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제2공항 핫이슈 부상…재검토 vs 신중론, 지역별 온도차 극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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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온평리-신산리 전경. <제주의소리DB>
제주 제2공항 건설과 관련한 ‘침묵의 카르텔’이 깨지고 있다.

제2공항(신공항) 건설이라는 대역사(大役事)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총선 후보들에게 ‘재검토’라는 말은 일종의 금기어였지만 최근 들어 제주시 서부지역 후보자를 중심으로 금기가 깨지면서 4.13총선의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방향성은 제각각인 백가쟁명 식이다. 특히 선거구별로 온도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제2공항 후보지(성산)와 가장 먼 제주시 갑 선거구에서는 ‘입지 재검토’ 요구에서 드러나듯 상대적 소외론이 제기되고 있고, 인접한 제주시 을 선거구에서는 기대감을 표출하는 공약이 주를 이루고 있다.

후보지를 낀 서귀포시 선거구에서는 가급적 지역주민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 신중론이 우세하다.

지금까지 총선 예비후보들은 제2공항과 관련한 소신을 밝힐 경우 표가 떨어질까봐 최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했던게 사실이다. 암암리에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

이를 깬 건 제주시 갑 선거구의 장정애 후보(새누리당)다. 그는 지난 14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2공항 후보지 및 건설방식 전면 재검토’라는 공약을 제시했다. 대안으로 제주-호남 해저터널 건설 및 ‘해상형’ 제2공항 건설을 내놓았다. 새로운 공항 입지로는 “현재의 제주국제공항 인근에 건설해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며 사실상 갑 선거구 유치를 선언했다.

이는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제주도당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제주시 갑)이 입지 선정 문제를 국회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곧바로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공세를 편 바 있다.

‘입지 재검토’ 요구는 이튿날 같은 선거구의 국민의당 장성철 후보의 입에서도 나왔다. 장 후보는 “기존 공항인프라 확충 타당성 연구용역은 공학적·기술적 요인만 검토됐을 뿐 부동산 가격과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은 고려되지 않았다”며 입지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석비행장과 기존 공항 확장이 정말 대안이 될 수 없는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새로운 방식의 건설 가능성까지 제한 없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제주도가 주창하는 ‘조기 개항’과 관련해서도 “지역주민들의 입지 선정 반대 등을 고려할 때 입지 재검토가 반드시 조기 건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2공항 입지 재검토’를 선거쟁점화 하는데 주력했다.

다른 후보들의 경우 ‘입지 재검토’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모습을 견지하면서 동-서부 균형발전 차원의 공약을 제시하는 등 지역 표심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새누리당 김용철 후보(제주시 갑)는 장·장 후보의 ‘재검토’ 주장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절차상의 문제는 있었다. 대부분의 국책사업이 그렇듯 지방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반영하는 과정을 밟지 않았다”고 양비론을 폈다.

같은당 강창수 후보(제주시 갑)는 “서부지역의 읍면별 특화발전계획을 수립해 제주도 전체의 균형발전을 이루는데 힘쓰겠다”고 밝힌 반면, 같은 당 양치석 후보(제주시 갑)는 “제2공항을 보다 신속·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가칭 ‘제2공항 건설 촉진법’을 제정하겠다”고 원 도정에 힘을 실었다.

김용철, 강창수 후보는 특히 제2공항 운영에 따른 수익의 지역사회 환원을 위해 가칭 ‘제주공항공사’ 설립과 ‘도 산하 공기업’이라는 닮은꼴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희수 후보(제주시 갑) 역시 “성산지역 제2공항 추진으로 서부지역이 상대적으로 소외받을 수 있다”며 제주 서부지역에 ‘제주형 프리미엄아웃렛’ 설립 추진을 공약했다.

후보지와 인접한 제주시 을 선거구의 후보들은 대체적으로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새누리당 현덕규 후보는 현재의 제주국제공항과 제2공항을 연결하는 ‘하늘열차’ 도입을, 같은당 한철용 후보는 구좌·성산지역에 공항복합도시를 건설하는 ‘동(東)제주 에어시티 플랜’ 추진을 공약했다.

3개 선거구 중에서 가장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곳은 서귀포시다. 입지 재검토와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을 삼간 채 주로 ‘갈등해소’에 초점을 맞춘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는 지난달 성산읍 주민설명회 불발 직후 “제주에 제2공항 건립은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행정의 일방통행적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반대한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며 충분한 의견수렴과 도민 주체의 내실 있는 개발을 강조했다.

같은 당 위성곤 후보는 아직까지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들의 공약은 주로 ‘충분한 보상대책’ 및 ‘갈등해소’에 맞춰져 있다.

강경필 후보는 “제2공항이 건설될 경우 서귀포 모든 지역주민들이 제2공항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고속화 도로가 필요하다”며 성산-대정을 잇는 서귀포 중산간 고속화도로 건설을 공약했다.

강영진 후보는 “제2공항은 제주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차대한 과제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제2공항 입지 주민들을 위한 ‘이익공유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지용 후보는 충분한 보상 속에 차질 없는 진행을, 허용진 후보는 “자칫 제2의 강정마을 사태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며 관계당국에 겸허함과 진정성을 갖춘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제2공항과 관련해 금기어로 치부되던 ‘입지 재검토’ 에서부터 충분한 보상, 갈등해결 등 아직은 백가쟁명식의 논의가 50여일 남은 총선까지 후보자·정당들이 어떻게 입장을 모아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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