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극장을 지켜야하는 이유] (5) 오멸 영화감독 "문화 복합공간으로 활용해야"

옛 현대극장(제주극장) 매입 문제가 쉬이 해결되지 않을 조짐입니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지어진 이곳은 문화환경이 척박했던 제주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문화공간이었습니다. 그뿐인가요, 제주 근현대사가 스며든 의미 있는 건축물이기도 합니다. 보존이냐, 철거냐 운명의 기로에 놓인 옛 현대극장을 두고 각계의 다양한 이들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입니다. 당초엔 제주 영화인들을 주축으로 기고를 실으려했으나 논의 구조가 더 넓어졌으면 하는 필자들의 바람에 따라 더 많은 목소리를 담기로 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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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멸 영화감독.
현재 전국적으로 대형 멀티플렉스극장은 상업의 논리에 상응하는 작품만을 적극 개봉하는 터이다 보니 다양한 영화를 만날 방법이 드물다. 제주에는 전무한 상태이다. 개별적으로 시민단체들의 활동으로 극장을 대관해 상영을 하지만 그 역할은 아직은 다양한 영화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기엔 미미하다. 코리아극장에 들어선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에 그 역할을 기대했으나 초기엔 실버극장을 지향하더니 현재는 철지난 영화를 틀어주는 DVD 상영관이 되어 버렸다. 

<지슬> 개봉 전에 이곳에 현대적 상영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서 제주에서만 3만여 명의 관객이 보는데 최고의 기여를 했다. 지역에서 만든 영화로 그 지역 관람객이 3만이라는 숫자는 그 어느 지역에서도 사례를 볼 수 없는 대단한 사건이라는 것이 영화계의 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도 곧 폐쇄된다는 전제로 보면 제주의 삶을 다룬 영화들을 위한 만날 방법은 더욱 암담한 미궁으로 빠지고 만다. 

그렇다고 영화문화예술센터의 대체를 현대극장에 요구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곳의 운영을 결코 성공으로 보지 않기에 앞으로도 많은 토론이 필요할 것이다. 아직 현대극장의 존폐도 결정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너무 앞서간 이야기이겠지만 필자는 현대극장이 굳건히 다시 운영된다는 전제를 두고 미래를 상상한다. 

지난 2011년 <어이그 저 귓것>과 <뽕똘>이라는 두 작품이 몇몇 영화제 수상 후에 개봉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나름 상당한 기대감으로 당시를 맞이했었는데 현실은 너무나 큰 장벽 이었다. 배급사에 제주에서의 상영을 강하게 요구를 한 결과 제주CGV에 상영할 수 있도록 배정을 받았다. 허나 그 시간대가 악랄했다. 오전 8시 전후로 상영시간이 배치되었던 것이다. 특히 ‘뽕똘’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CGV의 무비꼴라주상을 수상하며 CGV 개봉을 지원하는 상임에도 기대를 무참히 저버리게 만드는 시간표였다. 거대한 자본 논리 앞에 처참한 결과는 차후에도 제주 영화를 찍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던져 넣게 만들었다. 

두 작품은 제주지역 사람들에게 제대로 상영을 해 볼 기회도 없이 영화는 잊히게 됐다. 그리고 <지슬>을 개봉할 때도 여전히 극장들은 상영을 회피했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노력으로 무사히 제주 개봉을 해낼 수 있었으며 경미하지만 나름의 영화적 역할을 한 것에 다행스럽게 생각하는 바다. 이 지난 이야기를 다시 왜 하느냐면 제주의 삶을 다룬 영화는 기존의 멀티플렉스 극장에 접근하기가 상당히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이유는 훤하다. 돈이 안 되니까! 그럼 돈이 되게 찍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겠지만 이와 연결될 수 없는 명확한 상황들이 펼쳐진다. 수십억 원 또는 수백억 원을 투자해 제주의 사연을 개발할 제작사는 아직 대한민국에 없다. 제주의 풍광을 이용하는 영화는 상당히 많은 작품들이 나왔지만 제주의 역사와 삶을 다루는데 그만한 투자는 그 누구도 접근이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제주를 다루는 영화는 쉽게 나올 수가 없고 제작을 한다면 저예산으로 힘겹게 찍어 나가는 방법이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게다가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수십 수백억의 영화와 동등하게 견주어 싸우기란 기적을 기대하는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은 제주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도 상영이 쉽지 않다는 것이며 결국 더 심각한 문화의 부재로 돌아오게 된다. 시대를 담는 방법에는 문자와 그림이 많은 역할을 해 왔다. 그리고 사진이 나타났다. 그리고 영상의 시대가 들어섰고, 현재는 역사와 문화를 후세에 전달하는 방식은 모두 시각화되어 영상으로 전달되어지는 방식이 주도적으로 변해버렸다. 하지만 제주는 영화의 역사가 극히 짧기에 시대를 담은 풍광은 몇 편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제주는 엄청난 격변을 겪고 있다. 지형과 문화가 서서히 세월 속에 변하는 것이 아닌 자본으로 급변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오랜 시간을 머금은 장소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위협은 더욱 심해질 것이 당연한 지점에서 지역의 영화인들은 더욱 바빠져야 하는 시기인 것이다. 돌담이 점점 사라지고, 폭낭(팽나무)이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시간의 향기를 머금은 공간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것은 그 속에 담긴 삶의 이야기가 사라진다는 것이기에 그 현상 속으로 바삐 들어가 영상과 영화 속에 남겨두는 것이 정말로 시급한 시기이다. 안 그러면 우리는 먼 훗날에도 제주를 영화라는 장르 안에서 같이 울고 웃으며 공유할 중요한 역할을 놓치고 말 것이다. 그러하기에 지역영화 혹은 제주영화의 존재의 필요성은 현재에 더욱 절실해지며 그 상영공간으로 현대극장의 존재는 그만큼 중요해진다.  

제주도 1호 영화 극장, 당연히 이 역사적 발자취만으로도 그 문화적 가치는 충분하다. 그리고 영화 극장 그 이전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바닥에 가마니를 깔고 유랑극단, 악극단, 연극 등 다양한 공간으로 이미 활용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현대극장은 오래전부터 제주에 문화 복합공간으로서 그 활용이 시작되었으며, 제주4.3을 또렷이 지켜본 기억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 극장의 존재만으로도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오롯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상징적 건물임에는 틀림이 없다. 

또한 373석에 입석 100석이 추가 가능한 중극장 규모의 실용성 높은 크기까지 현대극장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풍모를 풍긴다. 특히나 원도심에는 제대로 된 공연장 하나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원도심 활성화를 목표로 많은 실천을 하고 있는 이 기회에 덧 붙여 다양성 영화 상영관이든 다목적 복합 공간이든 현대극장의 활용은 좋은 구축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보존도 급급한데 활용까지 앞선 이야기를 하기에는 설레발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이는 그만큼 설레고 즐거운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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