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저승에는 지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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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병의 제주, 신화 2] (17) 차사본풀이①-시왕올레

두 번째 하늘, 열두시왕의 문을 열다.

1. 시왕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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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왕올레에 들어서다. ⓒ 문무병

(1) 시왕[十王]은 사람이 죽어서 가는 저승
시왕[十王]은 두 개의 하늘, 하늘 제1궁 삼천천제석궁(=삼시왕)과 하늘 제2궁 열두시왕(=시왕) 중, 두 번째 하늘, 열두시왕[十二十王]을 말한다. 그러므로 시왕올레는 ‘시왕으로 들어가는 입구’란 의미를 지닌다. 삼시왕(=삼천천제석궁)과 시왕(=열두시왕) 두 하늘은 제주 큰굿의 굿청[祭廳], 상방 마루 사방(四方)에 당클[祭棚]을 매어 설치해 놓은 ‘우주의 모형’이라 할 수 있는 네 당클[祭棚], 삼천천제석궁(三千天帝釋宮) 당클, 열두시왕(十二十王) 당클, 두 하늘과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 문전(門前)의 위쪽 제붕(祭棚)인 문전․본향(門前本鄕) 당클, 그리고 문전의 맞은편 제붕인 마을․영신 당클, 땅도 두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이루어진 네 개의 당클에서 보면, 하늘 2궁 중 두 번째 하늘이 ‘열두시왕’ 이다.

하늘 2궁 삼천천제석궁과 열두시왕궁은 전혀 다른 세계다. 두 하늘, 하늘 이궁(二宮)은 어떻게 다른가. 다시 그려본다. 집안 굿청 상방 마루 위쪽에 가설된 ‘우주의 모형도(模型圖)’ 네 당클에서 보자. 네 당클[祭棚]의 구성은, 땅의 영역은 수평적인 두 영역,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남쪽을 문전․본향 당클로 잡고, 문전의 맞은편 북쪽을 마을․영신 당클로 잡아 신들을 두 당클에 나누어 모시고, 하늘에서 하강[下降]한 신들의 수직적인 두 영역은 제일 높은 하늘은 서쪽을 삼천천제석궁 당클로 잡고 그 맞은편 동쪽을 열두시왕 당클로 잡아 하늘의 신들을 2궁으로 나누어 모셔서 상방 마루 사면 네 당클에 하늘과 땅의 신들을 모두 좌정시켜 ‘우주의 모형’을 굿판에 완성하였다. 이렇게 하늘과 땅 4궁에 나누어 모신 신들을 가장 높은 하늘에서 가장 낮은 땅에까지 신의 네 영역을 수직으로 세워놓고 보면, 제2의 하늘, 열두시왕의 영역은 어딜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두 하늘의 신들을 이렇게 구분하기도 한다.
큰굿의 모든 신들을 제청에 모셔 들이는 청신의례(請神儀禮)에서 초감제(군문열림)→초신맞이(오리정 신청계)→초상계의 진행을 관찰해 보면 아래의 것들을 알 수 있다. 15일 동안 하는 심방 집 큰굿에서 맨 처음 하는 ‘초감제’는 두 하늘의 모든 신들을 지상에 하강(下降)시키는 과정이다. 맞이굿 초감제의 군문열림 제순(祭順)에서도 같다. 그 다음에 진행하는 ‘초신맞이’에서는 초감제 때, 하늘에서 내려온 신들과 땅의 모든 신들을 함께 맞이하여 재차 굿청에 모셔들이는 것이 초감제의 신맞이 굿 ‘초신맞이’이다. ‘오리정 신청궤’에서 신을 모셔오는 것도 같다.

