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병의 제주, 신화 2] (16) 삼승할망 본풀이5-삼승할망 콤플렉스②

서신국마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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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부옥 심방의 1986년 김윤수 심방집 신굿.

질병의 대란(大亂)과 호명정구(마마)

할망을 이길 수 없었던 불행한 여신, 동해용궁 따님아기 구할망이 생불할망이 될 수 없었던 이유, 할망 콤플렉스는 <꽃가꾸기 싸움>에서의 패배였으며, 그 결과는 승자는 이승 생불왕 삼승할망이 되었고, 패자는 저승 구불법 구할망이 되었다. 아기는 어머니의 태 안에서 36° 5′의 어머니의 온기를 받고 자란다. 명진국은 하늘 태양이 있는 불의 나라이므로 명진국 따님아기가 따뜻한 생명을 지키는 생불할망이 된 이치는 옳다. 동해용궁은 물의 나라이고 물은 아이를 씻을 수는 있지만, 키울 수는 없다. 동해용궁 따님이 생명을 키우는 꽃가꾸기 싸움에서 패배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렇게 용궁할망은 저승할망이 되어 불행했지만, 할망의 성장과정을 보면, 완벽하지 않아 인간적이다. 버릇없고 멋대로인 아이다움으로 보면 신이 아닌 인간이다. 천성적인 많은 나쁜 짓을 바로잡아 가는 과정이 아이가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동해용궁 할망이 겪는 생명과 죽음의 갈등은 달리, 마마신 서신국마누라의 갈등과 콤플렉스, 생명과 질병, 남과 여의 싸움은 또 다른 콤플렉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할망이 점지한 본 얼굴, 아버지 어머니를 닮은 얼굴은 왜, 마마신의 횡포에 의해 찌그러지고 뒤틀린 뒤웅박 얼굴로 변형돼야 하는가. 죽음에 이르는 병, 생명의 원리를 어긋나게 하는 질병의 대란을 생각해보는 것이 이글에서 그려보는 마마 콤플렉스, 서신국 대별상 이야기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없어진 굿 <마누라 배송>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미래의 전염병에 대한 경고를 담고 싶다.

서신국 대별상의 할망 콤플렉스, 마마신의 콤플렉스는 생불을 주고 환생을 주는 할마님이 만들어낸 아기의 고운 얼굴[=본(本)], “아방 몸에 흰 피 석 달 열흘, 어멍 몸에 검은 피 석 달 열흘, 아홉 달 열 달 준삭(準朔) 기망(旣望) 채워 태어난 아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본바탕을 닮은 본(本)을 받아 태어난 아이의 ‘고운 얼굴’을 그려내는 생불할망의 손길을 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마마는 없어졌다. 그러나 마마의 공포처럼 질병의 대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름 모를 전염병은 새로운 변형의 유전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것은 마마신이 주는 ‘호명정구’이며 뒤틀린 마음과 뒤웅박이 된 찌그러진 얼굴이다. 마마는 외국에서 들어온다. 마마는 태를 갈라 나온 아기의 얼굴을 공격하여 뒤웅박 얼굴을 만든다. 병이란 그런 것이다. 병을 이기고 어머니를 닮은 아기의 얼굴을 유전하는 ‘태(胎) 할망’, 삼승할망의 위대함은 여기에 있다. 

할마님의 자존심을 건 싸움

마마신 이야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불알 달린 사내’라 까불던 마마신이 할마님의 위용 앞에 무릎을 꿇은 이야기다. 어느 날 건방지다고 소문난 마마신 서신국대별상이 할마님이 고운 얼굴을 내려준 아기들에게 ‘호명정구(마마)’를 주려고 삼만관속(三萬官屬)과 육방하인(六房下人)을 거느리고 세상에 행차하고 있었다.

