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제주시 갑 김용철, 여·야 후보·정책 무차별 공격…“정치 희화화” 역효과

일명 ‘도장 깨기’라는 선거 전략이 눈길을 끌고 있다. ‘도장의 간판을 걸고 하는 승부’란 의미로, 다른 후보 또는 후보의 정책을 성역 없이 비판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른 당 후보는 물론 같은 선거구에 출마한 자당 후보에게까지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면서 “정치·선거를 희화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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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철 예비후보.
주인공은 제주시 갑 선거구에 출사표를 던진 김용철 예비후보(새누리당)다.

김 후보가 일명 ‘도장 깨기’를 선언한 건 지난 18일. 첫 타깃은 당내 경쟁자인 양치석 예비후보였다. 양 후보에 대해 “제주도 국장을 지냈지만, 공약은 동장 수준이다. 제주도의원 정도가 어울릴 것”이라고 깎아 내렸다.

양 후보가 제시한 △이·통장 운영비 지원규정 마련 및 읍면동장 직급 상향(특별법 개정) △신제주권 남녀공학 중학교 검토 △감귤 가공용 수매 확대 등을 도의원 수준의 공약으로 폄하했다.

20일에는 양창윤 예비후보를 도마에 올리고는 ‘난도질’을 가했다.

그는 “양 후보가 제시한 입도세는 술자리에서나 책임 없이 내뱉는 수준의 이야기”라고 깎아내렸고, 공항~이호해변 도로 확장에 대해서는 “수려한 자연경관을 해치는 일이 될 것이고, 해당 도로를 조금이라도 경험했다면 나올 수 없는 허무맹랑한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또 양 후보가 내놓은 각종 제주시 서부지역권 개발정책에 대해서도 “좋은 말만 짜깁기한 탁상공론의 전형적인 정책”이라며 “‘그래서 어떻게?’ 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고 냉소를 머금게 한다”고 말했다.

도장 깨기의 대상은 선거구를 넘나들었다. 21일에는 제주시 을 선거구에 출마한 현덕규 예비후보의 공약을 비판했다.

김 후보는 “현 후보가 노인 일자리 확대를 위해 불법주차 감시요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구체적이지 못한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제주공항과 제2공항을 연결하는 철도교통시스템 구축에 대해서도 “오히려 균형발전에 저해돼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 공항 운영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한발 더 나아가 “준비가 전혀 없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선배에게 선전을 기원하며 보다 신중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해 달라”고 ‘훈수’까지 뒀다.

공교롭게도 이들 세 후보 모두 김 후보의 고교(오현고) 선배다.

2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현역의원인 강창일 예비후보에게까지 불똥이 튀었다. 강 후보는 김 후보의 고교 선배일 뿐 아니라 동향(한경면)이다.

김 후보가 강 후보에 칼끝을 겨눈 소재는 지난 20일 박희수 예비후보(더민주, 제주시 갑)의 개소식에 참석해서 한 발언. 이날 강 후보는 “이 다음에 (국회의원직을) 그만 두게 되면 박희수에게 줄 것”이라며 개소식 주인공에게 덕담(?)을 건넸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경쟁 후보의 개소식에서 자신의 후임으로 박희수 후보를 지목하는 행위는 다음 도지사 선거 도전을 의심케 한다. 지금 당장 (후보직을) 그만두는 게 합당하다”며 “그의 정치적 행보는 수구진보의 늙은 너구리와 같다”고 맹비난했다.

이 같은 김 후보의 ‘돌출’ 행보에 당내에서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을 정도. 새누리당 소식에 밝은 한 인사는 “여론조사 1~2%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기가 발동한 것 같다”면서 “이런 네거티브는 정치·선거를 희화화한다는 점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졸지에 비판의 대상이 된 모 후보 측 관계자는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대응할 가치조차 못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의소리> 등 언론6사가 설 명절 연휴 직전에 발표한 여론조사(지지도 조사)에서 김 후보는 1.6%로, 조사대상 10명 중 8위에 그쳤다.(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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