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육지부서 뛰는 제주 연고·출신들…야 5-여 3명 등 표밭갈이

이들에게도 ‘제주 DNA’가 흐른다. 제주에서 태어난 뒤 이런 저런 이유로 출향했거나 뒤늦게 제주와 인연을 맺었지만 지금은 육지부에서 제20대 국회의원 ‘배지’를 위해 뛰고 있는 인사들의 얘기다.

대한민국 1%, 정치의 변방이라는 제주의 입장에서는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주정가의 관심이 높다.

<제주의소리>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제주 출신이거나 연고를 갖고 있는 4.13총선 예비후보는 대략 7~8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소속 정당도 다양하다. 녹색당에서부터 정의당,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스펙트럼이 넓다. 굳이 여-야로 구분하면 야권(녹색당 하승수, 정의당 강영삼, 더불어민주당 장하나·부좌현, 국민의당 김경호)이 여권(새누리당 박정하·이기재·부두완)보다 많다.

3.jpg
▲ 하승수 전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우선 대한민국 정치1번지 서울 종로에는 하승수(47) 전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출사표를 던졌다. 소수정당인 녹색당의 당수(공동운영위원장)로 ‘겁 없는’ 도전에 정가와 여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의 이력을 보다보면 참 ‘왜 이렇게 힘들게 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학생운동을 하다가 갑자기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 회계법인에 다니나 싶더니 어느 날 사법시험에 덜컥 합격한다. 사법연수원 시절 사법감시 활동을 벌여 파문을 일으키더니, 변호사가 돼서는 박원순 변호사 이후 참여연대 첫 상근변호사로 시민운동에 ‘올인’하기도 했다.

제주와는 2006년 연을 맺었다. 국립 제주대학교 교수로 강단에 선 그는 특별자치도 출범 과정에서 ‘풀뿌리 민주주주’에 관심을 가졌고, 강단에서뿐만 아니라 언론기고, 강연 등을 통해 ‘자치권 부활’ 전도사로서 목소리를 줄기차게 내왔다.

그러던 그가 2009년 홀연 ‘철밥통’인 국립 제주대학교 교수직을 버린 건 시민운동에 더 깊이 투신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후에도 제주도의회 입법고문 등으로 제주와의 연은 이어졌다.

2011년 녹색당 창당을 주도한 그는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아 여의도 입성을 위해 최전선에 섰다.

최근에는 초유의 선거구 백지상태와 관련해 “선관위가 예비후보등록 신청서를 수리하지 않아도 예비후보로서의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불복종 선언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 위원장은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제주를 보면서 가장 가슴이 아팠던 건 제주를 자치와 분권의 모델로 만들겠다고 했던 정부의 약속이 실종됐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특별자치는 실종되고, 국제자유도시라는 자본의 자유만 남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총선이 제주가 나가야할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장이 돼야 할 것”이라며 “녹색당이 원내에 진입하게 되면 제주를 ‘생명평화의 상징’으로 복원시키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3-1.jpg
▲ 강영삼 예비후보. ⓒ제주의소리
대전 유성에서 정의당 후보로 나선 강영삼(53) 예비후보의 DNA도 제주다.

제주일고(24회)와 서울대학교를 거쳐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했으며 현재 KAIST에 출강하고 있다. 제주시 갑 선거구에 출마한 박희수 전 제주도의회 의장과는 고교 동창이다.

서울대 의대에 진학한 그는 민주화 요구가 분출한 1986년 스스로 대학을 그만두고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가 뒤늦게 서울대에서 경제학으로 전공을 바꿔 박사 학위까지 받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최근 제주에서 중국자본 투자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분분하자 고향에 대한 걱정에서 펜을 들고는 쓴 소리를 자주 건네기도 했다.

국회의원 선거 도전은 처음이다.

그는 <제주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정치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않고 살았는데, 좋은 당 하나 만들자 했던 것이 지금은 맨 앞에 서게 됐다”며 “결심한 이상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학에 진학하면서 제주를 떠났지만 고향을 잊어본 적이 없다. 제주인의 자존심을 걸고 열심히 하겠다”며 “당선이 되면 (대전)유성뿐만 아니라 제주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 김경호(49) 교수는 고향인 여수(갑)에서 출마한다. 지난 19대 총선에 이어 두 번째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대한민국에 걷기 열풍을 불러일으킨 ‘제주 올레길’을 벤치마킹해 여수갯가길 조성에 앞장서며 지역 표심 공략에 공을 들였다.

김 교수는 출마 선언문을 통해 “여수의 관광을 위해 자원봉사자와 재능기부자들과 함께 갯가길을 만들고 미래를 고민해 왔다. 말로만 여수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행동으로 옮긴 김경호에게 다가오는 4년을 맡겨 달라”고 호소했다.

3-2.jpg
▲ 왼쪽부터 김경호 제주대 교수, 장하나 의원, 부좌현 의원, 박정하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 이기재 전 제주도 서울본부장. ⓒ제주의소리
현역이면서 타 지역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제주 출신도 둘이나 된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장하나 의원(38)은 서울 노원 갑에서 출마한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로 유명세를 떨쳤던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였지만 지난 총선에서 정 전 의원을 대신해 출마한 김용민 후보가 욕설 논란에 휩싸이며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에게 완패한 야권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는 곳이다.

지난 1월20일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그는 “국회는 힘의 반영이었다. 다수가 되지 못해 약자를 위한 법이 부결되거나 약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법이 통과될 때 저는 결심했다”는 말로 비장한 각오를 밝힌 바 있다.

지금은 국회의원회관 709호 장하나 의원실을 민생응급실로 명명하고, “기득권 계층이 국회의 다수권력이 되는 것을 변치 않는 질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힘의 변화를 만들고자 한다. 국민과 함께 국회권력의 힘을 바꾸겠다”며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을 선거구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부좌현 의원(59)도 제주가 고향이다.

구좌읍 출신으로 한양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를 졸업했으며 지난 19대 총선에서 당선, 국회에 입성했다.

국회에 입성한 뒤에는 제주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며 5번째 제주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원희룡 제주도정에서 고위직을 지낸 박정하(49) 전 정무부지사와 이기재(47) 전 서울본부장은 새누리당 간판으로 선거전에 임하고 있다.

박 전 부지사는 고향인 강원도 원주에서 출사표를 던졌고, 이 전 본부장은 원희룡 지사의 지역구였던 서울 양천갑에 출마, ‘원희룡 마케팅’을 펼치며 여의도 입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 지사는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자 “국회의원 1명 만들기 쉽지 않다. 그런데, 자기 힘으로 당선된 국회의원에게 나중에 예산 달라고 부탁하면 해주겠나. 그쪽이 아쉬울 때 이쪽이 베풀어야 과거 신세진 것 생각해서라도 어려울 때 총대 메고 나서줄 것 아니냐”고 해명한 바 있다.

비록 지역구는 육지부지만 언제든 제주를 위해 ‘우군’이 되어줄 수 있는 제4의, 제5의 제주 국회의원을 만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얘기다.

이 밖에도 서울시 노원구을 선거구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부두완 전 서울시의회 의원도 제주(구좌) 부씨의 후손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 지사의 말마따나 4.13총선에 나선 제주연고·출신 인사들이 어느 만큼의 성적표를 거둘지 정가의 관심 모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