할마님은 대별상을 만나자 공손하게 부탁했다. “대별상님, 제 자손들에게 고운 얼굴로 호명하여 주십시오.” 그러나 대별왕은 거만하게 “여성이란 족속은 꿈에만 나타나도 사물(邪物)인데, 대장부 행찻길을 어찌 어지럽히는가. 우리와는 떨어져 물아랫길로 지나가거라.” 하였다. 할마님은 물아래로 지나가란 말에 화가나, “대별상아. 나에게도 한번은 굴복하고 사정할 때가 있을 거다.” 하였다. 그 뒤에, 할마님은 먼저 서신국의 부인에게 포태(胞胎)를 주었지만, 해복해산(解腹解産)을 시켜주지 않았다. 서신국의 부인은 해복을 못해서 죽을 사경이 되어갔다.

부인은 남편 대별상을 불러, “난 이제 다 죽게 되었으니, 마지막으로 생불할마님이나 청해 달라.” 하였다. 고개를 숙일 줄 모르는 건방진 대별상이었지만 부인을 살리기 위해 명진국에 들어가 할마님 앞에 부인을 살려 달라 애타게 빌었지만, 할마님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나를 너의 집에 청하고 싶으면, 대공단고칼로 머리 삭발하고, 한 침 질른 굴송낙 둘러쓰고, 두 귀 누른 굴장삼 둘러입고, 면보선 신은 체로 이 아래 와 엎드려 있으면 내가 가겠노라.” 하였다.

대별상님은 먼 올레 바깥에 가 노람지를 펴고 엎드려 이렛 동안을 밤 낮 주야, 모진 광풍이 불어도 그대로 엎드려, 눈보라가 몰아쳐 수염에 고드름이 서고 얼굴이 얼어붙어도,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그렇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놉드는(날뛰는) 시건방진 마마신 서신국대별상에게서 사과를 받은 할마님은 괘씸하고 섭섭하지만 너희 부인 해복해산 시켜주겠다 하였다.  “그만하면, 하늘 높고 땅 낮은 줄 알겠느냐? 뛰는 재주가 좋다 해도 나는 재주도 있다.” 더라고 충고해 주었다. 대별상은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예,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하며 크게 사과하였다.

할마님은 “나를 너의 집에 청하려면, 물명주 강명주로 서천강에 연다리를 놓으면 가겠노라.” 하였다. 대별상은 물명주 강명주로 서천강연다리를 놓았고, 할마님은 서신국에 들어가 할마님이 은길 같은 손으로 사경을 헤매는 서신국부인의 허리를 삼세번 쓸어내려 궁애문[子宮]을 열어주어 아이를 낳게 하여,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마마신 대별상이 죄목죄상을 징치하고, 아기(생불)를 안겨주고 ‘서천강연다리’를 건너가는 이야기이다.

아래 표는 생불을 주고 환생을 주는 할마님이 자손에게 준 고운 얼굴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 마마신의 오만과 횡포에 의해 어떻게 뒤틀릴 수 있는 가를 보여주고 있다.

<마마신 서신국마누라 콤플렉스의 형성>

신의 나라

명진국(본국)

서신국(외국)

신의 기능

생불 환생

호명정구(마마), 피부병

신의 태도

남녀평등

남존여비

신명

명진국 따님아기

서신국 대별상

관련된 굿

불도맞이

마누라 배송

중요한 신물

북덕자리와 치셋메

배송뒷개 차롱

신의 분노(有無)

하루 만명 유태 해산(무)

난산으로 사경에 헤맴(유)

신의 얼굴(本)

고운 얼굴(건강과 美)

뒤웅박 얼굴(병과 醜)

당신은 왜(충고)

당신은 하늘 높은 줄 모르는가?

