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작년 지방선거 당시 공약으로 ‘사회적경제 시범도시’를 내세웠다. 당선 후 사회적경제 기본 조례를 제정하고 사회적경제위원회를 출범했다. 그리고 지난 15일 1년의 기다림 끝에 제주 사회적경제의 밑그림이 될 ‘제주특별자치도 사회적경제 종합발전계획’이 공개됐다. 이 안에는 사회적경제의 필요성부터 현황, 비전과 기본구상, 구체적인 전략까지 담겼다. 말 그대로 ‘사회적경제 시범도시’의 청사진이다. <제주의소리>는 이번 종합발전계획에 담긴 핵심 과제를 진단하고, 사회적경제의 성공적 실현을 위한 지혜를 모으려 한다. [편집자 주]

[제주의 미래, 수눌음 경제] (2) '시장논리' 한계 때문에 사회적경제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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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1일 '2015 제주사회적경제 한마당'에서는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왔다. 제주도, 도의회, 교육청과 한국사회적기업중앙협의회 제주도지부,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제주도마을기업협의회, 제주한마음협동조합연합회, 제주도자활기업협회, 제주지역소비자생활협동조합협의회 간 업무협약이 체결된 것. 협약에는 △생태계 구축을 위한 상호협력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설립·운영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동기획사업 △사회적경제 관련 교육프로그램 마련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제주도와 도의회, 교육청이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해 사회적경제조직·단체들과 손을 잡은 것. 다양한 주체들 간의 '연대'와 '협력'이라는 사회적경제의 기본 원리를 현실화 한 의미있는 사건이었다. ⓒ 제주의소리DB

이윤추구보다 이해당사자에 대한 서비스 우선, 자율적인 경영과 민주적인 의사결정과정, 수익분배 시 자본보다 노동이 우위, 이윤창출이 아닌 사회적 가치 우선. 그리고 ‘연대’와 ‘협력’, ‘공동체’. ‘사람 우선’. ‘배려’.

사회적경제를 정의하는 이 핵심 키워드들은 제주와 무관치 않다. 제주사회에 자리잡았던 전통적인 가치와 결코 상반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제주도 사회적경제 종합발전계획이 비전으로 ‘사람중심의 수눌음경제공동체 제주 구현’을 설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시민)자본이 지역경제에 상당한 위상으로 자리 잡은 사회적경제, 매력있는 일자리 창출과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사회적경제이라는 방향성은 수눌음공동체 정신이 내포한 지향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적경제가 훼손된 수눌음공동체 정신과 문화를 복원할 수 있고,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만연한 시대적 흐름에 대응책이 되는 동시에 제주경제의 미래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는 것.

이번 계획에서 눈에 띄는 건 목표로 제시된 ‘매력있는 경제로의 재편’, ‘매력있는 안정적 일자리 확대’, ‘매력있는 지역공동체 복원’이라는 타이틀. 바로 여기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매력’이라는 단어다.

여기서 매력있는 경제는 ‘지속가능함’을 의미한다. 외부자본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지역자원과 인력을 최대한 활용한 발전 동력을 만들어, 사회적경제가 2020년까지 제주 전체 GRDP의 5%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

매력있는 일자리는 △근로자의 보람과 비전 충만 △적정한 임금과 노동조건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 △경제침체나 위기 시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구조조정하지 않고 고용 유지 △협력과 연대로 생산성 향상시키는 사람 중심의 노사관계를 의미한다.

매력있는 지역공동체는 말 그대로 ‘수눌음 공동체 문화’ 복원, 호혜와 협동의 문화가 주류화 되는 것을 말한다.

이 세 가지 목표가 ‘사회적경제 시범도시 제주’가 향할 목적지인 셈이다.

핵심은 네트워크…그 중심은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제 ‘그럼 어떻게?’라는 의문이 나올 차례. 여기에 대답이 될 ‘추진 전략’의 핵심은 지역자원과 주민의 참여다. 동시에 혁신적인 사회적경제 모델을 발굴·육성하는 데 있다. 사회적경제에 친화적인 시장을 조성하는 동시에 금융을 지원하고, 인재육성 체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지원사업과 지원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점 과제다.

