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의 김태환 vs 현명관 가상대결…'입당 반대파' 힘 실릴듯
새 변수로 등장…"결국 가지말라는 것 아니냐"

5·31 지방선거 공천을 위한 잣대로 활용된 여론조사를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최근 도의원 후보 경선 여론조사 결과가 전산상 오류로 뒤바뀌면서 잔뜩 불신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도처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 이를 제대로 보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가상 대결'이라는 추정 도구까지 여론조사에 반영되면서 미묘한 정치적 기류마저 흐르고 있다. 이러한 중심에는 당연히 선거를 40여일 앞둔 제주도지사 후보가 있다.

결론적으로 지난 중앙일보의 우리당 김태환 대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의 '가상 대결'에 이은 한라일보 도민여론조사에서 보여준 두번째 가상대결은 오히려 김태환 지사가 열린우리당행으로 향하는 발길을 붙잡는 셈이 됐다.

중앙일보 가상 대결...(열)김태환 대 (한)현명관=43%:28%...15P 차이

▲ 중앙일보 가상대결 결과
지난 18일 중앙일보가 지난 12~15일 제주지역 유권자 61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최대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0%p) 결과 김 지사가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왔을 때 현 후보와의 지지도 격차는 43%:28%로 무려 15포인트 차이가 있었다.

열린우리당 진철훈 후보와 현 후보와는 27% 대 31%로 나타나 오히려 진 후보가 열세인 것으로 나타난 것.

물론 현재 무소속인 상황과 '가상대결'이라는 문제가 없진 않지만 우리당의 입당 제의와 함께 이런 저런 '저울질'을 하고 있는 김 지사측에서는 결코 싫지 않은 결과였다.

열린우리당 도지사 후보보다도 당적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단 우리당 후보보다 상대후보에 대한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새 상황은 달라졌다.

한라일보 가상대결... (열)김태환-(한)현명관-(무)김호성= 38.3% : 34.0% : 7.1%...4.3P 차이

21일 보도한 한라일보의 가상대결에서는 김 지사쪽에서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날 김 지사가 무소속이 아닌 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한나라당 현 후보와 무소속 김호성 후보간 '3파전으로 벌인 '가상대결' 결과 지지율에서 (우)김태환 38.3%, (한)현명관 34.0%, (무)김호성 7.1%순으로 나타났다.

▲ 한라일보 가상대결 결과(맨 오른쪽)
한라일보사와 (주)한길리서치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16∼17일 이틀동안 만 19세 이상 성인 남·여 5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번 조사 방식(표본오차:95% , 신뢰수준 ±4.4%P)을 감안하면 바로 두 후보간 지지율이 오차 범위(±4.4%P)내로 좁혀진 결과가 된 것이다.

여기서 중앙일보 조사 시점 보다 3~4일 늦게 이뤄졌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이는 최근 김 지사의 지지도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특히 무소속으로 나온 4파전에서 김 지사(34.3%)와 현 후보(26.3%)간 지지율 차이가 8%P이던 것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3파전이 됐을 때 양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배 가량 좁혀진 것 또한 적잖은 문제점을 시사해 준다.

'머리 아픈 김 지사'....우리당 입당 '반대론자' 입김 세져

김 지사 캠프 내부에서도 이번 결과를 놓고 옥신각신 말들이 많다.

물론 표본수가 610표, 500표의 많다고 볼 수 없는 샘플이긴 하지만 적지 않은 '경향성'은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사 내부에선 김 지사의 우리당행에 대해 마뜩찮아 하는 지지세력들이 적지 않다. '명분도 없고 실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이들 나름대로의 분석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열린우리당을 반대하는 주변파에게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

결국 김 지사로서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측근들은 어떻게든 설득할 수 있겠지만 이미 본격 선거가동을 위한 '판'이 상당부분 꾸려진 상황에서 당(黨) 이적으로 인한 '분란'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게 그 이유다. 한마디로 '왜 지는 판으로 들어가느냐'는 것이다.

'왜 지는 판으로 들어가느냐?..."결국 가지 말라는 뜻 아니냐?' 압박

실제 이번 여론조사 결과로 토대로 반대측에서는 김 지사에 대해 '설득'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지사의 열린우리당행에 대해 찬성파와 반대파로 의견이 엇갈린 상황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잇따른 여론조사 결과로 반대 입장이 힘이 실리게 된 것은 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정책준비팀에서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당 선택에 따라 '정책의 방향'이 달라질 것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일련의 가상 대결 조사결과가 열린우리당에는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지지율이 어떻게 변화할 지 예측할 수 없겠지만 적잖은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김 지사가 결정해야 할 시점은 다가 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중앙당으로부터의 압박도 거세다. 언제까지 질질 끌 수가 없다는 것 또한 우리당의 입장이다.

더욱이 지방정가와 도민 사이에서는 진 후보의 입장을 고려하더러도 더 이상 끄는 것은 도의적으로 바람직 하지 못하다는 쓴지적도 흘러나오고 있다.

최종적으로 '장고의 명수'인 김 지사에게 어떤 판단이 나올 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일련의 여론조사는 또 한번 '장고의 묘미'를 던져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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