그 다음에 진행되는 ‘초상계’는 초감제를 하여 하늘에서 하강시킨 신들, 초신맞이에서 초감제에서 하늘에세 내려온 신들과 땅의 신들을 재차 모으고 집안에 모신 조상신 마을․영신까지 모든 신들을 모아 와 네 당클에 나누어 모시고 모든 신들을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문을 잠그는 의식, 문문마다 백지를 오려 만든 오방각기를 붙여 문을 잠그는  의식, 이를 ‘오방각기 시군문 잡음’이라 한다. 이와 같이 오방각기를 2장씩 문문마다 오방에 붙이면, 신들은 집안을 떠날 수 없고, 이때부터 네 당클은 우주를 고스란이 상방 마루 위에 옮겨다 놓은 신 ‘우주의 모형도’이며, 축소된 신의 세계가 된다. 집안에 임시로 가설한 작은 우주가 된다. 청신(請神)은 굿이 끝날 때까지 신들을 청하여 당클 위에 모셔두는 의식이다.

그리하여 청신이 끝나면, 하늘 제1궁 삼천천제석궁 당클에 모신 신들부터 마당에 따로 맞이굿 상을 마련하여 본풀이를 굿본으로 하여 맞이굿을 하고 신다리를 안방으로 매어들어 맞이굿을 마친다. 이와 같이 하늘 제1궁 삼천천제석궁의 굿은 천지왕본풀이, 초공본 풀어 초공맞이, 이공본 풀어 이공맞이, 삼공 전상신 본풀어 삼공맞이, 생불할망 본풀어 불도맞이, 세경본풀어 세경놀이 등을 하여 삼천전제석궁의 신들을 위한 굿이 다 끝나면, 하늘 제2궁 열두시왕 당클의 굿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시왕올레는 하늘 제2궁 열두시왕 당클의 굿으로 들어가는 굿 <시왕맞이>를 시작하기 전, ‘시왕’의 입구란 의미를 지닌다.

시왕올레는 다시 새로운 신들, 시왕에 모실 신들 중 빠뜨린 신위가 없는지 확인하고, 다시 청신하는 청신의례 <제오상계>를 시작으로, 하늘 제2궁 열두시왕 당클에서 해야 할 시왕 신들의 의례, <시왕맞이>, 나누어 말하면, 차사, 명감, 지장 본풀이, 방광침, 차사영맞이, 시왕질치기, 액막이 등 열두시왕당클의 굿들, <시왕맞이>를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시왕올레에 들어가기 전에 하늘 제1궁과 제2궁의 특징과 차이를 다시 정리해 보자.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하늘 제1궁 삼천천제석궁을 ‘삼시왕’이라 한다. ‘삼시왕’은 심방이 죽어서 가는 저승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저승은 두 개다. 사람이 죽어서 가는 ‘시왕’과 심방이 죽어서 가는 ‘삼시왕’이 두 저승이다. ‘삼시왕’은 무조신화 초공본풀이에 의하면, 초공 ‘젯부기 삼형제’가 하늘 옥황 깊은 궁에 갇혀 있는 어머니 ‘자주명왕 아기씨’를 구하기 위하여 과거에 급제했던 임명장을 반납하고 심방의 신 삼시왕이 돼 어머니를 구했던 이야기에 의한다.

그러므로 굿을 하는 샤먼왕 무조 ‘젯부기 삼형제’를 ‘삼시왕’이라 하는 것이다. 삼시왕은 삼천천제석궁 어궁(御宮) 왕인데, 경우에 따라서삼시왕은 하늘 옥황 천지왕, 또는 옥황상제 라고도 하지만, 굿법에 따르면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삼천천제석궁에 올라간 젯부기 삼형제를 삼시왕이라 부른다. 신중의 왕은 초공이다. 그러므로 시왕올레는 삼시왕을 나와 ‘시왕으로 들어가는 입구’, <제주신화담론 2>의 신화 두 번째 하늘 이야기의 시작이다. 굿 네 당클 중 두 번째 하늘, 열두시왕 당클에서 이루어진 굿법, 저승에 대한 이야기다. 이승을 다스리는 저승의 법전 이야기다.

