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영화 ‘귀향’ 조정래 감독, 8일 메가박스 제주서 '상영제작기' 겸 관객 만남


‘일본군위안부를 알고 있나요?’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우리나라 국민들 대부분이 '알고 있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나 참혹한 고통을 당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초경도 시작하지 않은 어린 소녀들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일본군의 성노리개가 됐고, 병에 걸리거나 몸이 아프면 가차없이 목숨을 잃어야 했던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 

전쟁의 광기 속에서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위안부에 남아있었다”(고려대학교 정인기 교수)는 왜곡을 서슴지 않으며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은 실상을 생생히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13년이란 긴 준비과정을 감내한 영화가 있다. 거대 자본의 투자 없이 시민들의 작은 정성이 모여 제작한 영화 ‘귀향’이 제주프린지페스티벌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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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귀향 포스터. 사진제공=제이로엔터테인먼트. ⓒ제주의소리

# “영령들에게 밥 한 술 올리는 영화”
제주프린지페스티벌 프로그램인 ‘프린지시네마’는 8일 오후 7시 메가박스 제주에서 ‘영화 귀향 상영제작기’를 상영한다. 이날은 현재 마무리 작업 중인 귀향의 제작과정을 담은 20분 길이 영상을 보고 조정래(42) 감독과 대화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귀향은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간 할머니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다룬 극영화다.

1943년 꽃다운 14살 정민과 소녀들은 일본군에게 붙잡혀 목단강에 위치한 위안소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당하고 위안소에서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시간은 1991년으로 옮겨간다.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은경은 굿당에 머물면서 죽은 영혼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 그리고 정민의 혼백을 불러내게 된다.

영화는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과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일본군위안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재현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 속에 그것이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역사임을 상기시킨다. 

제작진도 영화에 대해 ‘타향에서 돌아가신 20만명의 억울한 영령들을 비록 넋으로나마 고향의 품으로 모셔와 따뜻한 밥 한술 올리는 영화’라고 소개하며 남다른 마음을 내비친다.

중견 배우 손숙 씨를 비롯해 쉽지 않은 역할을 수행한 배우들의 열연과 위안소 세트장, 전투신 등 당시 현장을 충실히 재현하기 위한 스케일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귀향은 조정래 감독이 2002년 ‘태워지는 처녀들’이란 그림을 만나면서 최초 구상한 작품이다. 실제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가 2001년 미술심리치료 과정에서 그린 이 그림은, 위안부 소녀들이 불구덩이에서 불타는 충격적인 장면을 그리고 있다. 위안부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강일출 할머니가 실제로 경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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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가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 그림. 강 할머니가 겪은 사실을 그대로 그린 것이다. 사진제공=제이로엔터테인먼트. ⓒ제주의소리
7일 [제주의소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 감독은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을 처음 대면한 순간에 대해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부끄럽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 잘 알지 못했다"며 “당시 일본군에게 끌려간 소녀들 가운데 돌아오지 못한 분들이 더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관련 자료나 증언집을 적극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 귀향 제작의 시작이었다”고 기억했다.


#의미있는 작품, 프린지페스티벌에서 미리 만나자
귀향이 만들어지는 매 과정은 험난한 여정의 연속이었다. 13년간 시나리오를 다듬었고 투자자를 찾지 못해 무려 4만명이 십시일반 모은 6억원의 제작비로 지난해 말부터 촬영에 착수했다. 

영화 취지에 공감한 대다수의 배우가 출연료를 받지 않는 등 도움과 격려가 이어졌지만 제작비 마련에 난항을 겪었다. 영화 스텝들이 사방으로 뛰며 비용을 마련한 끝에 지난 6월 22일 촬영을 마무리 지었다. 

귀향에 대한 관심은 해외에서도 뜨겁다. 7월 28일에는 6분으로 압축한 영화 영상을 ‘위안부 결의안 채택 8주년’ 기념식이 열린 미국 연방의회 레이번 의원회관에서 상영했다. 위안부 결의안 채택에 앞장선 마이크 혼다 의원을 비롯해 참석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현재 귀향은 올해 말 완성을 위해 CG, 음악 등 후반 편집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애초 8월 15일 광복절에 맞춰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투자·배급의 어려움으로 개봉 시기가 미뤄졌다. 귀향의 제작과정 속 감동적인 사연들은 포털사이트 다음의 뉴스펀딩 홈페이지(http://goo.gl/RBTWE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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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귀향의 한 장면. 사진제공=제이로엔터테인먼트.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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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귀향 제작진. 맨 윗 줄 가운데(안경 쓴 남성)가 조정래 감독. ⓒ제주의소리
이번 제주프린지페스티벌 프린지시네마에서는 영화 제작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과 함께 감독으로부터 직접 영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순서가 마련된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합창단의 가슴 따뜻한 사연을 소개한 조 감독의 2012년 작품 ‘두레소리’도 함께 상영된다.

조 감독은 “많은 국민들은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연에 슬퍼하고 안타까워하지만 실제 할머니들이 위안소에서 겪었던 사실을 정확히 알고 계시지 못할 것이다. 초경도 시작하지 않은 16살 소녀들이 말로 다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을 당했다”며 “지금도 나눔의 집을 꾸준히 찾고 있는데 할머니들은 늘 ‘우리 이야기를 후세들에게 많이 알려달라’고 말씀하신다. 명령이 아닌 도와달라는 당부이기에 더욱 가슴이 아프다. 다큐가 아닌 극영화를 선택했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애쓰면서 제작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국민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제주는 지난 작품 ‘두레소리’도 공연과 함께 상영한 곳이라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특히 4.3이란 역사적인 아픔을 겪은 장소인 만큼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아픔을 기꺼이 끌어안고 위로하며, 또 위로받으실 것이라 기대한다. 귀향이 제주에서 꼭 상영되길 바란다”는 소감을 남겼다.

영화 귀향의 상영제작기와 조정래 감독과의 만남은 8일 오후 7시 메가박스 제주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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