여자는 꿈에만 나타나도 사물인데


[마누라 배송]
‘마누라 배송’은 마마에 걸리면 하는 굿이다.
굿의 마지막 날은 마마 신을 보내게 되는데,
이를 ‘배송’이라 한다.
마마에 걸려 굿을 하게 되면,
호명정구, 마마를 불러주는 마마신,
서신국대별상, 홍진국마누라 신이 떠날 때
차롱을 가마처럼 만들어 네 귀에 기를 달고
차롱 안에 제물을 차리고 종이를 덮는다.
이를 ‘배송뒷개 차롱’이라 한다.
‘마누라 배송’은
삼승할망상을 놓고 배웅한 다음 마마신 상을 놓고
집안 문전 성주 조왕, 아기 아방, 아기 어멍 다 하직하고
“삼만관숙 육방하인
자 대별상 마누라님 떠날 시간 되었구나.
어서 가자. 호호-”하고
병풍을 싸 가지고 가서 차롱을 정결한 데 갖다 놓는다.    

아기가 호명정구, 마마를 할 때,
‘마누라 베송굿’을 하지 않으면,
마마 군졸 잡귀들이 들어
아기에게 피부병도 불러준다고 한다.
그리고 호명정구, 마마를 할 때는
빨래 같은 거 삶아도 흉을 보고,
풀을 해도 흉이 된다. 
이때는 집안에 목이 쉬어 말 못하는
환자가 생긴다고 한다. 

[마누라 본풀이]
난산국(본초, 본디 태어난 곳과 그 내력) 본을 풀면 신나게 내리소서.
인간불도 할마님은
병인년(丙寅年) 병인월 병인일 병인시에 탄생하여
아방 몸에 흰 피 석 달 열흘 백일,
어멍 몸에 검은 피 석 달 열흘 백일,
아홉 달 열 달 준삭(準朔) 기망(旣望) 채워
포태 환생시켜 주시던 영급 좋은  할마님. 
하루에 만 명 아이에게 포태(胞胎)를 주고,
하루에 아이(생불) 만 명을 내워주는 할마님은
하늘 옥황 명진국 따님아기입니다.
할마님이 하늘에서 인간 세상에 내려오신 때는, 
삼진 정월 초사흘 날(1월 3일).
왼손에 환생꽃, 오른손에 번성꽃 들고
만민자손에 생불(아이)을 주시려고
하루 천 명 생불을 주고, 하루 만 명 환생을 주실 때,

[서천강연다리 대목]
할마님이 서천강 다리에 나가 보니
인간세계가 눈앞에 열려오는구나.
어떤 비주리초막(아주 작은 초가)에서 아기울음소리가 탱천하여,
무슨 곡절이 있는 듯해 집안을 둘러보니, 
아기 어멍 열 달 기망(旣望)을 다 채워도 해산을 못해
죽억살악, 고생고생 하고 있는 것 같아, 
할마님은 은길 같은 손으로, 금길 같이 은길 같이
아기 어멍 상가마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삼세번 쓸어가니,
배안에 아기(胎兒) 머리가 돋아난 듯하는구나.     
방안이 청결하지 못한 것 같아 할마님이 말하시길,

[북덕자리 깔아주다]
저희는 이런 누추한 자리에는 다니질 못합니다.
하늘 가득한 북덕자리(보리짚을 깔아 놓은 자리)를 차려 달라 하였다.   
주인이 볏짚을 마련하여  북덕자리 차려주니,
그때서야 영급 좋은 할마님은 
아기 어멍 뼈끝마다, 살 끝마다 자근자근 궁애문(여자의 음문-陰門, 자궁의 문) 열어,
잦은 맥(脈)을 주어 생불 아기 탄생을 시켜 주니,
아기는 눈이 붙어 태어나  
이도 혀도 설설이 돋아서
천금(千金)같은 동자(童子) 아기 탄생(誕生)하니,
대나무 갈라 왕대구덕을 마련하고,
눕혀서 재우는 애기구덕 법 마련하고,
오른쪽에 국사발, 왼쪽에는 밥사발 식사법 마련하고,
할마님은 우리 인간에
좋은 포태(胞胎)를 주려고 내려서다 보니, 
마마신 서신국대별상을 만나게 되었구나.
할마님 자손들 내우는 건
밭에서 농사짓는 것과 다를 수 있습니까?
농사(農事)도 하면 손을 봐서
초벌 이벌 세벌 김을 매어야 곡식이 되는 법이니
할마님은 막 달리는 말안장에 
금지옥엽 같은 아기들 포태를 내어주려고

