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착한여행 시민대학] 착한여행 개척자 나효우 “착한여행의 기반은 마을관광”


제주 착한여행(대표 허순영)과 <제주의소리>가 공동 주최하고 제주관광공사가 후원하는 ‘제주 착한여행 시민대학’(착한여행 시민대학)이 4월 20일 첫 강의를 마련했다.

공정여행을 기획·진행하는 공정여행 기획가(Fair Tour Planner)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마련된 착한여행 시민대학은, 제주벤처마루 8층 강의실에서 6월 8일까지 총 8번에 걸쳐 진행된다.

공정여행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부터 실제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고 운영까지 가능하도록 교육이 이뤄진다.

첫 번째 강사로 국내에 ‘착한여행’, ‘공정여행’의 씨앗을 뿌린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가 나섰다.

1980년대부터 교육주거 개선 운동, 헤비타트(HABITAT) 운동을 국내외에서 실천해온 나 대표는 2009년 여행사 ‘착한여행’을 설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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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착한여행과 <제주의소리>가 공동 주최하고 제주관광공사가 후원하는 ‘제주 착한여행 시민대학’이 20일 나효우 착한여행 대표의 강의로 시작됐다. ⓒ제주의소리

‘착한’이란 단어가 들어간 용어를 특허청에 등록한 것이 나 대표가 처음이었을 만큼, 공정한 여행 문화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시기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대중의 관심은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어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은 편이다.

나 대표는 관광, 여행이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상당히 왜곡되게 자리잡았다는 점을 가장 먼저 이야기했다.

'관광'하면 상당수가 바가지 요금·덤핑·먹튀·강매 등 부정적인 개념을 먼저 떠올릴 만큼 여행자, 여행사, 여행지 모두에게 불만족스러운 것이 바로 관광이었다.

1989년 해외관광이 시작된 이후 20여년간 불만족이 가득했던 우리나라 관광 시장에 최근 들어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여행이 없을까?’, ‘찜찜함 보다는 기분 좋게 다녀오는 여행은 없을까?’ 이런 요구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등장한 것이 바로 착한(공정) 여행이다.

나 대표는 착한여행의 핵심 요소를 세 가지로 들었다.

에코 프랜들리(Eco Friendly), 커뮤니티 프랜들리(Community Friendly), 트래블러 프랜들리(Traveler Friendly)다. 한국어로 옮기면 환경, 여행지, 여행자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에코 프랜들리는 환경을 덜 훼손하는 관광을 뜻한다. 커뮤니티 프랜들리는 지역경제와 여행업계 모두에 긍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관광을 하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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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대표는 진짜 여행은 여행자, 여행사뿐만 아니라 여행지, 현지 주민 모두가 행복한 여행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나 대표는 “착한여행이라고 해서 돈을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쇼핑을 더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여행지의 지역경제를 어떻게 하면 더 살릴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직접 거래가 아닌 간접 거래를 권한다. 전통시장 같은 기존 상권을 이용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또 “관행적인 여행업은 단가의 시작이 마이너스일 만큼 출혈 경쟁이 심각하다. 현지 가이드들은 관광객을 돈으로 계산하고 어떻게 하면 물건을 많이 강매시킬지 고민해 손해를 메우려고 한다. 이런 관행은 착한여행을 통해 서서히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트래블러 프랜들리는 장애인, 남녀노소, 경제적인 여유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여행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착한여행의 기반은 마을 관광에 두고 있다. 특히, 공자의 말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처럼, 마을 주민이 행복해야 자연스럽게 관광객도 찾아온다는 개념을 기초로 삼는다.

나 대표는 착한여행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인도네이사 발리의 어느 마을을 소개했다.

이곳은 4개 마을이 관광협동조합에 가입해 운영되고 있는데, 관광객이 모든 마을을 찾지 않는다. 마을 사무를 총괄하는 단체가 '오늘 관광은 A마을', '내일은 B마을' 식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늘 북적이고 복잡한 관광지가 아닌 지역주민도 여유 있는 삶을 보낼 수 있다. 여기에 지역 청년들이 가이드를 맡아 현지 문화에 대해 설명하며 문화적 차이를 알려준다.

나 대표는 “거주민이 행복하지 않은 여행은 진정한 여행으로 볼 수 없다. 마을 주민이 ‘저것들(관광객) 또 왔어?’라고 받아들이는 곳과 ‘어서와!’라고 반기는 곳의 차이는 매우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착한여행을 만드는 기획자들은 굳이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시도 대신, 관광지 마을에 숨겨진 깊숙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박 겉핥기’식의 맛집, 명소 탐방이 아닌 마을 이야기를 꺼내서 소개해야 더욱 진정성 있는 착한여행 프로그램이 된다고 강조했다. 여행하는 사람이 아이인지, 노인인지, 가족인지까지 파악해 방문자와 여행자의 마음을 연결시키는 노력까지 할 수 있을 때 진짜 착한여행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나 대표는 “착한여행을 시작한 지, 준비하는 시간까지 포함해 10년 정도 됐다. 주 고객 연령은 40~60대다. 관광을 많이 경험해본 세대다. 착한여행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한번 착한여행에 맛을 들이면 다른 여행에는 눈길도 안줄 만큼 충성도가 강하다”면서 “국내 여행시장은 20개 여행사가 전체 시장의 73%를 차지할 만큼 기형적이다. 철학도 빈곤하고 개성도 없다. 차별성있고 전문성만 갖춘다면 여행 시장은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나 대표는 착한여행의 힘을 설명하기 위해 착한여행사의 초창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느 소녀의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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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한여행 시민대학은 4월 20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제주벤처마루 8층에서 열린다. ⓒ제주의소리

가난한 집안에서 가족을 대표해 착한여행의 메콩캉 프로그램에 참여한 중3 소녀는 성적도 낮고 달리기만 좋아하는 잘난 것 없는 평범한 아이였다.

‘착한여행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함께 나누는 것’이란 여행 전 안내문을 읽고 달리기 1등 상품인 하모니카를 여행에 가져간다.

라오스 몽족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모니카를 부르면서 인상 깊은 시간을 보낸 소녀는 하모니카를 몽족 아이들에게 선물로 남긴다. 

여행을 다녀온 후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글로 정리해 공모전에 제출할 기회가 생겼고, 단번에 1등을 차지하는 영광을 얻었다. 1등에게는 영국에서 공정무역을 배우는 기회가 주어졌다.

생전 처음으로 자신이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기쁜 소녀는, 외국에서 더 공부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고등학교에 진학해 영어 공부에 매진하며 프랑스 대학 4년 유학이란 성과를 얻는다.

나 대표는 “라오스 여행에서 하모니카를 하나 들고 갔을 뿐인데 한 소녀의 인생이 바뀌었다. 여행은 우연치 않게 시작해 의도치 않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기회”라면서 “그런 기회는 새로운 여행, 진정성 있는 여행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앞으로 착한여행 시민대학에 참여하시는 여러분들이 새로운 여행 지도를 그려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계속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착한여행 시민대학 다음 일정은 27일 오후 6시 30분 제주벤처마루 8층 강의실에서 열린다. 오창현 제주관광공사 처장이 '공정여행, 지질트래킹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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