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레코드> (79) 휘파람 / 노고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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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고지리 7집 / 노고지리 (1985)

휘파람을 분다. 휘파람을 타고 기억이 흐른다. 우리의 몸에는 악기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휘파람이다. 며칠 전 북콘서트에서 방승철의 연주곡 ‘봄바람’을 들었다. 기타 소리가 소리의 그늘에 고였다. 기타의 휘파람 같았다. 전역한지 몇 달 안 된 외삼촌은 기타 소리와 함께 하루종일 방에 머물곤 했다. 중학생인 나는 외삼촌 방에 있는 ‘해바라기’나 ‘노고지리’를 들으며 야광별을 바라보았다. 포크 음악은 기타 사운드와 어울리는 목소리를 요구한다. 포크는 휘파람 같다. 포크는 최소의 악기로 최대의 자장을 만든다. 휘파람처럼. 목소리도 악기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포크 밴드 중에 ‘Sun Kil Moon’은 비운의 권투선수 문성길의 이름을 밴드 이름으로 한다. 문성길의 마지막 호흡처럼 부드럽게 거칠다. 휘파람은 숨으로 내는 소리. 닉 드레이크는 단명했고, 기억은 오래가지 못한다. ‘해바라기’는 다정하고, 김성호는 따뜻하다. ‘노고지리’는 슬프다. 색깔로 치면 ‘해바라기’는 갈색, 김성호는 초록색, ‘노고지리’는 보라색. 휘파람에도 색깔이 있다. 이장희는 “내 나이 육십하고 하나일 때 / 그때도 울을 수 있고 / 가슴속엔 꿈이 남아있을까”라고 읊조린다. 자정 무렵 택시를 탔다. 카오디오에서 포크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택시 기사는 휘파람을 잘 부르게 생겼다. “금방 지나간 노래 어떤 노래죠?” 내가 그에게 물었다. 그는 일부러 단추를 눌러 지나간 노래를 다시 들려주었다. ‘노고지리’의 ‘휘파람’. ‘찻잔’만 기억에 남아있는데 외삼촌 방에서 들었을 노래. 교통사고로 죽은 외삼촌의 휘파람 소리 같았다. 휘파람 부는 법을 내게 알려준 것은 외삼촌이었다. 기찬이 외삼촌. 에드먼튼에 가면 외삼촌이 보도블록에 앉아 기타를 치고 있을까. / 현택훈(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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