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강정마을 주민들, 아침부터 투표소로...해군 표심 유입 전 사실상 마지막 투표

제주해군기지 건설 갈등과 정부의 막대한 배상액 청구로 천막에 내몰린 서귀포시 강정주민들의 표심이 이번 총선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일인 13일 강정마을의 투표소가 차려진 강정초등학교에는 아침 일찍부터 많은 주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현장에는 새벽부터 20대 청년에서 70대 어르신까지 다양한 계층이 투표에 나섰다. 어린아이를 이끌고 가족끼리 투표에 나선 유권자들도 여럿 보였다.

제주해군기지와 크루즈터미널 건설, 최근 불거진 구상권 청구까지 각종 현안이 있어서인지 오전 11시 현재 투표율이 24.7%로, 제주도 평균 18.4%를 크게 웃돌았다.

강정초등학교 투표소는 대천동 1통인 강정마을에 주소지를 둔 주민들만 투표할 수 있다. 유권자수는 1648명으로, 4년 전 19대 총선 유권자 1463명과 비교해 185명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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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일인 13일 강정마을의 투표소가 차려진 강정초등학교에는 아침 일찍부터 많은 주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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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일인 13일 강정마을의 투표소가 차려진 강정초등학교에는 아침 일찍부터 많은 주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제주의소리
지난 총선에서 강정마을에서는 945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64.6%를 기록했다. 당시 김재윤 후보는 이 마을에서 418표를 얻었다. 강지용 후보는 296표, 문대림 후보는 218표였다.

야권의 김재윤, 문대림 두 후보의 표를 합하면 여권의 강지용 후보 지지율을 갑절이상 앞섰다. 이번 선거에서는 양자대결 구도가 형성돼 표심에도 다소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저마다의 기준을 제시하며 마을의 미래와 발전을 고려해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지정당과 후보 선택 정당이 달랐다는 주민들도 있었다.

올해 처음 투표권을 행사한 한모(22.여)씨는 언니(23)와 투표장을 찾았다.

한씨는 “SNS 등을 통해 젊은층이 투표에 나서야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올해 처음으로 투표 자격이 주어져 들뜬 마음으로 투표장을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인 언니는 “보육 관련 업무에 종사하다보니 관련 공약을 꼼꼼히 살펴 투표에 임했다”며 “마을 현안인 제주해군기지 상황도 고려해 후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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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일인 13일 강정마을의 투표소가 차려진 강정초등학교에는 아침 일찍부터 많은 주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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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일인 13일 강정마을의 투표소가 차려진 강정초등학교에는 아침 일찍부터 많은 주민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제주의소리
강모(74) 할아버지는 “예전과 달리 현장 합동토론회가 없어 TV토론회 만으로 공약을 비교하기 어려웠다”며 “내 기준에 맞춰 일 잘할 정당과 후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강정마을의 경우 올해 해군기지가 창설되면서 향후 유입인구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역에서는 올해 투표가 사실상 주민들의 표심을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투표로 보고 있다.

실제 4월말 현재 제주해군기지 1000명 이상의 해군병력이 이동했다. 이중 가족단위 병력은 서귀포시 10여개 아파트 단지로 흩어져 있고, 독신자는 강정마을 내에 거주하고 있다.

독신자 상당수가 아직 주소 이전을 하지 않아 이번 선거의 실제 유권자 유입인구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군 관계자는 “가족단위 병력은 다른 동에 거주해 강정마을 유권자는 아니”라며 “다만 일부 병력은 강정에 주소를 두게 돼 있어 앞으로 해군 유권자가 계속 늘게 된다”고 밝혔다.

강정 주민인 김모(79) 할아버지는 “총선에서 해군기지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냐. 주민들이 속마음을 드러내기는 힘들다. 다들 고민이 많을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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