관건은 ‘네트워크’. ‘연계’다.

사회적경제를 발전시켜 나가는데에는 다양한 주체들 간 협력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이는 사회적경제 그 자체가 ‘협력’과 ‘연대’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지닌 것은 물론 그 확산과 활성화에 있어서 다양한 주체들끼리 ‘뭉치는 게’ 가장 중요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는 중간지원조직, 사회적경제 당사자 조직 네트워크, 사회적경제기업 뿐 아니라 공공기관,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전 도민이 포함된다.

민관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첫걸음이다. 현재 제주도 사회적경제위원회이 실제적인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실무위원회를 재편해 산하에 분야별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다.

가장 중요한 건 사회적경제의 중간지원 허브 시스템의 중심이 될 ‘사회적경제지원센터’다.

민관 협력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민간과 행정과의 소통과 협력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이다. 사회적경제 시범도시 조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이미 ‘제주도 사회적경제 기본조례’에 그 근거가 명시돼있다. 조례에는 지원센터의 업무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정책개발과 다양한 사업모델 개발 △사회적경제 조직의 활동과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 및 정책평가사업 △사회적경제 판로개척 지원 및 공공조달 구축사업 △사회적경제 조직과의 교류 협력사업 및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지원 사업 △사회적경제의 교육 홍보와 대국민 인지도 제고를 위한 사업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번 발전계획은 지원센터가 10명 이내로 구성되고 민간의 경험과 전문성을 수용할 수 있도록  위해 민간위탁이나 도 출자·출연기관이 운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관 거버넌스와 민민 네트워크 활성화 사업, 사회적경제 허브센터 운영 지원 사업,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지원 사업 등이 이들이 수행하게 될 역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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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IXABAY

각개약진 안돼, 뭉쳐야 묘안 나온다

또 하나의 연결고리가 있다. ‘사회적경제정책 실무협의회’는 제주도 내 담당부서들 간의 협력체계다. 사회적경제 관련 행정 조직들 간의 거버넌스인 셈이다.

그 동안 사회적경제 정책은 소관 부서가 달리 배당돼 효율성과 실효성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받아왔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은 경제산업국 소관, 자활기업은 보건복지여성국, 커뮤니티비즈니스는 자치행정국 소관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 실무협의회가 정기적으로 개최돼야 한다는 게 이번 계획이 담은 구상이다. 행정시, 제주도의 담당 부서가 서로 현안을 협의하게 되는 셈이다.

각종 업무들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행정 집행력을 가진 ‘총괄부서’ 신설이 필요하다는 구상도 있다. 현재 경제산업국 경제정책과 산하의 사회적경제담당계가 사회적경제 관련 모든 업무를 담당하는데 인력, 예산과 권한 측면에서 역부족인 게 현실.

현재 제주도에 특별자치도제도추진단, 교통제도개선추진단, 1차산업경쟁력지원추진단 등 특별 조직이 있는 것처럼 사회적경제 전반적 정책사업을 추진할 ‘수눌음경제공동체추진단’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도청 내에 산재해 있는 사회적경제 정책사업 추진 관련 부서들의 힘을 하나로 모을 곳이다.

이처럼 ‘하나로 엮어내고자 하는 것’이 이번 계획의 방향성이다.

이번 연구용역의 총책임자인 고승환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적경제 부문은 공공부문과 민간시장과의 관계 속에서 경제적 목적과 사회적 목적을 동시에 달성해 나가야 한다”며 “사회적경제는 여기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 즉 정부, 지자체, 사회적경제 당사자, 시민사회, 지역사회, 소비자 등들이 서로 신뢰하여 연계·협력해 나갈 때 육성·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이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은 사회적경제의 기본 원리와도 밀접하다.

사회적협동조합 제주내일 강종우 이사장은 “우리가 당면한 다양한 문제들을 어느 한 개인이나 조직이 해결하기는 힘들다. 상호협력과 호혜를 통해 정부의 힘이나 시장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해서 해결할 수 있다”며 “또, 경쟁에 의해서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협동을 통해서 경쟁력이 높아지는 사례가 많다”고 ‘연결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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