[할마님의 복장]
물명주(水禾紬) 단속옷, 코제비 백릉(白綾)버선,
검은 창신, 구슬든 겹저고리, 열두 폭(十二幅) 금삼(錦衫)아치,
홑단(單短)치마 차려입고 한길을 걸어가시는데,

[서신국 대별상의 행차]
마마신 서신국대별상은 할마님이 내운 아기에게
좋은 호명(마마)을 불러주러,
앞에는 영기(令旗), 뒤엔 몸기(命旗),
벌련독교(別輦獨驕) 쌍가마(雙駕馬),
삼만관속(三萬官屬) 육방하인(六房下人) 거느리고
내려오고 있었구나.
할마님이 공손하게 말하시길,
“대별상님아, 저가 생불을 주고 환생을 준 자손에게
고운 얼굴로 호명하여 주십시오.” 하니,
대별왕이 그때야 봉의 눈[鳳眼]을 부릅뜨고,
“이게 왠일이냐? 여성이란 족속은 꿈에만 나타나도 사물(邪物)인데,
남자 대장부 행찻길에 망령된 여자가 웬일이야? 괘씸하구나.”
우리와는 떨어져 물아래로 지나가는 게 어떠하냐?” 하니, 
할마님은 물 아래로 지나가란 마을 듣고 화가나 말하기를
“대별상의 하는 짓이 괘씸하구나.
나에게도 한번은 굴복하고 사정할 때가 있을 거다.” 하여
서신국 부인에게 포태(胞胎)를 주었지만,
열 달 채워도 해복해산(解腹解産) 시켜주지 않았구나.
서신국 부인님이 말하기를, 
“야, 이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닙니다.”
“대별상님, 당신은 할마님께 섭섭케 한 일 없습니까?”
대별상님이 사실은 이만 저만 하였다고 하니, 
할마님이 우리 아이[生佛] 포태를 준 게 틀림없으니,
어서 가서 서신국대별상님은
아양안동 금백상 안상 밧상 독석(獨席)으로 차려
팔십 영청(營廳) 안에 할마님이 앉아 계실 테니, 
거기 가서 원수룩(願水陸, 아이를 낳게 해달라고 비는 제)을 드려 보십시오.
할마님이 생불꽃(生佛花)를 가져다가
대별상 부인 서신국마누라에게 유태(有胎)를 불러주니
한 두 달이 지나고 열 달이 지나고 열 두 달이 넘어도
해복을 못해서 서신국마누라는 죽을 사경이 되어 가니,
대별상을 불러 놓고 말하기를,
“난 이제 다 죽게 되었으니, 마지막으로 생불할마님이나
청하여 주십시오.”
“남자 대장부가 어찌 여자를 청해 가겠는가,
하지만 마누라가 다 죽게 되었으니  한번 가보자.” 하여,
백망건, 백도포에 마부를 거느리고 말을 타
명진국에 들어가 할마님 앞에 왔으나,
할마님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니,

