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월 안주 삼아 동창회 밤은 깊어간다
지난 세월 안주 삼아 동창회 밤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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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우리 곁으로 온다. 매주 한편씩. 시보다 사람이 큰 시인 김수열. 제주 섬에서 나고 자란 그가 30여년 정들었던 교단을 떠나며 시를 담은 도시락(島詩樂)을 들고 매주 월요일 아침, 독자들과 산책에 나서기로 했다. 살다가 시가 된 제주 시인과 그들의 시를 김수열 시인이 배달한다. 섬(島) 시인들이 토해 낸 시(詩)가 주는 소박한 즐거움(樂)이 쏠쏠할 테다. 시 낭송은 시를 쓴 시인이 직접 맡고, 김수열 시인은 시 속에 살아 숨 쉬는 소리를 끄집어내 우리에게 들려주기로 했다. 우리의 일상과 너무나 가까운, 우리의 생각과 너무나 닮은 시인의 목소리로.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가슴을 든든히 채워줄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 산책’에 <제주의소리> 독자들도 함께 동행하길 기대한다. [편집자]
 

[김수열 시인의 도시락(島詩樂) 산책](41) 동창회의 밤 / 고성기


매일 만나 좋은 사람
십 년 넘어 만나는구나
이제는 이름도 잊어 반백이 다 된 얼굴
손 잡고
소줏잔 권하면
세월은 안주로 씹고

세상사 술보다 써
삼키기 힘들구나
가슴에 상처 난 놈들 끼리끼리 모여 앉아
성공도
또한 실패도
술잔 속에 녹아들고

아들 자랑 아내 자랑
팔불출이라 하면서도
오십 넘은 중턱에서 술안주가 있어야지
손주놈
새봄에 본다며
허허 웃고, 가슴은 비고

이제는 노래하자
신나게 춤도 추자
남행열차 흥겨움도 어느덧 비 내리면
창밖에 
싸라기 녹듯
젊음은 지는 것인가


고성기 : 『시조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섬을 떠나야 섬이 보입니다』, 산문집『내 마음의 연못』 등이 있음.  

어느덧 12월도 한 주일을 지나고 있습니다.
‘다사다난’으로 표기하기엔 무언가 부족한,
숨차고 가파르게 달려온 을미년 한 해가 뉘엿뉘엿 수평선으로 이울고 있습니다.
그래도 내일, 다시 해가 뜨겠지요. 못다 한 일들, 잘 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송년을 아쉬워하는 자리가 마련되곤 합니다.
동호인 모임도 그렇고 동창회 모임도 그렇습니다. 가는 해를 보내고 오는 해를 마중하자는 자리겠지요. 
술잔을 돌리며 웃고 웃어도 돌아서면 왜 이리도 가슴이 서늘한지요?
집으로 가는 길이 왜 이다지도 버거운지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누군가의 말에 한 표 던지고 싶은 날입니다. / 김수열

김수열실천문학으로 등단시집으로 어디에 선들 어떠랴생각을 훔치다빙의』 등이 있음4회 오장환문학상 수상.

* 시·시낭송 / 고성기 시인
* 도시락(島詩樂) 배달 / 김수열 시인
* 영상 제작 / <제주의소리> 박재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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