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정부의 '제주권 신국제공항 개발 타당성 조사 계획' 발표 이후 25년만에 제2공항 건설이 확정됐다. 제주도로서는 기존 공항 확장이냐, 새 공항 건설이냐는 지리한 논쟁을 끝내고 한길로 매진할 수 있게 됐지만, 일방적 부지 선정에 따른 주민 반발 등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 4조원이 넘는 막대한 사업비 조달방안과 기존 공항과의 관계 설정, 24시간 공항 운영여부, 에어시티 조성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제주의소리>가 제2공항 건설에 따른 과제 등을 연속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백년대계 제주 제2공항]③ 24시간-에어시티 하려면 성산읍 일대 수천명 이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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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주 제2공항 조감도.

"기존공항 확장이든, 신공항(제2공항)을 건설하든 중요한 것은 최대 규모로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24시간 공항이 돼야 한다"

"공항 개념은 활주로 추가 개념이 아니라 복합도시나 에어시티로 모든 경제활동을 공항 접근성을 1차적으로 두는 게 전세계적 추세. 제주도는 영종도 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갖고 있다" - 지난해 8월22일 '도정철학 간부공무원 워크숍' 특강에서 원희룡 지사 

국토교통부가 지난 10일 제주공항 인프라확충 타당성검토 용역 결과 제2공항을 건설키로 했고, 예정지는 서귀포시 성산읍(온평리 등 5개 리) 지역으로 선정했다. 

성산읍 지역에 들어서는 제2공항은 496만㎡(150만평)로, 현 제주공항 356만1679㎡(110만평) 보다 1.4배 가량 크다. 

사업비 4조1000억원이 투자되는 제2공항은 3200m 단일 활주로로, 2025년까지 완공되면 연간 2500만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국토부가 발표한 제주 제2공항은 그동안 원희룡 지사가 '주창'해왔던 '24시간 운항'과 '공항복합도시'(에어시티) 개념은 없었다.

지난 10일 용역 최종보고회에서 국토교통부 손명수 공항항행정책관은 "제주 제2공항은 24시간 운항한다고 결정된 바 없다"며 "현재 우리나라에 24시간 운항 공항은 인천공항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 정책관은 "제2공항은 24시간 운항을 전제로 한 공항이 아니라 가장 빠른 시간내에 시설확충이 가능하느냐"라며 "24시간 운항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소음피해 문제로 24시간 운항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용역진은 제2공항 건설로 70가구가 이주해야 하고, 소음피해는 수백가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소음피해가 제2공항이 들어서는 5개 마을(신산-온평-난산-수산-고성리)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공역(空域)까지 포함하면 시흥리와 성산리, 신천리는 물론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와 하도리, 상도리까지 소음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공항복합도시와 관련해서도 용역 책임자인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는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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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출범한 공항확충지원 종합대책본부. 원희룡 지사가 본부장을 맡았다.

김 교수는 "제2공항은 면적이 현 제주공항에 비해 1.4배 정도인 150만평 수준"이라며 "공항 부지 외에 마이스(MICE)나 문화센터 부지는 확보했지만 에어시티는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신 김 교수는 "제2공항이 들어선 후 제주도가 배후도시개념으로 도시계획을 하게 되면 가능할 수도 있다"며 여지를 뒀다. 

국토부와 용역진의 설명을 곱씹어 보면 이번 용역에 '에어시티'나 '24시간 운항' 문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손명수 정책관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연구용역과정에서 제주도로부터 24시간 운항에 대한 연구 요구는 전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국토부와 용역진이 24시간 운항과 공항복합도시에 부정적인 언급을 하자 원 지사는 서둘러 가능하다는 발언을 쏟아냈다.

원 지사는 국토부 발표 다음날인 11일 공항확충지원 종합대책본부 개소식에서 "기본적으로 제주에 24시간 운항하는 공항이 필요하다"며 "제2공항을 24시간 운항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원 지사의 제2공항 24시간 운항 전제 조건은 '공항복합도시'와의 연계였다.

원 지사는 "인천국제공항이나 전세계적으로 24시간 운항하는 공항 주변에는 주거지역이 없다"며 "공항복합도시에 국비를 투입하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공항복합도시를 통해 상업지구로 흡수하게 되면 24시간 운항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장담했다.

원 지사는 "어제 제주 공항 인프라 확충 타당성 용역에는 24시간 운항이나 앞으로 운영계획 등이 포함돼 있지 않은데 그것은 안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점과 권한 등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항복합도시는 공공과 민자를 통해서 하겠다는 의중도 드러냈다.

원 지사는 "공항복합도시는 도민 자본으로 경영권을 가질 시설"이라며 "도민 자본과 외부자본을 유치해서 공항복합도시를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의 발언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공항 주변을 거주지역이 아니라 '상업지구'로 만들겠다는 것이어서 수천명의 이주가 필요하다.

천문학적인 이주 비용과 소음피해 배상 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허종 한국항공정책연구소 박사는 새롭게 생기는 제2공항에 대해 '에어시티' 개념이 아닌 '관광인프라 자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박사는 "제2공항이 과연 인천공항이나 두바이공항,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처럼 관문공항이나 허브공항이 될 수 있느냐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니"라며 "제주공항은 지역공항으로서, 좀 더 극단적으로 좁혀서 말하자면 관광인프라자원"이라고 규정했다.

허 박사는 "인천공항, 간사이공항 등 거대공항에서 에어시티를 건설했지만 에어시티 건설 성공사례가 하나도 없다"며 "환승객을 주 고객으로 하는 허브공항도 에어시티 성공하기 힘든데 손님을 받기 위한 제주공항에서 에어시티를 추진하는 것은 과욕"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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