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9개 보내면 뭐하나. 자녀는 지쳐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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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아카데미-나침반교실] 정준 연구원 "영어 실력은 흥미만 있으면 한번에 늘어"

‘수포대포’와 ‘영포인포’란 말이 있다. 수학을 포기하면 대학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란 뜻과 영어를 포기하면 인생을 포기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영어는 학문이 아니라 언어다. 그렇기에 주입식 영어 교육은 잘못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를 잘하려면 꼭 영어 유치원을 다니고,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우고, 어학 연수를 가야할까.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하고,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되면 누구나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 정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사교육포럼 선임 연구위원의 말이다.

제주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과 [제주의소리]가 주최하는 ‘2015 부모아카데미 - 나침반 교실’이 15일 오전 10시 제주벤처마루 10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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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사교육포럼 선임 연구위원이 잘못된 영어 사교육 시장을 꼬집고 있다.

이날 강연자 정 연구원이 들고나온 주제는 ‘아깝다! 영어헛고생’.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정 연구원은 대학교 4학년 때 “영어를 집중해서 공부해보자”란 생각에 2년동안 열심히 공부했다. 이후 영어 교사가 됐다.

그는 고양외국어고등학교 국제반을 담당했다. EBS와 강남구청 인터넷수능방송 외국어영역 대표강사로도 지냈다.

정 연구원은 영유아부터 초·중·고등학생, 학부모까지 만나면서 잘못된 영어 사교육의 현실을 깨닫게 됐다. 
 
그가 얻은 결론은 사교육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자녀들의 영어 실력을 키워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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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아카데미 참석자들이 정준 선임 연구위원의 강연 내용을 메모하고 있다.
◆ 잘못된 영어사교육 시장

포털사이트에 ‘영어’란 단어를 검색해보자.
영어 혼자공부하기
영어 회화
생활 영어
영어 공부 등의 단어가 연관검색어로 나온다.

이번엔 포털사이트에 ‘우리 아이 영어’를 검색해봤다.
우리 아이 영어 아홉 살에 끝냈어요.
우리 아이 영어 어떻게 할까요.
우리 아이 영어 감각 깨우기.
우리 아이 영어 공부 어떻게 시작할까요 등 연관 검색어가 나왔다.

“여기(강연장) 앉아계신 분들 대부분 부모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여러분들은 자녀들 영어 교육을 위해 어떻게 했나요?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영어 음악을 듣고 태교를 했나요? 아이가 아침에 일어날 때 영어 동요를 틀어주나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서 여러분들이 아침에 일어나기 전인데 노래가 계속 반복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아침이 개운한가요? 짜증나지는 않을까요?”

정 연구원이 계속 질문했다. 강연장에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 연구원의 짜증(?)이 학부모들에게 전해진 것 같았다.

정 연구원은 서울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의 사례를 들었다.

A군은 9개의 학원을 다닌다. 영어와 수학, 예체능 등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집에 와서도 숙제를 하다보면 잠드는 시간도 일정치 않다.

A군이 일찍 잠드는 날은 오후 10시. 늦게 잠들 땐 자정을 넘어 이튿날 오전 1시에 잠들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학대와 다름없는 것.

정 연구원은 학부모에게 학원을 왜 많이 보내는지 물었다.

학부모의 대답은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 학원을 보내다 보니 9개가 됐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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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사교육포럼 선임 연구위원.
◆ 지식전쟁 VS 흥미전쟁

정 연구원은 배움에 두 가지 전쟁이 있다고 했다.

지식전쟁과 흥미전쟁이다.

지식전쟁은 최대한 많은 내용을 빠른 기간에 가르치는 것이다. 이후 반복 학습하는 방법이다.