(2) <시왕당클>에서 꼭 해야 할 이야기
<제오상계>에서 연행되는 ‘용놀이’는 우리 한민족 고대의 용봉문화(龍鳳文化)와 대사퇴치신화(大蛇退治神話)가 큰굿이라는 고대 조선의 하늘굿[天祭]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이다. <용놀이>는 용(龍) 또는 ‘천구아구대맹이’라는 큰뱀[大蛇]을 잡는 희극적인 놀이굿이다. 용놀이는 신성한 공간인 굿청의 부정(不淨)을 말끔히 씻는 일종의 정화의례(淨化儀禮)이다. 이 <용놀이>를 다른 이름으로 <갈룡머리> 또는 <아공이굿>이라 하며, 큰굿의 <젯상계>에서나 <제오상계>에서 행해진다. 이 <용놀이>는 나주 금성산신과 같이, 하늘과 땅에 붙은 큰뱀[大蛇] 또는 용(龍)를 잡는 대사퇴치신화(大蛇退治神話)를 놀이굿으로 보여주는, 큰굿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굿이다.

이 굿은 1984년 6월 14일, 박인주(男巫, 62세)옹의 댁에서 치러진 당주연맞이(신굿)의 <제오상계>에서 연행되었다. 심방집 큰굿이라고 하는 신굿은 형식이나 내용이 어김없는 ‘차례 차례 재차례 굿’이라 하며, ‘두 이레 열나흘 굿’이라고 한다. <제오상계>는 간단히 하면, <시왕맞이>를 하기 전에 미참한 신들을 제차 불러들이는 청신의례(請神儀禮)이지만, 격식을 갖추어 하면, 대사퇴치신화(大蛇退治神話)를 의례화 한 <용놀이>가 ‘굿중 굿’으로 삽입되는 <아공이굿(뱀굿)>이 되는 것이다. <제오상계>는 굿의 절정이랄 수 있는 <시왕맞이>와 <삼시왕맞이(당주연맞이)>에 들어가는 예비 굿으로 이들 굿에 모셔들일 미참한 신들을 제차 정하여 모셔 놓고, 화려하고 웅장한 자리에서 신들을 향응 접대하고, 굿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제오상계>의 놀아굿의 제순(祭順)은 아래와 같다.

① 풍류놀이→② 방애놀이→③ 전상놀림 →④ 용놀이(갈룡머리)→⑤ 뱀장사놀이

<용놀이>는 신들을 모시는 당클(선반에 매어놓은 祭棚)에 청룡∙황룡 두 구렁이가 들어서 있다. 시각적 효과를 위해 양쪽 당클에 긴 광목천을 바닥까지 늘어지게 드리워 놓은 것이다. 당클은 하늘이고, 바닥은 땅이라면, 구렁이가 머리는 하늘에, 꼬리는 땅에 드리워진 것이며, 이는 신성한 공간인 제장이 부정탄 것이다. 그러므로 심방은 이 두 구렁이를 술을 먹여 잠들게 하고, 잠이 든 뱀 ‘천구아구대맹이’를 신칼로 죽이고, 뱀의 골을 후벼 약으로 파는 ‘뱀장사놀이’를 한 뒤, 제장에서 뱀을 퇴치하여 치워버리는 순서로 진행된다.

심방은 뱀을 발견하면, 제 힘으로 뱀을 죽일 자신이 없다 하며 구경꾼과 의논하여 술을 먹이기로 한다. 청룡∙황룡이 술을 먹고 잠들게 되면, 그때서야 자신만만하게 왕년에 중국에서 무술을 배우던 자랑을 하며 제장을 웃기고, 뱀 있는 데로 살며시 기어가서 신칼로 단숨에 뱀을 쳐 죽인다. 이때 신칼은 뱀을 물리치는 영웅의 신검이다. 뱀장사놀이는 사악한 뱀을 죽여 그 골을 후벼 파서, 인간의 생명을 살려내는 약으로 파는 데 극적 풍자가 있다.

