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하는 법 가르쳐주는 그림책”
“협력하는 법 가르쳐주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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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놀이책 Q&A’로 책과 함께 즐겁게 노는 법을, ‘어부가’로 <논어>에 담긴 가족 생활의 지혜를 전하고 있는 오승주 작가가 이번에는 ‘그림책’을 펼쳐보입니다. ‘어린이와 부모를 이어주는 그림책(일명 어부책)’입니다. 그림책만큼 아이에 대해 오랫동안 관찰하고 고민하고 소통한 매체는 없을 것입니다. 재밌는 그림책 이야기와 함께 작가의 유년기 경험, 다양한 아이들과 가족을 경험한 이야기가 녹아 있는 ‘어부책’을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오승주의 어·부·책] (7) 비의 신과 겨룬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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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비스니에프스키 (지은이) | 이은석 (옮긴이) | 비룡소 | 2004-07-27 | 원제 Rain Player (1991년)

마야 문명은 특히 하늘을 중요시여깁니다. 심지어 태양의 에너지를 공짜로 받을 수는 없다며 살아 있는 사람을 태양신께 바치기도 합니다. 이 의식이 ‘명분’이 되어 스페인 군인들에게 멸망되고 말았죠. 스페인 군인들은 자신들의 미개함은 생각하지도 않고 마야인을 미개한 족속이라고 비난하며 잔혹한 학살극을 벌이죠. <비의 신과 겨룬 소년>은 마야인들이 가장 즐겼다는 스포츠인 ‘포터토크’를 소재로 한 성장 그림책입니다. 포커토크는 벽으로 둘러싸인 경기장에 높이 매단 돌 고리 사이로 단단한 고무공을 통과시켜 점수를 얻는 게임입니다. 마야인들이 생각한 가장 두려운 재앙인 ‘킨툰야빌’(일 년 내내 뜨거운 태양)을 조롱하는 한 소년이 비의 신 샤크와 벌이는 한 판 승부에 인간과 동물, 숲에 사는 모든 생물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한없이 부족한 소년은 ‘아트치엔’(저를 도와주세요)이라는 외침으로 대자연의 힘을 조금씩 모아서 결투를 준비합니다. 

‘아트치엔’은 기도의 일종 같습니다. 모든 행동양식에는 법칙, 즉 폼(form)이 있습니다. 점치는 데에도 법칙이 있고 기도를 하는 데에도 법칙이 있습니다. 요즘은 그 법칙이 모두 무시되고 껍데기만 남은 경우가 많습니다. 동양의 대표적인 점인 주역 점을 칠 때는 ‘로또 번호’ 같은 막연한 주제는 언급하지 않습니다. ‘아트치엔’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의 신 샤크를 단숨에 꺾을 수 있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주인공 픽은 맹렬한 힘을 가진 표범, 날쌘 케찰 새, 신성한 지혜의 강 세노테의 도움과 자신의 용기로 합해 난관을 해쳐갑니다. 아이들과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다 해달라는 마음입니다. 누군가 다해주겠다고 다가오는 사람은 100% 사기꾼일 텐데, 다해주겠다면 돈을 바치고 표를 바치면서 일을 그르치게 만드는 사회분위기가 분명 있습니다. <비와 겨룬 소년>에서는 100%의 힘이 필요한 일 중에서 자신은 10% 또는 20%를 감당하고 나머지는 대자연과 생물들의 힘을 조금씩 보태서 일을 이뤄내는 과정입니다. 이것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 자라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자질입니다. 자신의 힘을 보태고 협력하고 타협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야말로 아이들이 반드시 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신화를 많이 읽으라고 권합니다. 그리스로마 신화가 많이 알려져서 주로 추천하긴 하지만, 다른 나라의 신화까지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책에는 많은 나라의 신화들이 담겨 있어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릴 적에 신화를 읽어야 하는 까닭은 아이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신화만큼 잘 채워주는 건 없기 때문입니다. 인류 기록의 초창기는 신화였듯이, 아이도 세계관을 형성하기 전 단계에서는 신화적 상상력을 흡수할수록 좋습니다. 신화 같은 이야기가 많이 쌓여 있으면 그 위에 논리가 굳건히 설 수 있습니다. <비의 신과 겨룬 소년>은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성장 문학 작품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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