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제2공항 설명회 파행끝 종료…'성산읍 반대위' 출범, 갈등 심화

국토교통부와 제주도가 주민 설득을 목표로 계획했던 설명회가 결국 파행으로 끝났다. 당국은 주민 반발로 정상 진행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설명회를 강행, 단10분만에 설명회를 끝내 주민들로부터 더 큰 반발을 샀다.

국토부와 제주도는 7일 오전 10시 30분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용역보고서 지역주민 설명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됐다.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 수산1리, 신산리 등 지역주민들이 단상을 점거하면서 설명회 원천봉쇄에 나선 것. 김방훈 제주도 정무부지사 등이 중재에 나섰으나 주민들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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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당초 7일 오전 10시 30분쯤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제2공항 주민설명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주민 반발이 이어지자 성산읍사무소로 장소를 옮겼다. 김방훈 제주도 정무부지사(가운데)가 주민 설득에 나섰으나 결국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 제주의소리

국토부와 제주도는 급히 설명회 장소를 인근 성산읍사무소 회의실로 변경했다. 여기에서도 반발은 이어졌다. 주민과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졌고, 고성이 오고가면서 설명회장은 일촉즉발의 상황을 연출했다.

그러나 원희룡 지사는 설명회를 계속 진행하자는 뜻을 밝혔고, 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가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 제2공항 입지평가’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김 교수 주변에는 도청 공무원 등으로 '인(人)의 장막'이 쳐졌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 사실상 김 교수의 발표가 들리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설명회는 계속됐고 , 10분도 채 안돼 발표가 마무리됐다. 사실상 파행이었다.

원 지사는 설명회 종료 직후 국토부와 제주도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도민들 모두에게 공항에 대해 알리려하니 도청으로 자리를 옮겨 설명회를 진행하자”고 장소 변경을 지시했다.

이어 “오늘은 특정지역 주민 대상이 아니라 도민 전체에 대해 설명하는 날”이라며 “반대나 항의는 앞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이 부분에 대한 상세한 부분들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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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7일 오전 10시 30분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제주 제2공항 설명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주민 반발로 장소를 변경, 강행했다. 사진은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무대를 점거한 성산 지역 주민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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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7일 오전 11시쯤 서귀포시 성산읍사무소로 장소를 옮겨 제2공항 주민설명회를 진행했다. 주민들의 반발로 고성과 몸싸움이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웠으나, 설명회는 강행됐고 단 10분만에 끝났다. ⓒ 제주의소리

주민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설명회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게 원희룡 지사가 추구하는 소통의 방법이냐. 이번 설명회는 무효”라며 “서귀포시의 앞날이 앞으로 어떻게 되겠냐”고 반문했다.

수산 1리 오찬율 이장은 “주민 누구도 발표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공무원과 경찰만 들으면 이게 설명회라고 할 수 있겠냐”며 “원 도정이 소통의지가 없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정말 크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설명회 파행과 함께 이날 ‘성산읍 제2공항 반대위원회(가칭)’가 출범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성산읍 반대위’는 그동안 각 마을별로 구성된 비상대책위를 한 데 묶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마을 개별적 대응을 넘어 타 단체와의 연대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들은 설명회에 앞서 공개한 출범선언문에서 “조상대대로 한 평생을 살아온 이 곳은 우리가 속한 세계의 전부다. 불멸의 이름이며 우리의 안식”이라며 “이 소중한 땅을 포기하는 것은 선조와 자손들 앞에 치욕과 같은 일”이라고 결사반대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어 “동병상련인 제주공항 소음피해 대책 주민, 시민단체, 환경단체, 종교단체, 저명 지식인, 세계 관련 단체와도 연대할 것”이라며 “제주 역사상 최대의 투쟁대오를 만들어 삶의 터전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앞으로 4.13총선 입후보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고 이를 토대로 지지, 낙선 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또 원 도정이 입지 재검토를 결정하지 않을 경우 주민 소환운동을 전개하고, 현재 공항 입지가 확정된다면 법정 대응을 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주민설명회가 파행으로 마무리 된데다 주민들이 공동 대응에 본격 나서고 시민사회와 연대 의사를 밝히면서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점점 심화될 전망이다. 원희룡 지사의 ‘소통 능력’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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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7일 오전 11시쯤 성산읍사무소로 장소를 옮겨 제2공항 주민설명회를 진행했다. 주민들의 반발로 고성과 몸싸움이 이어지면서 정상적인 진행이 어려웠으나, 설명회는 강행됐고 10분만에 끝났다.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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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교통부와 제주도는 7일 오전 11시쯤 성산읍사무소로 장소를 옮겨 제2공항 주민설명회를 강행했다. 주민들이 설명회 개최를 강력히 반발하자 원희룡 지사(사진 가운데 파란색 넥타이)가 머리를 만지며 착잡한 표정을 짓는 모습. ⓒ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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