할망이 아기에 들어 그 나쁜 짓을 하지
할망이야 이녘이 내운 아기를 무사 아프게 합니까.
그래서 나중엔 용궁할마님을 갈라 버리면,
할마님이 그저 아무쪼록 열다섯 안에는
곱게 키워 달라고 비는 것이다.

[치셋메]
치셋메는 아기를 분만한 다음
아기의 생육(生育)을 관장하는 삼승할망에게
감사[致謝]하고 기원하는 뜻으로 방구석이나 벽 위에
차려두는 할망상에 올리는 메.
보통 생후 3일, 7일에 올리는 메.
치셋메를 올리는 상을 치셋상이라 하는데
치셋상에는 메를 세 개 올린다. 삼신(三神)이기 때문이다.
옛날은 본주가 삼신불도에 다녔을 때는 메를 하나 더 올렸다.
책불일월도 메 하나, 그렇지 않으면, 메는 세 그릇(3기)만 올린다.
심방은 종이 석장 상에 깔고,
거기에 쌀, 명실, 미역채, 미나리채도 놓지만,
고사리와 고기는 못 올린다.
삼불도를 공씨여리, 방씨여리, 석가여리라 하는 이도 있다. 
삼신 불도할마님 자손은 할망 자신이 포태를 주고
할망이 나오게 하니까, 흉험을 안 준다.

[구할망이 주는 병]
구할망이 들어서 아기를 아프게 하는데
아기가 태어나면 누운 산모 젖내에도 달려들어
산모에게 본병(本病), 괴병(怪病) 불러주고,
아이에겐 경풍(驚風), 경세(驚勢), 홍살(紅煞),
느진매[魔], 보뜬매, 급경(急驚), 만경(慢驚) 불러주고,
조금 앉을 만큼 크면 떠밀어버리고,
문지방을 넘을만큼 크면 자빠뜨려 버리고,
마당에서 놀고 있으면, 안 오를 데 오르게 해 떨어지게 하고
이렇게 구할망은  잡단지폐(雜斷之弊)를 일으키고
끝끝내 할마님이 내운 아기에 들어 나쁜 병을 주니
구할망이 낸 법은 없습니다. 없지만
구할망을 보내려면 닭도 한 마리 잡고 할망에 막 빌어놓고
구할망에게 아기 대신 닭을 가져가라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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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시인.
목숨 대신 닭을 구덕에 놓고, 쌀 놓고, 옷 놓고,
여러 가지 것을 놓고, 돈을 놓고 해서
구할망 구덕을 져서 나가라 하면,
할망이 은주랑 철죽대로 할망상에 가 빌고
구할망에 와서  옛날은 저 부엌 솥뚜껑에 가
당당당 연물소리 내면 여기 드러누워 안 가겠다면,
이 솥에 똥싸버려. 불붙여버리겠다며 막 인정을 받았다. /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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