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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1일 제주해군기지에서 열린 제주기지전대 창설식에서 윤태정 전 강정마을회장이 제3함대 사령관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2015 제주 5대 키워드] ③ 제주해군기지..."완공돼도 감시·저항 계속"

2015년 을미년, 청양의 해는 양처럼 온순하고, 온유하길 빌었지만 120년전 을미년처럼 한국사회와 제주사회엔 격랑이 일었다. 교수사회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을 정도다.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가오는 병신년(丙申年)은 무사안녕의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제주의소리>가 2015년 제주사회를 관통한 ‘5대 키워드’를 선정해 정리했다. [편집자 주]

12월1일 제주기지전대 창설식이 열린 제주해군기지 연병장. 수백여명의 군인과 군무원들이 지휘대에 오른 해군 3함대 김종일 사령관(소장)을 향해 일제히 거수경례를 했다.

제복을 입은 해군 간부들 사이에는 제주해군기지 강정마을 유치를 주도한 윤태정 강정해군기지 유치단장(전 마을회장)도 자리하고 있었다. 행사 후에는 김 사령관이 직접 감사의 인사까지 건넸다.

같은 시각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는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저지범대위 등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제주해군기지와 제주기지전대 반대’ 기자회견이 열렸다.

수많은 공사차량이 내뿜는 매연과 먼지를 뒤로하고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이 비장한 모습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군사적 긴장 속에 제주해군기지는 동아시아의 화약고가 될 것입니다”

2007년 4월26일 찬성측 마을주민들이 기습적으로 강정마을 임시총회를 열어 제주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내린 뒤 8월8개월만에 제주해군기지에 군부대가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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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16일 강정마을 의례회관에서 차기 강정마을회장 선출을 위한 마을 임시총회가 열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 제주해군기지와 ‘강정마을회장’

당시 마을총회는 강정마을 전체 유권자 1500여명 중 86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박수 동의를 거쳐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다. 마을 각 자생단체와의 사전 협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튿날 윤태정 강정마을회장은 제주도청을 찾아 김태환 도지사에게 해군기지 유치사실을 알렸다. 오전 10시에는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군기지 유치 지지를 선언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민들은 “해군기지를 유치하게 되면 지역경제 발전은 물론 제주도 전체에 막대한 경제효과를 가져온다. 정부의 후보지 지역 투자계획을 100% 신뢰한다”고 밝혔다.

후폭풍은 거셌다. 마을 내부에 반대 목소리가 커졌고 강정마을회는 2007년 8월11일 임시총회를 열어 윤태정 마을회장을 전격 해임하고 강동균씨를 신임 마을회장으로 선출했다.

마을회 감사단이 소집한 총회에 참석한 마을주민은 436명이었다. 이중 절대다수인 416명이 윤태정 마을회장 해임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15명. 나머지 5명은 무효표였다.

그리고 지난 12월16일 차기 강정마을회장을 선출하는 마을 임시총회에서 마을주민들은 현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다. 2위 후보와는 단 18표차의 접전이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주민 참여도다. 이날 총회에는 마을주민 418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400여명의 주민들이 마을총회에 참석한 것은 2007년 이후 8년만이다.

강정마을회는 크루즈터미널 수용 안건과 마을회관 매각의 건을 처리하기위해 올 한해에만 세차례 이상 임시총회를 열었지만 단 한번도 재적인원 100명을 넘기지 못했다.

조경철 회장은 이날 당선 소감에서 “많은 주민들이 아직 해군기지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해 경험자를 선택한 것 같다. 앞으로 주민 의견을 수용해 마을발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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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31일 국방부가 강정마을에서 해군관사 건설 반대를 위한 천막 철거 대집행에 나서자, 강정마을에 4년만에 망루가 등장했다. ⓒ제주의소리
# 제주해군기지와 ‘망루’

8년간 해군기지 찬반 활동이 이어지면서 올해도 연초부터 강정마을에 공권력이 투입됐다. 해군은 20대 청년들을 용역 아르바이트로 대거 투입했고 강정에는 4년만에 망루가 등장했다.

해군은 지난 1월31일 강정마을 내 군인관사 앞 천막을 철거하겠다며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이를 위해 경찰은 전경대와 기동대 사복경찰 등 경력 1000여명을 전날부터 현장에 투입시켰다.

강정마을 주민과 평화활동가들은 10m 높이의 망루를 만들어 쇠사슬에 몸을 감는 등 격렬히 저항했다. 반대측과 경찰의 대응은 장장 15시간 동안 이어졌다.

결국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가 중재에 나서면서 밤 9시를 넘어서야 양측의 대치는 끝이 났다. 이 과정에서 조경철 강정마을회장 등 24명이 경찰에 연행되고 8명이 부상을 당했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곧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조 회장은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져 최근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제주해군기지 해상공사를 맡은 시공사들은 해군기지 반대측의 집회 등으로 공사가 지연됐다며 올 한해 삼성물산이 360억원, 대림산업이 231억원의 배상금을 해군측에 청구했다.

정부는 이 같은 배상금에 대해 해군기지 반대단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다만 구상권 행사 범위와 대상을 특정하기 어려워 실제 구상권 청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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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22일 제주해군기지에 제7기동전단의 7600t급 이지스구축함인 율곡이이함이 입항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 제주해군기지와 ‘제7기동전단’

그 사이 해군은 공사에 속도를 냈다. 지난 9월 세종대왕함을 시작으로 10월까지 구축함과 초계함, 상륙함 등 해군군함 22척을 차례로 제주해군기지로 보내 부두 계류 시험까지 마쳤다.

해군은 연말 해군기지 준공에 앞서 지난 12월1일 제주해군기지 내 지원부대인 제주기지전대를 창설했다. 제주기지전대는 항무와 군수 등 지원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중심의 부대다.

12월22일에는 부산과 진해에 분산된 제71기동전대와 제72기동전대를 통솔하는 해군 최초의 기동전단인 제7기동전단을 제주해군기지로 통합 이전시켰다.

제7기동전단은 7600t급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과 문무대왕함, 충무공이순신함, 대조영함, 왕건함, 강감찬함, 최영함 등 6척의 함정을 보유해 독립작전이 가능한 통합전투 부대다.

209급 잠수함을 보유한 제93잠수함전대까지 제주로 이전을 완료하면서 제주해군기지는 4개 전대가 생활하는 해군통합 기지로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부대 이전이 모두 마무리되면 함정인력 2500여명과 제주기지전대 600여명 등을 포함해 4000여명의 군인들이 제주로 향한다. 군인 가족을 포함하면 7000여명이 제주에서 생활할 전망이다.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은 “해군기지가 완공돼도 생명평화의 강정마을 가치에는 변함이 없다”며 “미군 함정의 입항과 마을 황폐화 등 우려되는 사안에 대한 감시와 저항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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