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올해의 제주 키워드] ④ 부동산…실수요자·투기세력 혼재 그야말로 광풍

2015년 을미년, 청양의 해는 양처럼 온순하고, 온유하길 빌었지만 120년전 을미년처럼 한국사회와 제주사회엔 격랑이 일었다. 교수사회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을 정도다.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가오는 병신년(丙申年)은 무사안녕의 해가 되길 기원하면서 <제주의소리>가 2015년 제주사회를 관통한 ‘5대 키워드’를 선정해 정리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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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경매에서 270만원에 불과한 폐가가 1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리고, 최저 감정가 3600만원의 허름한 농가주택이 8500만원대에 낙찰된다.

3.3㎡(평)당 매매가격이 2500만원에 이르는 아파트가 매물로 나오기까지 했다.

고삐가 풀려도 단단히 풀렸다. 누군가는 미쳤다고 한다. 울고 웃고 희비가 엇갈린다. 제주도 집값, 땅값 얘기다. 제주도민 셋만 모이면 집값, 땅값 얘기가 어김없이 나온다. 오죽하면 ‘기→승→전→땅’이란 말이 나올까.

2015년 을미년 제주도민들의 삶에서 ‘부동산’ 석자를 빼놓고는 얘기가 안 될 정도다. 그만큼 우리네 삶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삼화지구에 들어선 임대아파트(사랑으로 부영 7차) 계약을 위해 며칠째 텐트를 치는가 하면 담요에 침낭, 밤에 야식까지 시켜먹으며 불야성을 이룬다. 속칭 ‘떳다방’까지 가세하는 등 실수요자와 투기세력이 혼재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에는 제주시 노형동에 있는 노형2차 아이파크(174세대)의 경우 110~139㎡(33~42평형) 아파트가 공인중개사무소를 통해 7억~12억3000만원에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11억원에 나온 139㎡ 아파트가 실제로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소문도 있다. 사실이라면 3.3㎡당 25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2023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 아파트가 2013년 3.3㎡당 902만원에 분양돼 아파트 한 채 값이 3억79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3년 만에 집값이 3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최근에는 한라산 턱밑인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에 조성 예정인 한화 꿈에그린이 3.3㎡당 965만원에 분양하겠다고 신청해 관심을 끌었다. 분양만 받으면 프리미엄이 1억은 족히 될 것이라는 풍문이 자자, 너나없이 눈독을 들이는 형국이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3.3㎡에 1000만원’ 분양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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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내 재건축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노형국민연립주택.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재건축 시장도 들썩거렸다.

재건축이 추진되는 이도주공1단지 40.32㎡(12평형) 아파트는 지난 9월 2억45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3.3㎡당 2000만원이 넘는 가격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도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해 9월 1억4998만원에서 올해 9월 2억1544만원으로 1년새 43.6%(6546만원)나 수직 상승했다.

이처럼 집값이 미친 듯이 뛰는 이유는 제주가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급부상하면서 이주해오는 인구가 늘어나는 등 실수요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속된 저금리 시대에 주택과 같은 부동산이 인기 있는 투자처로 떠올랐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뒤 비싼 값에 되팔아 전매차익을 노리는 전국의 투기세력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제주는 전국에서 가장 ‘핫(Hot)’한 곳이 되어버렸다.

이렇듯 집값이 폭등하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점점 더 멀어지는 등 부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집값 상승이 제주도 한 켠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인 셈이다.

땅값도 미치기는 매 한가지다.

시장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란 소리가 그저 농담이 아닐 만큼 제주는 그야말로 과열과 거품으로 ‘땅땅거리는 뜨거운 땅’이 되어버렸다.

23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토지를 포함한 부동산 실거래가격에 따르면 제주시 노형동 대지 2만3301㎡(일반상업지역)이 1920억원에 거래됐다. 확인결과 드림타워 조성부지로, 3.3㎡당 거래가가 무려 2718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서울 강남 뺨치는 수준이다.

심지어 불모지나 다름없는 중산간에 있는 목장이 3.3㎡당 13만원이 넘게 거래되기도 했다. 애월읍 봉성리 목장용지 62만5792㎡(생산관리)가 254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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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이주민 열풍 속에 카페촌으로 변신한 구좌읍 월정리 해안도로변. 최근 3~4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7~8배까지 치솟는 등 제주지역에서도 가장 '핫'한 곳으로 떠올랐다. ⓒ제주의소리
반농반어의 한적한 해안마을이었던 구좌읍 월정리 해안도로 변은 최근 3~4년 사이 다른 지방에서 들어온 이주민들이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드을 잇따라 열면서 부동산 가격이 7~8배 이상 급등한 곳으로, 땅값·집값 상승이 얼마나 가파를 수 있을 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 같은 제주도의 부동산 시장을 거품이라고 진단한다.

송종철 제주주거복지포럼 대표(한국부동산중개업협회 제주도지부 사무국장)는 “소위 계약서를 쓰러 가면 가격이 오르고, 다시 계약하면 또 오르는 과열과 거품 그대로”라며 “대부분 투기 성향이 커 제주지역 부동산시장이 외부 요인에 의해 한순간에 추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수연 제주대학교 교수(경제학과)는 부동산시장 과열현상에 대해 근본적인 분석부터 잘못됐다고 진단한다. 마치 감기에 관절염 약을 처방하는 것과 같다는 문제의식을 던졌다.

무엇보다 도민 삶의 질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자가 주택을 보유한 도민들에게는 크게 무리가 없겠지만 미래 세대들은 주택 구입에 큰 곤란을 겪게 될 것”이라며 과열된 부동산시장 문제가 미래세대에 직결된 문제임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초과수요를 진정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주택 공급”이라며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주택청 신설, 주택기금 조성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택지개발 및 주택정책을 자가 중심의 공급보다는 공공임대 중심의 주택, 읍면지역 중심의 개발을 통한 인구분산 및 지역균형발전, 소규모 택지개발, 도시재생 방법의 원도심 주택공급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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