[서신국대별상은 삭발하고 할마님께 죄를 빌다.]
대별상은 노둣돌 아래 양 무릎을 꿇고 엎드리니
그때야 할마님이 말하기를,
“나를 너의 집에 청하고 싶으면, 바삐 돌아가
대공단고칼로 머리 삭발하고, 한 침 질른 굴송낙 둘러쓰고,
두 귀 누른 굴장삼 둘러입고, 면보선 신은 채로
이 아래 와 엎드려 사과하면 내가 가겠노라.” 하였다.
대별상님은 친양도폭(道袍) 입고,
먼 올레 바깥에 가 노람지 펴 엎드린 것이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이렛 동안을 밤 낮 주야
모진 광풍이 불어도 그대로 엎드려 있고,
눈보라가 몰아쳐 수염에 고드름이 서고 얼굴이 얼어붙어도 
하루 내내 그대로 엎드려 있고 하니,
할마님은 한편으론 괘씸했지만, 
너무 부인 정녀가 불쌍하다 하여,
괘씸은 해서 섭섭하기는 하다만 너 하는 일을 봐서
너희 부인 해복해산 시켜주마.
“그만하면 하늘 높고 땅 낮은 줄 알겠느냐?
뛰는 재주가 좋다 해도 나는 재주가 있다 하여라.”
“예, 무조건 잘못했습니다.”
“나를 너의 집에 청하려면, 물명주 강명주로
서천강에 연다리를 놓으면 가겠노라. ”
대별상이 물명주 강명주로 서천강연다리를 놓으니
할마님이 서신국에 들어가보니,
서신국 부인님은 죽을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할마님이 은길 같은 손으로 허리를 삼세번 쓸어내려
궁애문을 열고 환생을 시켜주었던
물명주 강명주 서천강 연다리가 됩니다. 그러니     
대별상은 서벽좌(西壁坐)로 좌정하여 상을 받거들랑
할마님이랑 동벽좌(東壁坐)로 좌정하여 상 받는 법 마련하고
할마님이 받은 자손들은 다 호명정구 때가 되면,
서신국 대별상은 좋은 호명정구를 시켜주고,
좋은 복 말(斗)로 줍서, 섬(石)으로 줍서. 
아기 본 얼굴 본 모습(相)이 없어 고운 자국이 풀어지였구나.
할마님은 많은 자손(子孫)들에 포태(胞胎)만 잘 시키다 보니,
내 자손은 이렇게 되었구나.
이젠 시기를 보아 대별상님께 가서 
내 아기 본 얼굴 본 바탕을 만들어 달라 하니,
그때엔 서신국대별상이 말하기를, 
높은 동산이랑 낮게 하고, 낮은 동산이랑 높게 하여
본 얼굴 본 호명을 어서 가서 만들어 두고 오라 하니
작은 마마신 홍진국이 와서 열이틀(열이틀은 마마가 발병하여 회복되는 기간으로, 사흘은 앓고, 사흘은 솟아나고, 사흘은 불리고, 사흘은 들기 때문에 12일이 된다)만에
‘마누라 배송’을 받으려 한 게 작은 마누라가 되었구나.