이리하여 수심방은 이곳 저곳 약을 팔려 하지만 아무도 사지 않는다. 왜냐면 뱀골은 사신의 원한이며 죽음이며 병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죽이고 병을 고치는’ 약이라는 뱀골은 ‘나쁜 전상’으로 제장 밖으로 청소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심방은 본주의 인정을 받고서, 집안의 우환과 흉험을 가져오는 ‘나쁜 전상’을 밖으로 내놀리는 것으로 <용놀이>는 끝난다. <용놀이>는 풍류놀이→방애놀이→전상내놀림(전상놀이)→용놀이(갈룡머리)→뱀장사놀이로 구성돼 있는데,

<풍류놀이>는 <제오상계>의 오리정신청궤의 막 판에 삼시왕을 비롯한 모든 신들과 삼시왕의 이승 행차의 안내를 맡은 감상관(=本鄕堂神), ‘감상관’은 본향당신의 역할인데 굿에서의 감상관은 ‘수심방’이다. 즉 수심방이 본향당신의 역을 맡아 신을 청신(請神)하는 것이다. 본향당신이 신을 오리 밖까지 가서 맞이해 오는 것을 ‘오리정 신청궤’라 한다. 풍류놀이는 신청궤의 끝에 각 고을의 당신, 신당 군졸들이 모인 자리에서 가무오신(歌舞娛神)하는 놀이굿이다. 이때 심방은 본향당신이 되어 “니나난니 난니야”하는 노래를 부르며 연물 가락에 맞추어 춤을 추어 신들을 즐겁게 하면, 제장의 모든 구경꾼들도 따라서 노래하고 춤을 춘다.

<방애놀이>는 굿을 준비하기 위하여, 술을 빚는 노동의 과정을 연출한다. 수심방이 얼굴에 밀가루를 발라 부스럼이 난 험한 모습으로 등장하면, 小巫는 “소록이여!”하며 외친다. ‘소록’은 악(惡), 병(病) 또는 전상의 뜻이며, ‘전상’의 다른 표현이다. ‘소록’에는 ‘상소록’과 ‘하소록’이 있으며, ‘상소록’은 좋은 전상, ‘하소록’은 나쁜 전상이라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서의 ‘소록’은 ‘나쁜 전상’이니, 나쁜 버릇, 악, 부정(不淨), 사(邪), 병(病) 따위를 말한다. 수심방의 얼굴에 난 부스럼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록’을 없애기 위해 ‘뱀을 없애는 굿’을 해야 되며, 굿을 위한 제주(祭酒)를 마련해야 된다.

소무와 수심방에 의해 진행되는 대화는 굿하는 집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노동의 현장을 재현하고 있다. 떡과 가루를 가지고 그릇에 물과 섞어가며 게걸스럽게 만든 술을 가지고 본주의 집안 어른들에게 술을 먹이려 한다. 만일 안 먹으려면 인정(돈)을 내어야 한다. 모든 집안사람들이 안 먹으려하면, 침까지 뱉어놓은 더러운 물(=잘 익은 술)을 수심방이 홀짝 홀짝 마셔버리면서, “영허멍 심방질 합네께(이렇게 하면서 심방노릇을 하지요)”하면, 일동 웃음을 터뜨린다.

<전상내놀림(또는 전상놀이)>은 장님거지가 등장하는 <전상놀이>가 아니다. 제주도 놀이굿에는 장님거지가 등장하는 <전상놀이(삼공맞이)>라는 심방굿놀이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전상을 내놀리는 굿’으로, 전자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는 <전상놀림굿>이라 해야 할 것이다. ‘전상’이 ‘전생의 업보’로서 ‘팔자’ ‘직업’ ‘버릇’이라면, 여기에서의 <전상놀이>는 ‘나쁜 전상’을 내놀리는 놀이다. 놀이의 진행은 고리동반(=떡 이름)을 수심방이 머리에서부터 얹고,‘소록’이라 하면서 발끝까지 내려오는 장면을 연출하며, 이때 떡이 있는 곳은 병의 환부에 해당한다. 발끝까지 내려 온 떡을 밖으로 내어 놀리는 과정을 보여준 후, 제주 전 지역의 심방의 이름을 부르며 “○○○도 내놀리자!”하며 창을 한다.

