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귀포시가 제1회 강정국제평화영화제 조직위의 서귀포예술의전당 대관 요청을 거부했다. 영화제가 ‘정치성을 띠고 있고 편향성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곧바로 문화예술계와 지역사회의 반발이 일었다. 상영할 작품이 위법적 사유가 없는데다 당국이 일방적으로 문화예술적 자유를 침해했다는 지적이다. <제주의소리>는 무릇 예술의전당이라면 '시민을 위한 열린 문화예술공간'이 돼야 하고, 당국도 이러한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지역 문화예술계의 릴레이 기고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강정영화제 릴레이 기고] (3) 댓통령과 구태의원 나리들을 두려워하는 당신에게 / 김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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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이면 제주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유채꽃. ⓒ 김희철

2년 전 아무 일이 없었다면 제주항에서 내린 아이들은 이 꽃들을 보았을 것이다. 유채꽃과 왕벚꽃 흐드러지게 핀 제주의 4월은 그들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배는 오지 않았고 2년째 바다 속에 잠겨 있다. 그날 현장에 팬티바람으로 있던 책임자는 감옥에 갔지만, 침몰 원인의 원흉은 의문투성이의 주검으로 나타났고 인명 구조의 최종책임자는 그날 7시간 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소문이 돈다.

1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어떤 다큐멘터리가 상영되었다. 작품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그 내용은 그 배가 바다 속에 침몰한 사건에 관한 합리적인 문제제기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부산시는 그것을 트집 잡아 영화제를 파국으로 몰아넣었고 결국 금년 행사의 정상적 개최 여부가 불확실하다. 국제적 망신거리가 되었지만 그 지역의 책임자는 안하무인이다.

다시 제주도.
강정해군기지에 관한 의견과 그것에 대처하는 방법론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소수의 운동가들만 해군기지 앞에서 저항하고 있는 현재의 평화 운동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매우 안타까우면서도 그러한 방식에 완전히 동의하기도 어려웠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평화와 인권을 모토로 하는 영화제가 열리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지난 몇 년간 강정에서는 너무도 많은 갈등과 반목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는 듯 보인다. 서로의 다른 입장과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자리로서 영화와 토론이 이루어지는 영화제는 평화의 사랑방이고 흥겨운 잔치가 될 수 있다.

강정국제평화영화제는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모금으로 꾸려지는 소박한 행사다.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 시민의 호주머니 세금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는 공간을 활용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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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철 다큐멘터리 연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허가된 상영을 자의적 선입견으로 반려시키는 당신은 도대체 누구로부터 월급을 받는가? 당신이 두려워해야 할 ‘갑’은 댓통령과 구태의원나리들이 아니라 이 지역의 각종 경제 활동과 음주, 흡연을 통해 별의별 세금 내는 모든 납세자다. / 김희철 다큐멘터리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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