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놀이책 Q&A’로 책과 함께 즐겁게 노는 법을, ‘어부가’로 <논어>에 담긴 가족 생활의 지혜를 전하고 있는 오승주 작가가 이번에는 ‘그림책’을 펼쳐보입니다. ‘어린이와 부모를 이어주는 그림책(일명 어부책)’입니다. 그림책만큼 아이에 대해 오랫동안 관찰하고 고민하고 소통한 매체는 없을 것입니다. 재밌는 그림책 이야기와 함께 작가의 유년기 경험, 다양한 아이들과 가족을 경험한 이야기가 녹아 있는 ‘어부책’을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오승주의 어·부·책] (4) 신기한 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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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왕 (지은이) | 진강백 (그림) | 시공주니어 | 2006-06-01

자기계발서를 읽으면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아이들은 자신에게 닥쳐 온 부정적인 현실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하죠. 아이들을 ‘긍정’의 힘으로 인도하기 위해서는 좀더 설득력 있는 논거가 필요합니다. 긍정적인 인물은 일상에서 어떤 차이를 보여주며, 특히 부정적인 상황을 어떤 방법으로 긍정적으로 만드느냐. <신기한 비단>(시공주니어)는 긍정적인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힘과 성공을 자연스럽게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하늘나라의 선녀님도 부러워한다는 비단 짜기의 달인 어머니와 세 아들은 우연히 시장에서 아름다운 그림을 하나 보고 매료됩니다. 첫째와 둘째는 그냥 그림일 뿐이라고 폄하하지만 막내만큼은 어머니의 마음을 알고 직접 수를 놓을 것을 제안합니다. 이 장면은 긍정적인 사람이 ‘순간’에 대한 집중력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줍니다. 무미건조한 두 형은 평소 자신의 문제로 짜증이 난 상태일 것이고, 시장에서 본 그림을 그저 예쁜 상품 정도로만 생각할 것입니다.

이런 인물들은 인생의 최대 기회가 바로 그처럼 사소한 일상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기회가 당도했을 때 번번이 놓치죠. 막내와 어머니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신기한 비단>은 예술혼에 불타는 어머니와 굳건한 동반자인 막내아들의 아름다운 활약을 다룬 그림책입니다. 아름다운 그림을 수놓은 비단이 탐이 난 하늘나라 선녀님들이 돌개바람으로 빼앗아가자 이를 되찾기 위해서 모험이 펼쳐집니다.

홀어머니는 시장에서 우연히 본 그림 속의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워했고, 아들은 어머니의 그림을 그리워했고, 하늘나라의 선녀 역시 비단 속의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워했죠. 거기에 선녀 자신을 그려 넣은 모습은 이 그림책의 압권입니다. 항상 행복을 그리워하면서도 나에게 다가오는 행복을 놓치지 않고, 행복을 위해서는 어떤 위험도 감수하며, 마지막으로 행복 안에 있겠다는 선언은 묵직한 행복론 그 자체입니다.

최근 시행된 진로교육법 때문에 진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습니다. 저는 <신기한 비단>이 멋진 진로 지침서이자 자기계발서로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홀어머니의 비단 작품을 되찾아준 막내아들은 하늘나라 선녀를 아내로 삼고 풍족한 삶을 얻었으니 성공한 사람입니다. 그림책을 읽으며 성공한 사람의 조건이 무엇인지 가족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습니다. 막내는 삶에 대한 자세가 두 형과 다르죠. 성실하고 진지하고 긍정적입니다. 이 마음은 두려움 앞에서 계산하지 않고 도전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머니의 아름다운 생각을 아름다운 비단 작품으로 만든 모습과 잃어버린 비단을 되찾은 모습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우리 아이들은 값싼 행복감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힘도, 자신이 가야 할 행복의 길을 찾아갈 힘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조그만 시련이나 예상치 못했던 난관 앞에 픽픽 쓰러집니다. <신기한 비단> 같은 책을 보면서 불리한 국면을 유리한 국면으로 바꾸는 힘을 기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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