<용놀이(갈룡머리)>는 신들을 모시는 당클(선반에 매어놓은 제붕)에 청룡․황룡 두 구렁이가 들어서 있다. 시각적 효과를 위해 양쪽 당클에 긴 광목 천을 바닥까지 늘어지게 드리워 놓은 것이다. 당클은 하늘이고, 바닥은 땅이라면, 구렁이가 머리는 하늘에, 꼬리는 땅에 드리워진 것이며, 이는 신성한 공간인 제장(祭場)이 부정 탄 것이다. 그러므로 심방은 이 두 구렁이를 술을 먹여 잠들게 하고, 잠이 든 뱀 ‘천구아구대맹이’를 신칼로 죽이고, 뱀의 골을 후벼 약으로 파는 ‘뱀장사놀이’를 한 뒤, 제장에서 뱀을 치워버리는 순서로 진행된다.

우선 심방의 사설 속에 ‘천구아구대맹이’라는 용이 노는 길을 보면, 천지 사이의 험악한 장소, 불길한 장소다. 이와 같이 용이 노는 곳은 구름이 많은 길, 궂은 바람이 휘몰아치는 길, 무조 삼형제를 유배한 길, 간질 간질 병을 옮기는 길, 뻘 많은 구렁텅이다. 따라서 용은 불길하고 사악한 존재-악․병․사(邪)․살(煞)-전상을 뜻하는 악신이며, 바다로부터 밀려 온 외세(外勢)라 할 수 있겠다. 또 놀이의 내용을 보면, 심방은 “용이 어디에 있나?”를 신칼로 점치고 나서 멀찍이서 엎드려 소무와 대화를 한다.

이렇게 하여 뱀을 발견하면, 제힘으로 뱀을 죽일 자신이 없다 하며 구경꾼과 의논하여 술을 먹이기로 한다. 청룡․황룡이 술을 먹고 잠들게 되면, 그때서야 자신만만하게 왕년에 중국에서 무술을 배우던 자랑을 하며 제장을 웃기고, 뱀 있는 데로 살며시 기어가서 신칼로 단숨에 뱀을 쳐 죽인다. 이때 신칼은 대사(大蛇)를 퇴치한 영웅의 신검이 되어, 악신을 죽이는 주력을 어김없이 보여 준다.

<뱀장사놀이>는 사악한 뱀을 죽여 그 골을 후벼 파서, 인간의 생명을 살려내는 약으로 파는 데 극적 풍자가 있다. 징그러움․무질서․병․악과 같은 무형의 것들을 뱀으로 설정, 주력(呪力)을 가진 신칼로 죽일 때까지 술을 빚고, 뱀에게 술을 먹여 잠들게 하고 죽이는 과정에서 끝맺지 않고, 역설적으로 뱀의 골을 파는 장사를 함으로써, 뱀의 골은 생생력으로 환치되어 정력을 주는 약이 된다. 이리하여 수심방은 이곳저곳 약을 팔려 하지만 아무도 사지 않는다. 왜냐면 뱀골은 사신의 원한이며 죽음이며 병이기 때문이다. ‘사람을 죽이고 병을 고치는’ 약이라는 뱀골은 ‘나쁜 전상’으로 제장 밖으로 청소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심방은 본주의 인정을 받고서, 집안의 우환과 흉험을 가져오는 ‘나쁜 전상’을 밖으로 내놀리는 것으로 용놀이는 끝난다.

