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읍 수산1리 비대위 “공항 코 앞에 천연기념물…제2의 강정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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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제2공항 예정지와 수산굴 위치도 /제공=수산1리 ⓒ제주의소리

주민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는 제주 제2공항과 관련, 이번엔 환경 파괴 우려가 제기됐다. 성산읍 일대에 분포한 학술적 가치가 높은 용암동굴들이 제2공항으로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문제제기다.

제2공항 수산1리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오찬율 이장)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용암동굴 훼손 우려를 제기했다.

비대위는 “공항 예정부지 왼쪽 650m 지점에는 천연기념물 제467호이자 세계에서 7번째로 긴 수산동굴이 위치해 있다. 수산동굴은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아 ‘비공개 보존 연구동굴’로 지정돼 있다”며 “붕괴위험이 높기에 철저한 관리가 시급한 동굴”이라고 밝혔다.

수산동굴은 2006년 천연기념물로 등록됐다. 현재 공개제한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관리와 학술 목적 등으로 출입하고자 할 때만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 출입할 수 있다.

비대위는 “용암선반 등 이 동굴의 지형지물은 주굴보다 가지굴 부분에 잘 보존되고 있다”며 “수산동굴 발굴 당시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국토부가 발표한 신산지구 내륙형 공항 부지 안으로 가지굴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수산동굴은 남쪽으로 내려와 예정 공항부지 방향으로 길게 뻗어가는 모양을 하고 있어, 여기 안에 수많은 가지굴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2003년 문화재청의 ‘제주도 천연동굴 일제조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공항예정부지 인근에는 ‘가’급인 수산굴을 비롯해 학술적 가치가 있는 굴이 32곳 있다”며 “제2공항이 들어선다면 이런 학술적 가치가 있는 용암동굴의 훼손은 뻔하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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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제2공항 예정지 근처 용암동굴 분포도/제공=수산1리 ⓒ제주의소리

또 “공항예정부지 내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치 있는 용암동굴이 추가로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공사 중에 학술적 가치가 있는 용암동굴이나 수산굴의 가지굴이 발견된다면 제2공항 건설은 당연히 중단 돼야 하고 부지 자체도 전면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는 “천연 용암동굴 지대로 가득한 이 지역을 제2공항 부지로 선정한 것 자체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검토항목 중 ‘확장성’과 ‘환경성’ 부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부실 용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예정대로 공항이 들어선다면 환경단체 반대에 부딪쳐 강정마을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이것은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를 내세우는 원희룡 도정의 기치와도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번 용역 결과가 반영돼 신산지구 내륙형으로 제2공항 부지가 확정 고시된다면, 전국의 환경단체와 제주도 용암동굴 훼손을 반대하는 모든 이들과 연대해 싸워 나갈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수산1리 비대위가 환경파괴 문제를 제기하고, 환경단체들과의 연대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제2공항 예정지에 포함되는 성산읍 신산·온평·난산·수산1·수산2·고성리 등 6개 마을 중 고성리를 제외한 5개 마을은 비대위를 출범하는 등 마을 차원의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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