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마을기업 제주살래, 은퇴 해녀 일자리 창출 위한 '엄마의 바다' 첫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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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한 해녀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위해 개발된 향초 '엄마의 바다'. 단순히 해녀에만 초점이 맞춰진 상품이 아니라 바다와 함께하는 제주 해녀의 삶이 담겼다. <제주살래 제공>

각종 매체에서 다뤄지는 '80세, 90세에도 물질하는 제주 해녀' 수식어는 고령에도 일손을 놓지 못하는 고단한 해녀의 삶의 이면이 담겼다. 은퇴한 뒤에도 어르신들은 몸을 놀리는 법 없이 밭일과 집안일로 생계를 꾸려간다. 

서귀포로 이주해온 정착주민과 지역주민이 모여 만든 마을기업 제주살래(대표 안광희)가 '엄마의 바다'라는 이름의 향초를 내놓은 배경이다. 

이들은 지난 2014년 서귀포시 남원읍 어촌계 해녀들과 '그림 그리는 해녀' 프로젝트를 벌여오며 줄곧 해녀 캠페인에 관심을 갖던 터였다. 

제주 해녀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에 대한 관심을 끌면서 은퇴 해녀 어르신들의 경제적 안정까지 잡을 방법을 찾던 중 향초가 눈에 띄었다. 단순히 해녀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바다와 함께하는 해녀의 삶' 그 자체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구상을 실현하는 과정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초를 만들면서 생기는 화학적 작용을 고려하지 못한 탓이었다. 제주대학교 등 연락 닿는 곳마다 자문을 얻으며 기술력을 보완해갔다. 프로젝트에 합류한 어르신들과 호흡을 맞추는 시간도 충분히 들였다. 이 과정에만 반년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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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원 어르신들이 만드는 '엄마의 바다'. <제주살래 제공>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엄마의 바다는 바다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해녀들이 자신이 살아온 터전을 스스로 만들면서 제주 해녀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는 '제주해녀문화콘텐츠'다.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로 은퇴 해녀의 안정적인 경제 활동과 동시에 문화공동체를 이루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다. 

준비 과정을 마친 엄마의 바다는 이달 초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통해 공개됐다. 올해 처음 열리는 '함께해요! 지역사랑 크라우드펀딩 대회'에 참여하면서다. 

지역 경제와 공동체를 살릴 아이디어를 크라우드펀딩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달 말까지 전국 각지에서 엄선된 21개의 프로젝트가 이달 말까지 순위를 겨룬다. 

이제 일주일째, 목표액 500만원 가운데 10% 남짓이 모였다. 이들에겐 순위보다도 관심이 더욱 절실하다. 

이들은 이달 말께 남원리 어촌계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사업을 본격적으로 꾸릴 예정이다. 올해까지 은퇴 해녀 10명을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지역 사정을 반영한 노인일자리로 제주형 사회적경제 모델을 만드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안광희 대표는 "'엄마의 바다'로 평생동안 해녀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온 해녀들이 은퇴 후에도 경제적인 안정을 지키고, 제주해녀가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의 움직임에도 탄력을 보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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