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놀이책 Q&A’로 책과 함께 즐겁게 노는 법을, ‘어부가’로 <논어>에 담긴 가족 생활의 지혜를 전하고 있는 오승주 작가가 이번에는 ‘그림책’을 펼쳐보입니다. ‘어린이와 부모를 이어주는 그림책(일명 어부책)’입니다. 그림책만큼 아이에 대해 오랫동안 관찰하고 고민하고 소통한 매체는 없을 것입니다. 재밌는 그림책 이야기와 함께 작가의 유년기 경험, 다양한 아이들과 가족을 경험한 이야기가 녹아 있는 ‘어부책’을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오승주의 어·부·책] (12) 딸꾹질, 지각대장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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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꾹질 l 김고은 (지은이) | 고래뱃속(아지북스) | 2010-12-06 
지각대장 존 l 존 버닝햄 (지은이) | 박상희 (옮긴이) | 비룡소 | 1999-04-06 | 원제 John Patrick Norman McHennessy: The Boy Who Always Late 

우리 어른들이 하는 모든 언행을 누군가가 기록하고 있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무섭습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사실을 알려드릴까요? 그 기록자들은 몸에 기록하고 실시간 표현합니다. 바로 아이들이 그렇습니다. ‘무서운 몸 기록자’로서 경각심을 주기에 충분한 두 그림책을 소개합니다. 어느 날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병원을 찾은 아이는 엑스레이로 마음사진을 찍었다가 깜짝 놀랍니다. 마음 사진에는 엄마와 아빠가 아이에게 한 말과 행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외로움을 안겨주었던 부모의 반응들은 소화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상처와 같아요.

방치되는 아이들에 대한 현실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을 읽을 때마다 저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자책을 하곤 합니다. 제 아이들도 바쁜 엄마 아빠에게 방치되고 있지 않은지 매일같이 반성합니다. 바빠서 방치되는 아이들을 대하는 부모의 현실은 같지만, 자세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회구조상 부모와 아이는 이산가족처럼 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같이 있는 순간을 자주 만들려고 노력하고 그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나마 지금 우리 부모들이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선물일 것입니다. 딸꾹질이 멈추지 않은 아이도 비슷한 방법으로 트림을 하고 딸꾹질이 멈췄죠. 별 거 있겠습니까. 그냥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외로움이 달아나고 부모님이 함께 하니 아이는 힘을 얻습니다.

<지각대장 존>은 좀더 슬픈 결말이죠. 아이가 직접 눈으로 본 사실(아이에게는 황당한 일이 자주 일어납니다)이 어른에 의해서 부정되고, 마지막에는 아이 스스로가 부정하게 됩니다. 저는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현실이 어린이의 마음에 새겨지는 것만큼 슬픈 일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가 지금의 어른과 같은 어른이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더욱 슬픈 것은 그것이 마치 정답처럼 인정받는다는 사실입니다.

어린이의 마음의 병은 어른이 생각할 때 단순한 이유에서 나왔기 때문에 치유하는 방법 역시 복잡하지 않습니다. “어른들은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함께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라는 노랫가사를 마음에 잘 새긴다면 아이와 틀어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공부방을 하면서 외로운 아이들을 많이 봅니다. 외로운 아이들은 여러 가지 형태로 드러납니다. 공부에 집중하지 않는 아이, 매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아이, 멍 때리는 아이, 장난만 치려고 하는 아이, 과격하게 행동하는 아이, 자주 짜증내는 아이. 이 아이들의 부모들은 어쩌면 신화에 매달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를 위해서 돈을 벌려다 아이와 멀어지는 신화. 그 신화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아이가 외로워지고, 아이로부터 멀어지는 길입니다. 부모의 머릿속 구름처럼 희뿌연 신화를 걷어내는 방법은 지금 당장이라도 아이와 앉아서 뭐든 이야기하고 뭐든 놀 거리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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