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치석 후보, 상가리 공유지 매입과정 ‘짜고 치는 고스톱?’ 의혹

양치석 제주시 갑 새누리당 후보가 2010년 매입한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824번지 공유지 매입절차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고스톱(Go-Stop). 대한민국 성인들 사이에서 널리 행해지는 화투놀이다. 자신을 중심으로 상대를 견제해 먼저 3점이 나면 놀이를 계속하는 고(Go)나, 놀이를 멈추는 스톱(Stop)을 자신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는 놀이다.

그러나 고스톱 판에서 경쟁자의 패를 읽을 수 있거나, 말을 맞춘 경쟁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패를 내도록 서로 ‘짜고 치는’ 밀약이 있었다면 남은 다른 상대는 여간해선 그 판에서 이길 수 없다. 소소한 ‘놀이’가 재물에 집착하는 ‘노름’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제20대 총선에 출마한 제주시 갑 새누리당 양치석 후보의 재산누락 허위신고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2010년 양 후보가 제주도 고위공무원 재직시절 매입한 애월읍 상가리 공유지(임야, 1533㎡)의 입찰 과정 역시 석연치 않아 파장이 예상된다.

<제주의소리> 취재 결과, 당시 일반경쟁입찰로 치러진 공유재산 매각 입찰 과정에서 ‘경쟁입찰’ 상대가 양 후보 집안의 가까운 형제 ‘양 모씨’(1947년생)로 확인돼 ‘짜고 친 경쟁입찰’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 상가리 823, 824, 825번지 양치석 후보가 소유한 땅은 최근 왕복 2차선의 ‘제안로’(제주~안덕 간 지방도 1121호선)가 뚫리면서 대도로변에 붙은 요지가 됐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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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치석 후보 소유의 애월읍 상가리 824번지 임야 전경. 지목은 임야지만 실제는 개간이 이뤄진 경작지 상태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무엇보다 양 후보의 8촌 형인 ‘양 씨’는 양 후보가 현재 소유하고 있는 애월읍 상가리 3필지(823, 824, 825번지)에서 최근까지 함께 농사를 지어온 장본인이어서, 형제끼리 같은 땅을 놓고 경쟁을 펼친 꼴이다. 애월읍 납읍리가 고향인 두 사람은 4촌·6촌 형제가 없어 가장 가까운 형제 사이다.  

이 때문에 무늬만 ‘경쟁입찰’이고, 실상은 양 후보가 경쟁상대 없이 공유지를 매입한 것이나 다름없어 이 같은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당시 공유재산 매각입찰공고를 확인한 결과, 상가리 824번지 임야의 매각 최적예정가격은 4392만4580원이었다. 해당 토지 등기부등본에는 양 후보가 최저예정가격보다 약 137만원 높은 4530만원에 낙찰 받은 것으로 기록됐다. 

결국 양 후보보다 낮은 가격을 써낸 형 양씨는 입찰에 떨어졌고, 양 후보는 이미 소유하고 있던 상가리 823번지와 825번지 사이에 있던 823번지까지 소유하게 됐다. 현재 이 땅은 최근 왕복 2차선의 ‘제안로’(제주~안덕 간 지방도 1121호선)가 뚫리면서 대도로변에 붙은 요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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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치석 후보 소유의 애월읍 상가리 토지 전경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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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가리 824번지와 825번지 임야 경계에 약 3미터 높이의 암반이 최근 지반 정리 과정에서 속살을 드러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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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가리를 따라 금악리 구간까지 제안로가 올 초 준공되면서 해당 토지경계선에 대형 암반과 현무암으로 견고한 겹담을 쌓았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양 후보의 8촌 형 양모씨는 6일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양 후보와는 8촌 지간으로 6촌도 4촌 형제도 없기 때문에 친형제처럼 제일 가깝게 지낸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실제 양 후보의 고향인 애월읍 납읍리 주민들도 양씨와 양후보가 가장 가까운 형제사이로 알고 있다.  

양 씨는 또, ‘상가리 824번지 공유재산 입찰에 참여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참여한 적이 있다. (땅이) 필요하기도 하고, (땅이) 조그만 하니, 큰돈도 없고 해서 해보려고 했다”며 “(양치석 후보도) 입찰하는 줄 몰랐다. 나도 당시 서류도 다 내고… 법원에서 다 하는 거니까, 법원에 (서류를)제출한 것으로 안다. 오래돼서 잘 모르겠다. 그런 것 묻지 말라”고 말을 잘랐다.

그러나 당시 입찰은 일반경쟁 방식에 의해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재산매각시스템인 ‘온비드(www.onbid.co.kr)를 이용한 전자입찰 방식으로만 진행됐다. 양 씨의 말처럼 법원으로 서류를 제출하는 등의 절차는 일체 없다. 

특히 상가리 824번지는 1990년부터 2010년 말 공유지 매각 때까지 약 20년간 양치석 후보가 제주시 애월읍에 임대허가를 받아 경작목적으로 사용해온 땅으로, 8촌 형 양씨가 양 후보와 상의없이 입찰에 참여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앞서 양치석 후보도 지난 1일 <제주의소리>와 통화에서 “상가리 3필지 땅은 8촌 형님과 농사를 함께 지어왔다. 저도 귤나무도 심었었고 농사를 직접 지어왔다”고 밝힌바 있다.  

한편, 제주참여환경연대와 주민자치연대는 6일 성명을 발표하고 "양치석 후보의 상가리 공유지 매입 당시 제주도의 또 다른 공유지를 전 고위 공직자가 매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원희룡 도정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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