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주의 어·부·가](26) 아이와 소통할 준비 되셨나요?

 인류 역사 속의 성인(聖人)들은 한결같이 어린이는 곧 어른의 거울이라고 가르쳤다. 어린이가 갖고 있는 문제는 대부분 그 부모가 갖고 있는 문제점일 때가 대부분이기 때문. 어른 중심의 세계에서 어린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있는 불안한 존재이고, 그 가족은 마음의 길을 잃어 방황하기 일쑤다. 지난 2013년 [제주의소리]에 ‘오승주의 책놀이책 Q&A’를 연재했던 오승주 씨가 다시 매주 한차례 ‘오승주의 어·부·가’ 코너를 통해 독자들과 만나기로 했다. 최고(最古)의 고전 <논어>를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부르는 배움의 노래가 될 것이다. 이번 연재코너가 어린이·청소년을 둔 가족들의 마음 길을 내는데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편집자]  

동상이몽 테스트

한 가지 상황을 들겠습니다. 어떤 기분이 드는지 한 번 생각해보세요. 비가 내리는 날 우산을 들고 아이들과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습니다. 서너 살 된 아이가 아장아장 걸어서 차도로 걸어갑니다. 아스팔트를 넘어서 차도로 내려가려고 하네요. 차들은 물을 튀기며 거칠게 달리고 있습니다. 어른이 이 장면을 봤다면 두 말할 것도 없이 달려 가서 아이를 안을 것입니다. 여기서 부모라면 한 가지 행동을 더 할지도 모릅니다. 아이를 혼내거나 때릴지도 모릅니다. 부모가 크게 혼내는 이유는 다시는 이런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까요?

첫째 아이가 서너 살 정도 되었을 때 가족들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식당 안을 거닐다가 화분의 흙을 살짝 떨어뜨렸습니다. 그때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고, 아이는 서럽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이가 왜 서럽게 울었는지 공감하시나요? 아이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일을 이해하려면 아이의 마음이 되어보아야 합니다.

식당에서 화분에 흙을 흘림으로써 아이는 이미 큰 형벌을 받았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잘못을 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요. 혼나는 것을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울었다고요? 그건 어른의 생각입니다. 할머니가 아이를 바라봤을 때 아이는 벌을 받는 느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무서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본 것도 아닙니다.

한 노련한 부모님은 ‘자식이 큰 잘못을 했을 때는 벌주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아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부모들이 아이에게 아쉬워하는 말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아이의 독서에 한정된 것이지만 ‘동상이몽’을 잘 나타내 줍니다.

1. 아이가 책을 좀 읽었으면 좋겠는데 조바심이 나요.
2. 누가 속 시원하게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3.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게 좋지만 힘이 드네요.
4. 누가 내 아이에게 맞는 믿을 만한 독서 목록을 제공해주면 좋겠어요.
5. 아이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어요.
6. 그림책도 읽고, 자연관찰책도 읽고, 학습만화도 읽고, 아동문학도 읽고 골고루 다양하게 읽었으면 좋겠어요.
7. 내 아이가 책 읽는 태도와 습관이 마음에 안 들어요.
8. 아이가 책을 제대로 읽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만약 부모님들이 책에 대한 이해를 조금만 한다면, 아이가 책과 어떻게 친해지는지 조금만 관찰했다면 이런 반응은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책에 관한 이해의 차이가 이 정도라면 일상생활에서 상당히 많은 벽이 있을 것입니다. 가끔은 아이들과 서로 감정이 안 좋을 때가 있는데, 아이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경우였습니다.

한 번은 아이들이 지나치게 꾸물대는 바람에 유치원도 직장도 모두 지각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을 혼냈습니다. 아이들이 귀중한 아침 시간을 하염없이 낭비했지만, 그것은 저의 입장에서 해석한 것일 뿐이죠. 이것 때문에 아이들을 혼내거나 제재를 가하면 이해할 수가 없죠. 일곱 살 난 첫째 아이는 그날 저녁에 “아빠, 오늘 아침에 왜 우리한테 화냈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진심으로 궁금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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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처럼 한 가지 핵심에만 집중하라

어른들은 아이에 비해서 복잡합니다. 단순하다는 것은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부모들은 핵심을 놓칠 때가 많습니다. 공자의 학당에 찾아온 아이 중에서 평판이 안 좋은 이가 있었습니다. 공자의 제자들은 스승에게 그 아이를 소개해주기를 꺼렸습니다. 그렇다고 제 발로 찾아온 사람을 문전박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공자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핵심만 생각하라고 말했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붙잡지 않는다고 했는데 너무 야박하게 구는 거 아니냐? 어떤 사람이든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고 찾아왔다면 그 정성을 봐야지 그의 평판이나 내력 같은 자질구레한 점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 「술이」 편

아이들과 수업을 할 때 소음은 필연적입니다. 그게 아이들의 기(氣)입니다. 기죽은 아이처럼 보기 싫은 것도 없죠. 어른들은 아이들이 떠드는 상황 자체에 대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킵니다. 떠드는 내용이 무엇인지 한번 귀기울여보셨나요? 아이들이 허구한 날 본다는 휴대폰이나 게임이 어떤 내용인지 관심 가진 적 있나요?

놀이 수업을 할 때 저는 제게 관심을 갖는 아이들에 집중합니다. 아이들은 수업하는 곳에 의식을 하고 있죠. 재밌어 보이면 뛰놀다가도 조금씩 다가옵니다. 아이와 어른 사이에 구름처럼 벽처럼 산적한 동상이몽의 공기들을 말끔히 치우면 소통할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부책]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읽어야 할 그림책

매달 한 권씩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읽어야 할 그림책”을 게재합니다. 특히 아이에게 다가가고 싶은 부모님들은 꼬 읽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권 한 권 만지작거려봅니다.

7. 마들린드와 주네비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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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베멀먼즈 (지은이) | 이선아 (옮긴이) | 시공주니어 | 1994-03-01 | 원제 Madeline's Rescue

서양의 그림책에는 어린이와 소통이 안 되는 어른의 대립 관계, 그리고 이 둘 사이에 다리를 잇는 어른이 나옵니다. 마들린느와 주네비브가 전형적인 그림책입니다. 마들린느의 목숨을 건져 준 주네비브라는 개를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어른들은 아이들의 겉모습만 보면서 판단을 내리죠. 아이와 소통하는 어른은 아이를 오랜 시간 관찰하고 대화를 시도합니다.

어린이와 소통하는 어른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웁니다. 아이와 대화를 하려고 할 때 어른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림책 작가들은 어린이들의 모습을 무척 잘 파악해서 우리 아이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마들린느와 주네비브>를 읽으면서 아이의 마음도, 아이와 통하는 어른의 마음도 배울 수 있습니다.

dajak97@hanmail.net 앞으로 육아고민을 보내주세요. 자녀와 본인의 나이와 성별을 써주시면 가명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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