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수 칼럼] 제주 제2공항과 강정마을 / 천주교제주교구 복음화실장 고병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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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로 성산읍 일대를 확정해 발표하면서 이 지역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은 제2공항 부지로 선정된 성산읍 지역 항공사진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몇 주 전 정부가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방안으로 제주도 성산읍 지역에 제2공항 건설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이에 원희룡 제주도정은 “제주 미래를 이끌 제2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공식적인 반응을 내놨다. 제2공항 문제는 그 즉시 제주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벌써부터 도민들 사이에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오가고 여기저기서 파열음마저 솔솔 터져 나오고 있다. 특별히 해당지역의 주민들은 관심과 기대보다 걱정과 우려로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는 제2공항의 필요성과 해당 예정지역을 선정해서 발표한 것뿐이다. 사실상 그 외의 모든 것은 예정이고 계획단계다. 시쳇말로 백지에 점 하나 찍었을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환경영향평가는 고사하고 기초적인 예비타당성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저러한 돌출변수들이 무수히 산재해 있다. 단적으로, 주변의 상황 변화와 주민들의 반응여하에 따라 어떻게 될지 예측불허다. 그런데 왜 이다지도 마음 한편에서부터 왠지 모를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강렬하게 밀려드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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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오후 7시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산리 마을에서 열린 제2공항 신산리 비상대책위원회의 제2공항 부지선정 백지화 촉구 촛불집회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아마도 강정마을이 오버랩 돼 다가왔기 때문이리라. 호사가들은 강정마을과 제2공항 건설이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업의 필요성과 당위, 찬반논란을 떠나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느냐에 따라 그 이상도 이하도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도대체 풍요롭고 평화스럽던 제주 최고의 강정마을이 극심한 갈등과 분열에 휩싸이게 될 줄을 누가 알았나. 그것은 주민들의 원의와 무관하게 사업초기부터 일방적으로 추진한데 따른 뼈아픈 결과다. 여기다 무분별한 현실적 이익과 편향된 이념을 앞세워 견강부회(牽强附會)식으로 분위기를 조성한 탓도 매우 크다. 이제 어찌 할 것인가.

다시는 그런 실책(失策)을 반복해선 안 된다. 만일 그랬다간 제주도의 미래가 암울하다. 주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주지는 못할망정 눈물을 흘리게 해서야 되겠는가. 아무리 미래발전을 위한 일이라 해도 주민들의 동의 없이는 모래성에 짓는 것과 같다. 애당초 포기하는 게 낫다. 한낱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부해 버리고 위에서 마구 덧씌우는 추진방식으론 분열과 갈등을 깊게 자초할 뿐이다. 특별히, 우리 제주도민은 누구나 괸당이고 이웃사촌으로 살아와서 갈등의 골은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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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제주교구 복음화실장 고병수 신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지방과 달리 넓고도 깊다. 한 마을의 아픔은 도미노처럼 금세 퍼져 제주도 전체의 아픔으로 다가옴을 보아오지 않았는가. 국책사업에 앞서 주민들과의 소통과 대화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나아가 그것은 향후 국책사업의 성공과 실패의 가늠자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원희룡 지사는 뭐니 뭐니 해도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심정으로 주민들을 두루두루 만나면서 최대한 공(功)을 들이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 또한 일점일획도 틀림없이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해주고 공명정대하게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 결과를 토대로 제주도의 비전과 가치를 절대적으로 고려하면서 긴 호흡으로 한 걸음씩 가야한다. 이럴 때 분열과 불신의 어두운 장막들을 조금씩 걷어내고 우리 고장 제주도가 참된 미래 발전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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