시왕올레에 들어선 연구자가 ‘열두시왕 당클’에서 다시 살펴봐야 할 이야기는 죽움에 대한 이야기다. ‘죽음’은 목숨[定命]이 다해 저승 가는 이야기이며, 제주신화 열두본풀이 중 ‘열두시왕당클’에서 다루어야 할 이야기는 ‘차사본풀이’, ‘명감본풀이’, ‘지장본풀이’ 이다. 

아이가 자라 열다섯 살이 지나면 성인이 된다. 어른이 되면, 모두 저승의 명부에 이승[현실 세계]에서의 정해진 수명이 기록돼 있다. 아무도 자신의 운명을 모르고 살지만, 신의 명부에는 기록돼 있다하며, 이를 정해진 목숨 ‘정명(定命)’이라 한다. 그러므로 ‘죽음’은 정명이 다되어 목숨이 끊어져 저승에 가는 것이다. 이승, 현실세계에서의 삶이 끝나고, 죽음을 맞이하고, 다음에 오는 또 하나의 새로운 삶으로서 저승에서의 삶을 풀이한 신화가 <차사본풀이>이다. 차사본풀이는 ‘죽음’과 죽은 영혼을 저승으로 보내는 장례, 저승에서의 삶과 이승과 저승의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풀이한 저승법전이다. 저승법은 순리에 어긋난 죽음, 악연에 의해 만들어지는 모순된 이승에서의 삶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맑고 공정한 굿법을 풀이해 나간다. 굿을 통하여 모순된 세상을 바른 저승법으로 풀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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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오상계> 용놀이의 한 장면. ⓒ 문무병

2. 본풀이와 열두시왕[十二十王]
제주 사람들 아니 아주 오래전에 탐라에 정착한 한민족의 후예들은 우주(宇宙) 공간 ‘신들의 세계’를 하늘에 두 신궁(神宮)이 있고, 땅에도 두 신궁이 있다는 4개의 신계(神界)로 우주공간을 나누었다. 여기서는 우선 하늘의 두 신궁, 하늘 제1궁 삼천천제석궁(三千天帝釋宮)과 제2궁 열두시왕궁[十二十王宮]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제주 사람들이 그리고 있는 하늘은 어떤 하늘이며, 관념체계로서 제주인의 우주관(宇宙觀)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우리 눈에 보이는 하늘은 세계 어느 지역의 사람에게도 똑같이 보이는 하늘, 낮이나 밤의 하늘을 보며 꿈도 꾸는 하늘이다. 하늘을 보며 태양의 운행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24절후를 가르기도 한다. 하늘의 달을 보며 계수나무가 박힌 달, 쟁반같이 둥근 달이라 노래하기도 한다. 신새벽의 동쪽 하늘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보고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저녁 석양을 노래하기도 한다. 하늘에 대한 관념체계는 동서양이 다르고, 나라마다 민족마다 다르며, 크리스도교와 불교의 주장이 다르며, 원주민마다 지니고 있는 원석 같은 의식이 다르다. 하늘에 천국이 있다고도 하고, 하늘을 우주 삼천대천세계라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 문화와 동질의 문화전통을 가진 요하문명과 괘를 같이하는 시베리아 바이칼 알혼섬의 부리야트 샤먼이라면, 하늘로 가는 길은 천해 바이칼의 동쪽 끝 호보이 곶, 알혼섬의 미여지벵뒤에서 천해 바이칼에 몸을 던져야 이르는 곳이 하늘이라 할 것이다. 또 한류 고조선의 샤먼들은 누구나 샤먼의 영혼은 몸[肉身]을 떠나 천상계와 지하계를 떠도는데 이를 엑스타시[脫魂]이라 했다. 이 이야기는 샤먼[巫-심방]은 그의 몸에서 신[神靈]이 나와 지하계와 천상계의 떠돌며 신들과 인간을 접신(接神)케 한다는 것이며, 신의 세계는 천상계와 지하계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샤먼[巫]의 접신체험은 신이 몸에서 나오는 엑스타시[ecstasy脫魂]의 반대현상 천상과 지하, 또는 자연을 떠돌던 외부의 신[神靈]이 몸으로 들어오는 포제션[possession憑神]의 접신체험도 이야기한다. 그러한 신 관념은 하늘의 신계와 지하의 신계를 같이 이야기한다. 그런데 제주의 신화 ‘본풀이’가 이야기하는 신들의 세계는 저승 지하계가 따로 있지 않고, 하늘에 또 하나 하늘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제주인의 신 관념을 이룬 ‘하늘 두 신궁’ 또는 ‘두 하늘’로 이야기하는 제주인의 우주관, 하늘에 두 개의 저승 신궁이 있다는 양궁론(兩宮論)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제주 사람들이 그리는, 꿈꾸는 하늘, 관념체계를 만들어낸 하늘은 두 하늘이며, 하늘에는 두 개의 저승 신궁이 있다는 것이다. 현실계에 살아있는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 이승이 아니라 죽은 사람이 사는 저승, 하늘 두 궁전[兩宮]이 있는 천상계는 제1궁, 삼천천제가 다스리는 궁전이란 뜻에서 삼천천제석궁(三千天帝釋宮)이 있으며, 이 궁전은 높은 신들의 궁전이란 뜻에서 어궁(御宮)이라 하며, ‘심방이 죽어서 가는 저승’이란 뜻에서 삼시왕[三十王]이라 한다. 그리고 하늘 제2궁 열두시왕궁은 달리 열시왕 또는 시왕[十王]이라고도 하며, 이곳은 ‘사람이 죽어서 가는 저승’이다. 사람이 죽으면 땅[地下]에 묻힌다. 그렇다면 사람이 죽어서 가는 저승은 죽은 사람이 묻힌 땅 지하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제주 사람이 죽어서 가는 시왕[十王]은 하늘에 있다 하며 지하의 세계를 인정하지 않는 제주인의 저승관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