[돌 지나야 마마를 준다.]
할마님은 하루 만 명 포태를 주고, 
하루 만 명 내우고, 지켜주는 할마님.
자손 동서벽좌(東西壁坐)로 상 받읍서. 
우리 인간 백성 아들이나 딸이나
낳고 위해주던 권(勸)을 받아
백일 안에는 서신국 대별상이
호명정구를 아니 부리는 법이며, 
돌 넘어 한 살, 두 살, 세 살, 다섯 살 미만에
서신국 대별상님이 호명정구를 불러준다. 
한편으로 동백좌(東壁坐)에 할마님 상 벌일 때는
서신국이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모르고 커 가다가
어떤 몸이 괴로워 따뜻해 가면,
어딜 어디라 합니까. 하나님 전에 등장을 바치려 해도,
후망장성(堠望長城) 높은 하늘이라
노각성자부연줄(‘노각성 자부다리’는 하늘 옥황에서 올라가고 내려오는 줄다리) 없어서 올라갈 수 없고
지하(地下)님 전 등장을 들려 해도 
거구(巨軀)한 체 헤쳐진 너른 땅이 되니,
궁리(窮理) 할 줄 몰라 못되어도 할마님입니다.
할마님으로 못 할 일이 있습니까.
할마님 전으로 메, 시루떡 지어 올리고
깊은 바당 미역채 연찻물 떠 놓아서
할마님에 무릎 꿀려 앉아 열 손가락 아래로 들어
올리며 내리며 축원을 올려 가면, 
할마님에선 여래십일제(如來十日祭)로 통촉을 하여서
할마님의 자손에 생불(生佛)을 주어서
“흉(凶) 관계랑 다 자부감재(흉이 있는 것을 너그러이 감해주는 일)” 시켜주어
할마님이 억조창생(億兆蒼生) 만민자손들 내우고
지켜주어 자손 번성(繁盛) 시켜주던 영급(靈驗) 좋은 할마님,
이다음에 할마님 이룬 역사는
서신국이랑 다 호명정구를 부르게 하여
의논(議論)하며 공논(公論)하며
편안(便安)하게 시켜주시라고
할마님 자손 열다섯 안 된 아기들은
할마님이 다 풀려 주는 법입니다.
할마님은 앉아 천리 서서 만리를 보며
우리 인간 백성들은 할마님이 포태를 내와 주는 법입니다.
할마님은 영급이 좋고 수덕이 좋은 할마님.
할마님은 자손들에 들어서
들며 나며 풍운조화(風雲造化) 불러주지 말고
한 우영 걸러서 많은 자손들을 지켜주며
할마님이랑 만민자손들 가는 데 오는 데 있다가
다 어린 자손들이랑 밤에 단잠 재워주고 단밥 먹여 줍서
요새 세상  아들이나 딸이나  탄생하면
가로 안아 젖을 안 먹입니다. 우유가 주장이난,
먹일 시간이랑 먹이고, 놀릴 시간이랑 놀리고, 재우고 하며,
할마님 자손들에게 천왕손 지왕손 인왕손 같은
각기 자손에 다 제초(除草)를 시켜줍서.

[서신국 대별상이 주는 병(魔症)]
그리하여 천황가면 열두 매증(十二魔症)
지황가면 열한 매(十一魔), 인황 아홉 매(九魔),
동해 청매(靑魔), 서해 백매(白魔), 남해 적매(赤魔),
북해 흑매(黑魔), 천지 중앙 황신매(黃魔) 제초를 시겨줍서.
정월 상원매(上元魔), 이월 영등매, 삼월 삼진매,
사월 파일매, 오월 단오매(端午魔) 제초를 시켜줍서.
야, 유월은 유두매, 칠월은 칠석매(七夕魔), 팔월 추석매(秋夕魔 ),
구월 당줏매(堂主魔), 시월 단풍매(丹楓魔), 오동짓달 동지매(冬至魔),
육섯달은 대한매, 늦인매 보뜬매 차아래 깔린매,
이불 위에 덮은매, 베개 아래 묻어준 매를 다 제초시겨줍서
천정에 붙은매 축보름에 붙은매
한 이레 늦은 매, 한 사흘 보뜬 매
든징 난징 경풍 경세 불러주어 얻어먹자 얻어쓰자 하는
할마님 누이 동경국 할망이랑 다 물 아래로 소멸을 시켜가며,

