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간으로 5월 10일 이후로 미국 워싱턴 소재 '국제 탐사보도언론인 컨소시엄'은 소위 파나마 페이퍼의 제2단계 폭로에 돌입한다. 파나마 페이퍼란 파나마의 법무법인 모삭 폰세카의 내부 기밀문서를 말하는 것인데 이 법무법인이 한 일은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세계 도처의 조세회피지역에 껍데기회사의 설립을 도와준 것이었다.

이런 회사들의 대부분은 파나마 이외의 지역, 즉 영국령 버진아일랜드(플로리다반도 남쪽의 카리브해에 위치한 섬으로 소득세가 전무함) 등 제3국에 소재하므로 이 스캔들의 이름에 파나마라는 국명이 포함된 것은 오도의 소지가 없지 않다. 금융업을 주요 산업의 하나로 삼고 있는 파나마 정부가 이 이름에 대하여 강력히 이의 제기하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제2단계 폭로란 이제까지 부분적으로 공개하던 방식을 떠나 20만개가 넘는 유령회사들에 관한 정보를 각 회사별로 간추려 인터넷 망에 올린 것을 말한다.(검색어 'icij'). 총 2.6 테라바이트에 달하는 엄청나고 산만한 데이터베이스의 분석 및 정리작업이 끝났기에 가능한 일이다.

죤 도우라는 익명(우리나라의 홍길동쯤에 해당)의 고발자가 독일 일간지 쥐트 도이체 차이퉁에 자료를 넘긴 지 일년, 그리고 이 자료의 분석을 담당했던 국제 탐사보도언론인 컨소시엄이 그 내용을 처음으로 언론에 발표한 지 한달 만이다. 각 회사의 주주와 이사 중에 이미 12개국의 전 현직 정상, 128명의 유명 정치인, 그밖에 수백명에 달하는 저명인사 본인 또는 친인척들이 포함되어 있어 점점 더 떠들썩해질 전망이다.

이런 폭로성 저널리즘이 처음은 아니다. 최근 수년간의 유사한 스캔들의 제목을 나열해 보면, 오프쇼어 리크스, 룩셈부르크 리크스, 스위스 리크스 등이 회계법인 또는 은행의 내부고발자들에 의해 제보되어 일년에 한번 꼴로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온라인으로 전면 공개되는 실명들

조세회피지역에 유령회사를 소유하는 있는 것 그 자체는 위법이 아니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회사를 왜 만들었으며 또 무엇에 이용하는지는 문제가 된다.

조세회피 지역에 회사를 설립하는 이유는 첫째 재산은닉이다. 이 경우 부의 이전은 조세당국의 눈을 피해서 이루어진다. 탈세 목적은 부수적으로 달성된다. 둘째는 타 지역에서 발생한 소득을 조세회피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위장하여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납부하려는 것이다. 한가지 이유를 덧붙이면 뇌물수수다. 단, 폭로문 서두에서 기자들이 밝힌 대로 전혀 나쁜 목적이 아닌 경우도 배제할 수는 없다.

조세회피지역에 껍데기 회사를 차려야 했던 첫번째 유형을 파헤친 것이 2013년의 오프쇼어 리크스 및 2015년의 스위스 리크스라고 한다면 두번째 유형을 파헤친 것은 2014년의 룩셈부르크 리크스였다. 아마존과 맥도널드가 그룹 내에서 사고 파는 상품가격 또는 본지점간 대출금리의 조작 등의 방법으로 룩셈부르크 현지법인으로 이익을 이전시키고 룩셈부르크 정부로부터 일종의 조세특례(tax ruling)를 받아 남들보다도 더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납부했던 것이 드러났던 것이다.

룩셈부르크 리크스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 하여금 애플의 아일랜드 현지법인, 스타벅스의 네덜란드 현지법인 등의 유사한 혐의를 조사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그런 폐단에도 불구하고 조세회피지역을 근절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존, 맥도널드, 애플, 스타벅스... 줄줄

룩셈부르크의 경우를 보자. 불과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약간의 농지와 철공소 등이 늘어서 있던, 전체 면적 2500 평방 킬로미터(제주도보다 약간 큰)의 인구 56만 명의 별 볼일 없던 나라가 헤지 펀드, 다국적 기업 및 외국의 껍데기 회사들을 유치하여 일인당 소득 5만8000달러로 유럽의 일등 부자가 되었다. 이 나라가 지향한 것이 오프쇼어 금융센터다.

빈곤해결과 불공정무역에 대항하는 세계적 NGO, 옥스팜은 2015년 연차보고서를 통해 대기업과 부자들이 자기 몫의 세금을 내지 않는 구조적 모순에 오프쇼어 금융이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77142_202206_3330.jpg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
죤 도우도 파나마 페이퍼 제보의 동기로서 "소득 불평등"을 들었다. 부자의 세금이 포탈되는 만큼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비밀문서의 리크스는 이 정도에서 그치고 세금의 리크스를 막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

* 이 글은 <내일신문> 5월 11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도 게재됐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