제주인의 우주에 대한 상상력, 천상계에 세운 죽음의 세계, 인간이 죽어서 가는 저승, 열시왕[十王]은 하늘에 있다 저승관은 제주 신화 <차사본풀이>에 근거를 두고 있다. <차사본풀이>에 의하면, 저승왕 염라대왕을 이승에 잡아올 만큼 영리하고 똑똑한 차사 강림이가 죽었다. 저승왕 염라대왕과 이승왕 김치 원님은 서로 강림이를 자신의 부하로 삼으려 했다. 이승을 다스리는 김치 원님은 형체가 있는 강림이의 몸[肉身]을 가져갔고, 저승을 다스리는 염라대왕은 형체가 없는 강림이의 영혼[靈魂]을 가져갔다.

이리하여 강림이의 혼백(魂魄), 영육(靈肉)은 서로 이승엔 몸이 남고, 저승엔 영혼이 떠나, 육신은 이승에서 썩어 흙이 되었고, 저승왕이 가져가버린 강림이의 영혼처럼, 사람이 죽으면, 지하에 묻힌 육신은 썩어 없어지고, 죽은 사람의 영혼은 하늘에 올라간다고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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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시인.
그리하여 사람이 죽어서 가는 저승 열시왕[十王]이 하늘에 생겨나, 심방이 죽어 가는 저승 삼시왕과 두 개의 하늘 신궁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 사람은 오늘도 큰대[宇宙木]을 세워 신을 불러 하늘나라를 지상에 건설하고 굿을 하여 맑고 공정한 저승법으로 이승을 다스리는 법을 이야기 한다. 굿을 하여 신들의 세계를 지상에 건설하였던 것이다. 두 신궁 안에 있는 신들의 세계, 저승법으로 이승 현실세계를 제도하는 본풀이 굿법을 완성하였던 것이다. / 문무병 제주신화연구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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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민족의 시원, 천해 바이칼. ⓒ 문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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