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 허정옥

제주국제컨벤션센터(JICC Jeju)의 지난 10년을 회고해 보면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시나리오는 도제 실시 50주년을 기념해서 제주의 새로운 미래를 상징하는 ICC Jeju를 구상하고 발기하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장면은 100만 제주도민들이 기대와 정성을 모아 도민주를 만들고,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기공식을 수행하는 행사들로 구성된다. 그중에서 1996년 8월에 실시된 ICC Jeju의 건립 타당성 보고서를 보면 컨벤션사업은 센터건물과 함께 호텔, 면세점이 기본시설로 들어서 있고, 카지노·케이블카·아울렛·영상관·제주쇼·노천카페 등 다양한 수익시설들로 짜여져 있다. 이 창대한 계획에 따라 제주도, 한국관광공사, 관련기업, 제주도민 및 제일교포 등이 출자하여 1999년 3월, 드디어 꿈의 기공식을 치르게 된다.

그러나 IMF가 닥치면서 이러한 컨벤션의 꿈은 허상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자금조달의 차질로 그 규모가 5000석에서 3500석으로 축소되었으며, 준공기간도 2년 이상 지체되었다. 이는 오늘날에 이르러 ICC Jeju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으며, 컨벤션산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또한 기본시설인 호텔은 물론 면세점을 비롯한 수익사업들도 모두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려, ICC Jeju에 대한 도민들의 희망과 기대는 우려와 질타로 변모하였다.

최근 발표된 제주도의 감사결과에 따라 현재 ICC Jeju는 만성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향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될 골칫덩이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러한 지적은 2001년에 실시된 삼성경제연구소의 수익사업 추진용역과 2006년 1월에 완료된 한국관광학회의 활성화 방안연구에서도 동일하게 지적된 사항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 제주본부와 제주발전연구원의 정책연구에서도 거듭 제기된 문제점이다.

그러면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 총 5건의 용역 및 연구 보고서가 공통적으로 일관성 있게 제안하는 돌파구는 면세점사업이다. 면세점은 집객력을 갖춘 컨벤션센터의 설립취지에 부합될 뿐만 아니라 주변여건, 고객특성, 사업전망 등에서 가장 타당성이 높은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수행되지 못한 이유는 ICC Jeju가 주식회사이므로 특혜의 소지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2002년도에 공포된 국제자유도시특별법에 의거 사업권이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로 제한되고 말았다.

그런데 오는 7월 1일부터 제주특별자치도가 되면, 시·군의 지분을 포함해 제주도가 ICC Jeje 주식의 57%를 소유하게 된다. 따라서 제주도는 ICC Jeju를 지방공기업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현재 이를 위한 타당성 조사 용역이 실시되고 있다. 사실 ICC Jeju는 관광이 중심산업인 제주도의 대표적인 산업인프라로써, 도로와 항만처럼 관광객을 유치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기반시설이다.

실제로 2003년 개관 이래 52만명을 컨벤션행사에 유치해 2,005억원 상당의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ADB, PATA, UNEP, APEC 등의 국제회의를 통해 제주도를 전 세계에 알리는 홍보효과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공기업적 성격에 맞추어서 실제로 공기업이 된다면, ICC Jeju는 그동안 문제시 되었던 면세사업의 특혜시비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사실 면세점은 ICC Jeju가 태동할 때부터 그 젖줄로 계획되어 온 필연의 사업이다. 더욱이 2005년말 기준으로 컨벤션 회의참가자가 연 9만명에 이르고, 주상절리 방문객이 50만명을 넘어섰으며, 중문단지 이용객이 310만명을 초과하고 있으니, 필승의 사업이기도 하다.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시행된 면세점 관련 사업성은 최소한 연간 40억 이상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므로 면세점은 제주도 및 JDC와 긴밀하게 논의하여 ICC Jeju가 유동성 위기의 탈출구로 조속히 수행해야 할 공익사업인 셈이다.

   
 
 
다행히 5월 중으로 앵커호텔사업이 성사된다면, 고정부채 혹은 자사주 매입 등의 현안이 해결국면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밖에 검토되고 있는 몇 가지 수익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다면, ICC Jeju의 첫 꿈은 허상에서 실상으로 변한다. 그동안 인내하며 기다려 온 주주들의 기대와 도민들의 염원도 그 결실을 보게 될 것이다.

바로 그 날을 위해 오늘도 ICC Jeju의 구성원들은 땀 흘리며 뛰고 있다. ‘성과가 모든 것을 말해 주리라’는 비장한 각오와 ‘ICC Jeju는 제주의 희망’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안고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 허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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