[우리 자손 할마님이 지켜줍서.]
할마님에서 한 달 주기 사흘 이레(삼칠일)
한 달이면 초사흘 초일뤠, 열사흘 열일뤠, 스무사흘 스무일뤠,
한 달주기 들어서며 나서며 지켜주고
그런 자손 편안하게 시켜줍서
사람의 머리는 천(天)에서 둘러주고
후망(堠望)하라는 사람이 둘르는 법입니다.
주인 없는 권력을 사는 일도, 할마님으로 못할 일이 있습니까.
공든 답(塔)을 일으켜 세워 줍서. 지든 탑(塔)을 제겨줍서.
일천선비들 놀고 간 덴 천당 방에 글발을 두고 가는 법이옵고,
청용황용이 놀고 간 덴 별 흔적을 두고 가는 법으로서
할마님 위해 할마님 전에 축수하는 말씀을 올리면
백에 열 말이나 열에 한 말이라도
우리 인간들은 아무 철도 모릅니다.
길짐승은 길 줄 알고 날짐승은 날줄 알아도
인간 백성들은 무쇠 솥에 화식하고,
밤이 오면 잠을 자는 인간백성들이 무슨 때(時)를 압니까.
졸(卒)하고 때 모른 자손들입니다.
한강을 많이 먹어 짠 줄 압니까. 
조금만 먹어도 짜고 싱거운 줄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할마님이 궂은 액년(厄年)을 다 면송시켜서 
동서남북 사위팔방(四圍八方)으로
오는 액살(厄煞)을 제초시켜주고,
열다섯 안에 아기들은 저 길에 다니며, 
어느 달리는 차에 다치게 마시고, 
오토바이에 자동차에 넋 날 일 혼날 일
높은 데 올라서서 아래로 깜짝 돌아 누어 떨어지게 맙서.
어느 임수 깊은 물도 물이고 얕은 물도 물입니다.
어느 수중(水中)에 다니다 넋 날 일 혼날 일을 다 면송시켜줍서.
할마님 전에 오르며 내리며 길길이 이 원정을 드렸습니다.
할마님아, 정구 일에 잘못한 일이 있으나,
후일(後日)에 몽롱한 일이 있으나,
차차(次次)로 불착된 죄목죄상(罪目罪狀)이랑
다 여기서 벌석 처벌(處罰)하여 줍서.
할마님 뒤에 어깨삼승, 걸레삼승 군졸(軍卒)들
다 저 올레 바깥으로 
청감주 찬 냉수로 많이많이 배례(拜禮)하겠습니다. 
할마님이랑 자손들 머리 지붕으로(머리의 가마를 집의 지붕으로 생각함)
상가마, 중가마, 하가마로 들 틈 없이 인도하여 주십소서. (마마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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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천꽃놀이(구삼싱 냄), 1982년 하도리 면수동에서 서재철 촬영.

마마신 서신국 대별상의 할망 콤플렉스는 할머니가 점지해 준 고운 얼굴을 망가뜨리는 병에 대한 경계와 세상의 세속화된 권력, 남성적인 속성들, 전쟁, 싸움을 일으키는 야만성과 오만방자함, 하늘의 이치를 모르는 남성적인 힘을 경계한다. 할마님의 차림을 보면, 물명주(水禾紬) 단속옷, 코제비 백릉(白綾)버선, 검은 창신, 구슬 든 겹저고리, 열두 폭(十二幅) 금삼(錦衫)아치, 홑단(單短)치마를 차려 입고, 한 손에 생불꽃, 한 손에 환생꽃을 든 위엄을 지니면서도 온화한 모습으로 상징화 되어 등장한다.

이와는 달리 서신국 대별상은 영기(令旗) 명기(命旗)를 날리며, 삼만관속, 육방하인을 거느린 군대나 권력자의 행차처럼 그려내고 있는데 행차의 내면에는 위선과 폭력의 허상을 드러낸다. 때문에 할마님는 대별상이 세속화된 권력을 위선을 벗고 머리 깎고 새로운 성자의 태도를 갖춰 정식으로 할마님께 사죄하기를 바랐으며, 대별상이 부인의 해복을 위해 진정으로 빌었을 때, 할머니는 서천강연다리를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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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시인.
그리고 마마신 서신국 대별상이 주는 ‘호명정구’ ‘마누라(마마)’라 하는 것은 외국에서 들어온 전염병을 상징하면서 할머니가 아이의 건강과 생명을 지켜주는 일과는 달리 아이의 얼굴을 뒤웅박을 만들어 죽음으로 이끌어가는 전염병의 범람을 경계하는 의미를 지닌다. 마마는 없어졌지만, 언제 또 다시 변종의 호구별성이 만연할지 모른다. 마마신은 결국 전염병의 신이다. /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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