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정부의 '제주권 신국제공항 개발 타당성 조사 계획' 발표 이후 25년만에 제2공항 건설이 확정됐다. 제주도로서는 기존 공항 확장이냐, 새 공항 건설이냐는 지리한 논쟁을 끝내고 한길로 매진할 수 있게 됐지만, 일방적 부지 선정에 따른 주민 반발 등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 4조원이 넘는 막대한 사업비 조달방안과 기존 공항과의 관계 설정, 24시간 공항 운영여부, 에어시티 조성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제주의소리>가 제2공항 건설에 따른 과제 등을 연속적으로 짚어본다.[편집자주]

[백년대계 제주 제2공항]⑤ 관제 여론몰이보다 진정성 있는 소통행정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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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공항 타당성 용역결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이 최적지로 결정됐다. 국토교통부의 용역 결과 발표 직후부터 제주도 유관기관은 물론 관변단체가 총동원돼 '제2공항 환영' 광고와 현수막으로 제주도가 '도배(?)'되고 있다. 후보지역을 중심으로 주민 갈등 사례가 불거지는 가운데, 이같은 관주도의 여론전은 자발적인 제2공항 도민여론 결집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 구태 행정이란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무슨 일인지 현수막 글귀도 약속이라도 한 듯 '현 공항시설 확충 활용, 제2공항 건설 확정 환영' 등으로 동일하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누군가는 날벼락이라 한다. 또 누군가는 마을공동체를 파괴하는 비민주적 결정이라 한다. 다른 누군가는 제주 백년대계의 대역사(大役事)라 한다.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방안으로 기존 제주국제공항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제2공항을 건설하는 것으로 결론 났지만 도민사회 찬반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갈등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행정의 열린 소통과 도민사회 역량 결집이 절실한 이유다. 

  거리 곳곳 '환영 현수막'이 씁쓸한 이유  

미래제주 100년 프로젝트로 진행된 제주공항 인프라 조기 확충 사전타당성 연구용역 최종 결과, 지난 10일 제2공항 최적입지로 서귀포시 성산읍 일원이 결정된데 따른 도민들의 반응은 온도차가 있다. 

제2공항 용역결과 발표를 놓고 환영의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최적 입지로 낙점된 성산읍 지역주민들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아 반응이 엇갈린다. 이 때문에 도민사회도 크게 술렁이고 있다. 

용역 최종결과 발표 직후 원희룡 도지사와 구성지 도의회 의장은 발 빠르게 공동담화문 발표를 통해 제2공항 건설은 제주 미래발전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최대 현안이라며 도민사회의 협조를 간곡히 당부했다.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은 미래제주로 가는 든든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명분이 있다고 무조건 박수를 받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갈 길은 멀고 첩첩산중을 넘어야 한다. 

지난 25년간 논의만 거듭하면서 표류하던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방안이 이제 명확한 결론을 내고 역사적 대사업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면 그 어느 때보다 진정성 있는 행정의 소통 노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여기저기 내걸리는 관변단체들의 ‘제2공항 건설 결정 환영’ 현수막과 연일 쏟아지는 도 유관기관·단체들의 환영 언론광고가 도민사회의 진정한 환영 분위기를 담아낸 것인지는 의문이다.  

<제주의소리>가 입수한 제주도의 ‘공항인프라 갈등 대응 세부추진 계획’ 자료에 따르면 (제2공항) 추진단계별 예견되는 갈등을 구분 관리하기 위한 방안과 당면사항 추진 계획 등을 수립해 놓았다. 

특히 ‘행정사항’ 부분에 각 실국·본부는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의 당위성 도민홍보를 위해 ‘현장 도지사실 운영’ 뿐만 아니라, 교육, 단체회의, 세미나, 간담회 개최 등과 함께 범도민 환영분위기 조성을 위해 도내 유관기관 및 읍면동에 환영현수막 게첨하는 계획을 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 타당성 용역 결과를 발표한 직후부터 연일 쏟아지고 있는 광고들이 모두 도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고 있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과거부터 너무나 익숙한 관주도의 대대적인 '관제 여론몰이'다. 구태에 다름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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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가 지난 15일 드론을 띄워 촬영한 제2공항 부지인 성산읍 항공 사진. 해안 끝자락에 성산일출봉 등이 한눈에 조망된다. / 촬영=박재홍 PD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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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가 만든 '공항인프라 갈등 대응 세부추진계획' 자료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범도민 환영분위기 조성을 위해 도내 유관기관은 물론 읍면동 전역에 환영현수막을 게첨(빨간선 안)하도록 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관 주도 현수막 아니냐'에 원 지사 "실태 조사하겠다" 답 짤막 

도내 모 사단법인 대표자는 “물론 제주 제2공항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공항 건설기간을 단축시키고 정부지원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도민여론 결집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도 백배 공감한다”면서 “우리 단체에도 제주도로부터 제2공항 환영광고 협조 요청이 왔다”고 말했다. 

이 대표자는 이어 “도정의 요청 없이도 필요하면 환영 현수막이든 또 다른 방법이든 자발적으로 할 수 있다. 그렇게 되도록 설득하고 소통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그러나 원희룡 도정마저 과거 도정들이 답습하던 광고나 현수막 도배로 여론을 포장하려는 건 때만 되면 등장하는 구태다. 이런 관습적 행태로는 성숙한 도민여론을 형성시켜내기 어렵다”고 질책했다.  

마침 19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335회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김경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원 지사에게 “제2공항 결정 축하 현수막이 시내 곳곳에 걸려 있다. 그러나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모두 관에 의해 동원된다는 얘기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원 지사는 “실태를 조사하겠다”는 매우 짧은 답변만을 남겼다. 보기에 따라 우문(愚問)에 우답(愚答), 현문(賢問)에 현답(賢答)일 수 있다. 질문도 답변도 실체에 접근하지 않았다. 

제2공항은 입지와 관련해 개발사업의 면적과 규모가 크고 사업기간이 장기간임을 감안할 때 지리적 범위와 환경영향 등에 대한 갈등요인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입지갈등은 ‘공항 인프라’라는 특성상 ‘기피시설(NIMBY)’ 갈등과 ‘유치시설(PIMFY)’ 갈등 두 가지가 모두 공존하게 된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마을공동체 파괴라는 첨예한 찬반갈등을 선행학습한 제주도가 내놓은 갈등 대응방안의 일환인 이 같은 광고 여론전은 낙제 수준이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공항 부지에 포함된 주민들의 반응이 격하다. 제2공항 건설 예정지의 70% 이상 편입된 성산읍 온평리는 지난 16일 비공개로 마을 임시총회를 열고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대책위를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난산리와 신산리 등 성산읍 주민들은 공항건설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당연히 예상 가능한 반응이다. 누대로 발 딛고 살아온 고향 땅과 터전이 하루아침에 공항부지로 결정됐는데 쉽게 동의할 주민이 몇이나 있을까. 용역결과 발표에 따른 도민환영 분위기는 늦가을 내린 비에 초라하게 젖은 채 이 길 저 길에 내걸린 현수막으로 조성되는 것이 아니라, 원 도정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도민사회와 열린 소통을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지적에 먼저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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