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여·야 공천룰 안갯속 맞춤형 선거전략 대신 ‘닥치고’ 발품 선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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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라지는 4.13총선시계!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강창수, 현경보, 오영훈, 허용진, 강지용, 문대림, 위성곤, 강경필 출마예정자. ⓒ제주의소리
4.13 총선시계가 서서히 빨라지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서면서 여의도 입성을 노리는 제주지역 총선 출마예정자들의 행보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최대 관심사인 ‘공천 룰’ 확정이 늦어지면서 정당보다는 본인 위주의 스케줄로 민심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간혹 선거이벤트를 통해 존재감을 알리는 공중전도 병행한다.

제주지방 정가에 따르면 여·야가 내년 4.13총선과 관련해 현재 의견일치를 모은 것은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명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에 불과하다. 공천 룰, 선거제도 개편 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애가 타들어가는 건 뒤늦게 선거전에 뛰어든 정치신인들. 본선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발등의 불인 ‘공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건 다 동원하는 형국이다. 공천에 대비한 맞춤형 선거전략 대신 ‘닥·공’(닥치고 공략) 전략으로 공천 전쟁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 갑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강창수 전 제주도의회 의원(새누리당)은 오는 14일 ‘아껴놓은 제주, 아껴놓을 제주’ 출판기념회를 갖고, 초반 세몰이에 나선다. 관광학 박사인 강 전 의원은 자신이 생각해온 개발과 환경보전, 관광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말이 출판기념회지 사실상의 총선 출정식이나 다름없다.

제주시 갑 선거구에서는 뉴페이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까지 SBS에서 논설위원으로 근무했던 현경보씨(55)가 주변에 출마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적은 없지만 새누리당 입당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년간 방송기자를 하면서 여론조사 전문가로 알려진 그는 총선출마 신고식을 지난 11월4일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렀다. 고교 동문(제주일고 21회)인 원희룡 지사(25회)와는 국회의원 때부터 틈틈이 자문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창윤 JDC(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경영기획본부장도 금주 중으로 사직서를 내고, 본격적인 총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전 국회의원)의 최측근으로 제주지역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꼽힌다. 

서귀포시에 출마하는 허용진 변호사(새누리당)는 지난 9월 출판기념회(어머니께 드리는 매화 한 송이)를 통해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알렸다. 3년 전에 귀향했지만, 그 동안 지역정가에서 주목을 끌만한 행보는 없었던 그다. 10월27일에는 새누리당 입당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검사 출신의 강경필 변호사(새누리당)도 최근 서귀포시에 법률사무소를 개소하고, 본격적인 선거행보에 돌입했다. 추석 전에 입당기자회견을 한 데 이은 두 번째 선거이벤트다.

이날 개소식에는 서울대 법대 82학번 동기인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조해진 의원, 사법시험(27회) 동기인 권성동 의원이 참석해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 새누리당 법률지원단 부단장이라는 명함까지 받고,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야당에서는 문대림 전 제주도의회 의장(새정치민주연합)의 행보가 눈에 띈다. 지난달 20일 자전거를 끌고 나타난 그는 ‘주민 목소리 경청 투어’란 이름으로 성산포에서 모슬포까지 서귀포 전역을 누볐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를 방문할 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피켓을 든 사진을 SNS에 게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문 전 의장과는 ‘386 운동권’선후배 사이인 위성곤 제주도의회 의원(새정치민주연합)도 의정활동을 병행하며 공천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임기 만료 직전도 아닌 10대 의회 출범 1년3개월 만에 펴낸 의정활동보고서에서 도의원 10년의 성과를 정리, ‘정책통’ 이미지로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335회 정례회·336회 임시회가 끝나면 의원직 사퇴와 함께 공식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시 을 선거구에서는 오영훈 전 제주도의회 의원의 행보가 관심이다. 초반 복지국가정당 창당에 관여했지만, 노선 문제로 지금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공천방식이 결정되면 경선 참여 등을 최종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판을 흔들 변수 중의 하나다. 현재는 각종 행사장을 찾아 조급해하지는 않되 은근하게 밑바닥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총선시계가 빨라지고는 있지만 인지도가 낮은 정치신인들의 경우는 정치권 입문부터 호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명함을 배포하지도 못할 정도로 선거운동에 제약이 많아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예비후보 등록(12월15일) 이전이라도 개인 휴대전화를 이용한 문자메시지(최대 20통)를 발송하거나 인터넷을 통한 자기소개 홍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체육대회 장소 등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명함을 배포하거나 출마를 언급해서도 안 된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의원직을 활용한 각종 토론회·간담회 등 민원 행사는 정치신인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현역의원들은 이들 민원 행사를 통해 직접 유권자를 만나고 이들의 고충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든 A씨는 “정치신인들은 현행 선거법 상 다수에게 명함을 돌리는 것도 사전선거운동으로 간주돼 금지 된다”며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안됐지만 기득권의 높은 벽을 절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방정가에서는 여·야, 당내 주류-비주류 갈등 속에 선거제도 및 공천 룰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4.13총선 ‘게임의 룰’이 선거 직전에야 졸속 마무리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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