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수 제주사랑 칼럼] 아름다운 제주 괸당문화, 왜 선거에선 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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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화= 만화가 강일 ⓒ제주의소리

이번 4.13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어떤 이야기들을 하셨습니까? “아이고게 어떵허연 그 사람이 결국은 되었져이?” “이젠 자기관리를 잘 해사커라!” “몬딱 고튼 당 사름들이 되어신게?” “젊은 아이들이 투표를 많이 해서라이!” 이런 말씀들 조금씩 나누셨지양? 


육지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서는 “야! 이젠 지역주의랜 헌 건 조금씩 사라져갈 꺼 닮다이?” “사전 투표랜 헌 제도를 만드난 투표율이 높아져신가? 경허여도 좋아라게, 먼저 투표헐 수 이시난!” 제가 들었던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사람들의 마음이 표로 나타나는 선거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당과 지역을 떠나서 이제는 사람이나 제시한 정책이 좋고, 믿을 수 있으며, 과거에 문제가 없었다면 이심전심 표로 연결되어 당선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선거제도나 참여가 많이 나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선거를 개인과 지역발전의 차원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느끼는 점을 몇 가지 적어보겠습니다.

첫째, 우리 제주지역 젊은이들이 제주지역을 위한 큰일을 하기 위해서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자는 것입니다. 법을 지키고 세금을 잘 내는 것은 물론이고, 도덕적으로 논란이 될 일들을 자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당할 억울한 일을 미연에 방지해야 합니다. 지금의 제도에서 괜찮으니 그냥 해도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나중에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의 심판을 받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표절에 대한 내용이 과거에는 그냥 지나갈 수 있었던 사안이지만 현재 기준으로 과거의 사안에 대해 검토를 하게 되면서 표절시비를 가려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잣대로 과거를 재면 변명하기가 쉽지 않아집니다. 따라서 우리 젊은이들은 외국의 사례 혹은 선진적인 사례 등을 보면서 미리 그 제도변화의 횡보를 따라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둘째,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당여부를 떠나서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중앙정치 정강의 차이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고, 어떤 가치를 따를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발전이라는 용광로 속에서 정치적 힘을 서로 녹여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제주지역발전’이라는 기치 아래에서 말입니다. 그렇다고 보면 정당을 떠나 지역출신 정치인, 지역출신 행정인, 지역내의 정치인, 지역내의 행정인, 그리고 지역내외의 유지분들이 모두 힘을 모아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방송을 보시면 국회건물 정문 현관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여줄 때 희미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서로 다른 당의 분들끼리 손을 잡고 나오거나 친한 모습을 보이면서 나오기 때문에, 그 분들이 다른 오해를 받지 않도록 희미하게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제주지역 유지분들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은 다르다 하더라도 지역에 대한 생각을 할 때는 당을 초월하는 모습입니다. 

예전에는 “제주도 사람들은 젊은 사름들이 크젠허민 눌러불젠 허여게!”라고 하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아니잖아양! 국회 안에서의 사무와 국회 밖에서의 연대는 별도의 것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국회의원들과 지역내외의 유지들이 서로 힘을 모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셋째, 지역주민의 화합차원에서 말씀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다수결 투표제도를 잘 활용해서 분리주의적이고 다수파의 독재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방자치가 1990년대 초반 비로소 다시 태어났다고 보면 올해로 근 25년이 지나고 있습니다. 조합장 선거까지 포함해서 지역에서는 많은 선거들이 치러집니다. 선거는 지역과 나라 발전을 위해 만든 제도입니다만 우리 마을을 더욱 황폐화하는데 역할을 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거기에 덧붙여 마을단위의 사안별 투표는 그런 현상을 더욱 가속화했다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주관적이기도 하고, 속상하실 마을이 있을 수 있어서 굳이 거명하지 않겠습니다.
  
이쯤해서 다수결 투표제도가 왜 독선적이 될 수 있는가하는 것을 생각해보겠습니다. 그야말로 숫자싸움이기 때문입니다. 혹여 왜곡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숫자를 확보하면 이기는 제도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충분한 토론의 기회가 없이 투표를 하게 되면 이 또한 주도적인 세력이 이길 수 있는 제도이며, 수준이 낮은 안이 채택될 수도 있는 제도이고, 조직구성원들을 분리시키는 제도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구 선생님은 다수결 투표가 중요한 것이기 보다는 ‘다수결의 투표의 결과에 따르겠다는 합의가 있을 때까지 시간을 두어 토론을 하도록 하고, 그 후에 투표를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우리 지역에서도 자연스럽게 충분히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모두에게 묻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투표로 해도 모두 승복하고 따르실거우꽝?”, “그럼 다음 주에는 투표 들어가도록 허쿠다양! 그 사이에 서로 토론도 많이 하시고, 의견을 나누시고 허십써예! 시간 주시라고 해서 시간 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다음 주에는 투표를 하고, 모두 그 결과에 승복허실꺼지예? 그럼 다음 주에 투표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습니다”라는 발표가 나올 정도의 논의구조하에서 투표를 하면 화합이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우리의 아름다운 괸당문화와 선후배가 연대하는 공동체 의식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주의 어려운 삶을 우리 조상들은 ‘괸당’이라는 공동체의 문화에 의지하고 지키면서 아름답게 이어왔습니다. 저희 어릴 때도 “이 삼촌은 우리 괸당마씀!”이라고 하면서 서로 자랑스러워했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괸당문화가 선거와 투표과정에서 다소 왜곡되면서 부정적으로 해석되어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지역의 경우 동네 선후배, 학교 선후배 관계도 잘 가꾸어 왔습니다. 선배들의 노력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압니다. 우리 후배들은 이 아름다운 공동체의 문화가 선거와 투표로 훼손되지 않도록 성숙하고 건전하게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제주도에는 많은 미풍양속과 공동체의식이 있습니다. 선거와 투표로 훼손되지 않고, 건강한 공동체가 만들어지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겠습니다. 높은 빌딩 세우는 것 보다 괸당문화부터 자리를 잘 잡아 보게마씀. / 황경수 제주대 교수  

 ▷황경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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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이호동 현사마을 출생
제주대학교 행정학 학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도시 및 지역계획 석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통공학 전공, 공학박사 
제주발전연구원 근무
현재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강의는 행정학 일반, 도시행정, 교통행정, 협상론, 문화행정 등
합창단 지휘, 섹소폰, 플루트, 트럼펫 연주활동 등
서귀포신문 대화기법 관련 칼럼 7년여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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