흥미전쟁은 놀이 위주의 공부다. 아이들이 해당 과목에 흥미를 갖게 한다면 알아서 공부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유명한 스포츠 선수들을 생각해볼게요. 박찬호, 박지성, 김연아 선수는 영어를 잘하기로 소문났습니다. 이들 선수는 어린시절부터 영어 사교육을 받았을까요? 중·고등학생 때 영어 공부에 최선을 다했을까요? 반대로 손흥민 선수는 독일어를 잘한다고 하죠.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해외에 진출하면서 외국어 실력이 늘었습니다. 결국 어린 시절에 계속 반복 교육한다고 외국어 실력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정 연구원의 말은 부모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충분했다.

대부분의 부모들도 학창시절 영어를 공부했지만,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한다고 할 순 없다. 부모들이 자녀 영어 교육에 집착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정 연구원은 영어 교과서가 현실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5학년이 배우는 영어 단어를 영국 초등학교 5학년에게 물어봤습니다. 약 30개 단어 중 5개 이상의 단어를 몰랐어요. 또 중학교 2학년이 배우는 단어를 영국 학생들에게 똑같이 물었어요. 30개 단어 중 10개도 몰랐습니다. 정작 영어문화권 국가들이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우리 아이들이 배우고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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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어사교육포럼 선임 연구위원(오른쪽)의 강연이 끝난 뒤 김봉현 제주의소리 편집부국장 사회로 참가자들과 일문일답 시간을 갖고 있다.
◆ 우리 아이가 영어에 흥미를 잃지 않게 하려면

정 연구원은 영어 실력이 갑자기 느는 시기가 있다고 말한다. 그 시기까지 영어에 대한 흥미만 잃지 않는다면 누구나 원어민처럼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그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고, 사람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이 있어요. 아들은 영어가 너무 싫다고 말합니다. 제가 영어 교사인데 말이죠.(웃음) 아들은 만화 ‘겨울왕국’을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한국어판으로 나온 겨울왕국을 계속 틀어줬습니다. 그런 뒤 영어 버전의 ‘겨울왕국’을 보여줬어요. 아들에게 ‘너 무슨 내용인지 이해했어’라고 말하니 아들은 ‘응’이라고 대답했어요. 자신이 재밌어하고 만화의 내용을 다 외우고 있기 때문에 영어가 들려도 이해할 수 있는 거예요”

정말 간단한 방법이었다. 그는 거듭 강조했다.

“다만, 자녀가 평소에 재밌어 하던 영어 책이라도 갑자기 읽기 싫어한다면, 멈춰야 합니다. 단 한순간에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럴 땐 옆에서 직접 영어책을 보여주는 겁니다. 물론 그림책이죠. 아이들은 글을 몰라도 그림만 보고 내용을 이해해요. 내용을 이해한 상태에서 영어가 들린다면 그 영어의 뜻을 대충 유추할 수 있는 거겠죠”

정 연구원은 유아시절 영어 교육을 흥미 위주로 가져가야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을 때는 영어 공부의 주도권을 자녀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녀가 직접 읽고 싶은 책을 고르게 하고, 같은 영어라도 자녀가 공부하고 싶은 내용으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의미였다.

정 연구원의 강연은 2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부모들은 휴대전화 카메라를 이용해 정 연구원의 발표 자료를 촬영하기에 바빴다.

부모 아카데미는 부모의 역할이 자녀의 성공을 위해 사교육을 시키고, 소위 일류 대학에 보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취지로 기획됐다.

모든 강연은 무료이며, [제주의소리] 홈페이지에서 생중계된다. 시간이 맞지 않은 부모들은 '다시보기'도 가능하다. 

다음 강연 장소는 서귀포다. 교육도시를 자처하는 서귀포 지역 학부모들의 개최 요청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오는 22일 오후 2시 서귀포시 동홍아트홀에서 열리는 다음 강연 주제는 ‘당신은 교육하는 부모인가? 사육하는 부모인가?’다.

강연자는 유영만 한양대학교 사범대학 교육공학과 교수다. 유 교수는 평소 자신을 '지식생태학자'라고 표현하며, 전국 초·중 교사들에게는 멘토와 같은 존재로 소문났다.  

나침반교실 ‘아깝다! 영어헛고생’ 2부는 소리TV를 통해 시청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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