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올해의 제주 키워드] ② 메르스...관광업계 타격 심각, 체질 개선의 기회로

2015년 을미년, 청양의 해는 양처럼 온순하고, 온유하길 빌었지만 120년전 을미년처럼 한국사회와 제주사회엔 격랑이 일었다. 교수사회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을 정도다.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가오는 병신년(丙申年)은 무사안녕의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제주의소리>가 2015년 제주사회를 관통한 ‘5대 키워드’를 선정해 정리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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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병원에 설치됐던 메르스 의심환자 임시진료소. ⓒ 제주의소리DB

올 한해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든 핵심 이슈 중 하나는 중동호흡기중후군(메르스)이었다. 지난 5월 20일 ‘1번 환자’가 국내 최초로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여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정부가 나서 ‘전파력 판단이 미흡했다’고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6월 1일 첫 사망자가 발생했고, 격리 대상자가 682명으로 급증했다. 그야말로 전국이 비상이었다.

제주도는 기존 방역상황반을 대책본부로 확대하고 공·항만을 대상으로 발열감시를 벌였다. 수학여행과 행사 등이 연기되고, 제주지역에서도 의심신고자와 격리자가 이어졌다. 다행히 ‘음성’판정이 계속 나오면서 ‘메르스 청정지역’의 지위를 이어갔다.

갑자기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6월 1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A씨(42)가 확진 판정 전 제주 여행을 한 것으로 확인된 것. 중문관광단지 내 제주신라호텔에 투숙했고, 여러 관광지를 돌아다닌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은 커졌다. 호텔은 영업을 잠정 중단했고, 직원들은 격리됐다. A씨의 잠복기간이 지날 동안 양성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제주 여행에서 접촉됐을 것으로 의심된 179명 모두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으면서 비상사태는 종료됐다.

마침내 7월말 원희룡 지사는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메르스 청정지역’의 지위를 지켜낸 것이다.

오종수 제주도 보건위생과장은 “메르스환자 최초 환자 발생이후 모든 업무가 마비되고 모든 현안이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정도로 메르스는 우리나라를 뒤흔드는 최대 화두였으며, 제주 역시 잠복기 환자 방문으로 한차례 회오리 바람이 불어 닥쳤다”고 말했다.

오 과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를 신종감염병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질적으로 성장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유관기관과의 정보시스템 구축과 위기 상황시 도와 행정시, 보건소의 비상근무체계 유지, 초기 선제적 대응만이 신종감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귀한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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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열 검사가 진행중인 제주국제공항. 타 지역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오자 제주도 보건당국은 공항과 항만 등 제주와 타 지역을 잇는 주요 관문에서 발열검사를 실시했다. ⓒ 제주의소리DB

그러나 생채기는 남았다. 무엇보다 관광업계는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특히 외국인관광객 수 감소가 두드러져 제주관광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했다.

6월 한달 제주지역 외국인관광객 수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4.3% 감소했고, 7월에는 80.3%나 급감했다. 제주가 메르스 종식선언을 한 뒤에도 여파는 이어져 8월에는 55.3%, 9월에도 22.8%, 10월에도 10.2% 감소했다.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작년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타 지역에서 메르스가 한창인 6월 초순에는 업체에 따라 예약된 중국관광객의 50%가 취소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이 가장 컸던 시기인 6월 1일부터 6일까지 메르스로 제주관광을 취소, 연기한 외국인 관광객은 4792명에 이르렀다.

올 7월 제주지역 관광호텔의 예약률은 10~15% 수준, 6~8월 성수기 전세버스 가동률은 5% 수준에 그쳤다. 일부 관광업체는 휴업을 하고 직원들은 무급휴가를 떠나기도 했다.

후반기에는 감소폭이 줄어들었지만, 메르스 여파로 올해 외국인관광객은 작년보다 22% 감소했다. 중국인들은 일본 등 타 국가로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업계에서는 메르스 시태를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제주도관광협회와 제주관광공사가 동남아, 무슬림 등을 타깃으로 관광시장 다변화를 추진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고승익 제주도관광협회 마케팅 국장은 “지난 30년간 제주에 가장 큰 관광 주력시장이었던 일본시장이 무너지고, 이번 메르스 사태로 중국인들이 타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을 보면서 지금 특정국가의 관광객이 많이 온다고 해서 여기에 안주해서는 언제든지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며 “일본 시장 부활과 동남아, 무슬림 시장 유치를 위해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스는 제주관광에 작년 세월호보다 비교가 안될 정도로 큰 타격을 줬다”며 “당시 중국전문여행사는 개점휴업 상태였고 현재도 그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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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한라병원에 설치됐던 메르스 의심환자 임시진료소. ⓒ 제주의소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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