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도 행정동우회장 김호성 

막말 정치인들이 지구촌 정치판을 뒤흔들고 있다. 막말이란 국어사전에 보면 입에서 나오는 대로 함부로 말 하거나 속되게 말함이라 돼 있다. 조금 더 풀어쓰면 막말이란 것이 욕설을 하고 못 할 말을 하는 것만을 막말이라고 하지 않는다. 공적으로 맞지 않는 말을 하는 것도 막말이다. 

우리나라 정치판은 막말 경쟁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우려하는 것은 총학생회장 출신들이 막말의 달인이 많다는 것이다. 막말은 저질 국회를 만들었고 민심이 등을 돌리게 하는 역할을 했다.

막말을 나열하면 끝이 없다. 알만한 의원들이 내뱉은 막말이다. “새해소원 이명박 급사, 백선엽 민족반역자, 비노세력은 세작(간첩). 내가 누군지 알아, 북의 천안함 폭침은 군의 과실, 박대통령이 연애”, “69세면 쉬셔야죠. 그년(그녀의 준말이라고 변명)이 서슬이 퍼래서, 근본도 없는 탈북자 새끼들, 탈북자는 변절자, 박대통령 꼬꼬댁, 박정희 히틀러, 귀태 ‘종북’ ‘수구꼴통’ ‘홍어’ ‘과메기’” 등이다.

막말로 한몫 보려는 정치인들이다. 지난 총선 공천 과정에서 Y의원이 한방 날린 막말은 전국을 휩쓸었다. “김무성 죽여버려 비박계 다죽여”. 취중 말이라고 사과했지만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막말의 달인인 더민주당 J씨는 누적된 막말로 20대 총선 공천에서 컷오프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막말이 난무하고 정치인들이 막말에 편승하는 이유가 있다. 신사적이고 얌전한 정치인은 존재가 없지만 포퓰리즘적 발언이나 거친 막말이 언론에 곧 기사화 되고 인기를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지지자들이 나아지지 않는 살림살이, 극단적인 폭행, 치정, 살인이 난무하는 사회에 치안 불안감에 대한 반감, 점잖은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 얌전하기만 하고 점잖은 기성 정치인들은 청와대를 견제하지 못하고 국정을 개혁할 아무런 능력이 없다는데 분노하는 이유이다. 청년실업자, 헬조선 유권자들은 솔직하고도 자극적인 막말 정치인들을 지지하고 나선다. 마침 욕하고 싶을 때 대리만족하는 심정이다. 

‘내부자들’과 같은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가 높은 이유와 비슷하다. 정치드라마나 영화가 증명하듯 정경유착, 권언유착 등 정치, 경제, 사회가 X판이고 썩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세계 정치인의 막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막말보다 더하면 더했지 우리가 수출 했는지 외국 막말을 우리가 수입했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아무래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거머쥔 도널드 트럼프가 그 중심이라 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한 방위 지원 여력이 없다고 말하면서, 한국 핵무장 용인과 주한미군철수론을 주장하면서 미국의 외교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그는 멕시코가 미국에 보내는 이민자들은 마약과 강간범이므로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방벽을 쌓아야 한다고 말하는 등 극단적인 발언을 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한 사람을 만족 시키지 못한 사람이 전 미국 국민을 어떻게 만족 시키겠는가’하고 상대방 후보인 힐러리를 향한 성적 막말이다. 

우리가 눈여겨 볼일은 트럼프 후보는 막말을 하면 할수록 지지율이 상승해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상당수 유권자는 성별·인종·종교 등이 다른 집단에 대한 편견을 용납하지 않고 관용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반감’으로 ‘정치적 올바름’ 따위는 안중에 없는 듯한 트럼프에게 한 표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미국, 특히 백인의 우선주의에 박수를 보내고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만이 아니다. 세계 정치인들의 막말은 계속 쏟아지고 있다.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된 두테르테가 내세운 공약은 “범죄자 10만 명을 죽여 물고기 밥이 되도록 하겠다”는 등 기성정치에서 보기 어려운 극단적인 막말들이다. 차기 브라질 대선후보는 시리아나 다른 작은 나라들에서 오는 난민을 향해서 “세계의 인간 쓰레기들이 브라질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세계는 막말 경쟁 중이다. 정치인의 막말을 통해 각종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인들이 지금 뭔가에 엄청나게 목말라 있고 또 상대적 박탈감에 분노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이다.

사실 지금 세계는 자본주의의 위기란 말이 나올 정도로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올해 1월 다보스포럼의 주요 의제도 극심한 빈부격차 해소였다. 세계의 슈퍼 리치 1%의 자산 총액이 99%의 사람들의 자산 합계보다 더 많다는데 그들의 분노가 좌우 이념을 넘어 빈부간의 충돌지수, 위험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양극화는 단순히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라는 이분법을 뛰어넘어 인종, 종교와 맞닿으면서 극단주의로 표출되고 있다. 이럴 때 누군가 나타나서, 막말을 대신 퍼부어 주는 것이다. 듣는 이들은 순간 속이 시원해서 열광하게 된다. 정치인들의 막말에 유권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비인간적인 갑을관계에 매여서 노동자들은 썼다 버려지는 소모품 취급을 당하고 있다. 지금 세계에는 막말과 퇴행적 언행을 쏟아내는 극단적 정치인이 등장했고, 대중선동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막말을 하는 정치인들은 입으로는 국민을 위한다 하면서 권력을 거머쥐려는 수단에 다름이 없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명제가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자본논리에 무력해지는 현실은 이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막말사회, 막장사회란 말은 미사여구로 국민을 위한다면서 갑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사회이다. 여기에 권력에 아부하고 기웃거리는 막말을 퍼붓는 것이다. 속내는 권력을 거머쥐기 위한 수단에 다름 아니다. 이런 과정에서 선거철만 왕이고 평소에는 을은 죽거나 죽지 않을 정도의 이익만을 받을 뿐이다. 승자는 All, 패자는 Nothing이다  .

174528_198721_5159 (1).jpg
▲ 제주도 행정동우회장 김호성.
세계인이 동경하는 아메리칸드림 사회, 미국의 위대함이란 세계인의 포용정책이다. 이번 미국대선에서 미국의 건국 정신이 무너질 우려가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이민자들이 설 곳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지역은 어떠한가, 1년에도 2만 여명이 도외에서 몰려오고 있다. 우리지역은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제주정치인들의 막말은 어떤지 뒤돌아보고 다민족 다문화사회에서 서로 포용하고 막말 없는 ‘제주드림사회’가 건설됐으면 한다. / 제주도 행정동우회장 김호성(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