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할지를 결정할 국민투표일이 23일로 다가왔다. 사전 여론조사는 찬반이 팽팽한 가운데 잔류파가 약간 우세하다고 보도되지만 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이것은 유럽연합의 진로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는 유럽 경제를 통합함으로써 전쟁이 없도록 하자는 목적으로 1957년에 여섯 나라 사이에 체결됐다. 각 나라의 상품과 자본이 관세 장벽 없이 이동될 뿐 아니라 모든 회원국의 시민들에게 이동의 자유가 보장된다.

1963년에 영국이 가입을 신청했을 때는 미국의 트로이 목마, 즉 영국을 통해 유럽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속셈이라는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반대로 가입이 거부되는 일도 겪으면서 지금의 28개국 연합체로 발전했다. 경제권으로 보면 GDP 규모가 18조달러에 달해 미국을 넘어 세계 1위다. 

BBC 방송은 영국의 불만 중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회원국으로부터의 이민 유입을 들었다. 그 외에도 "EU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간섭하는 정도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영국 기업과 가계들의 감정도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원하는 이유로 열거됐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 자체가 유럽대륙으로부터의 영국의 후퇴를 반증하는 것이다. 애당초 EU의 본부는 브뤼셀에 있고 유럽중앙은행(ECB)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 있다.

여러 해에 걸친 유럽 재정위기는 ECB의 거대화를 낳았는데 총재 부총재를 비롯한 집행임원 6명과 19개 유로 존 국가들의 중앙은행장들을 합해 총 25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영국은 빠져 있다. ECB는 유럽 중앙은행이 아니라 유로 존의 중앙은행이므로 그것은 당연한 처사다.

유럽대륙 경영에서 이미 소외된 영국

2002년 EU의 단일통화로 유로화가 창설됐을 때 파운드화의 계속 사용을 고집했던 영국은 이미 EU에는 한발만 담그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니 유럽의 중요한 문제에 대해 영국의 발언권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한 예로 그렉시트(Grexit)의 경우에 ECB는 상환능력을 이미 상실한 그리스에 계속 구제금융을 퍼부으면서 유로 존 탈퇴를 어거지로 막았는데 이러한 결정에서 영국의 의견은 청취되지 않았다. 그 구제금융이 그리스를 구제한 것이라기보다는 그리스에 많은 대출금이 묶여 있는 독일과 프랑스의 은행들을 구제하는 성격이 농후했음에도 말이다.

또한 ECB가 유럽 여러 나라들의 국채를 매입하기로 한 양적완화 결정에 있어서도 영국은 제외됐다. 그 덕분에 독일 정부의 10년 만기 국채의 시중금리가 최근 0% 대의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음은 물론 한때 불량국으로 지탄받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들도 미국의 1.6%보다 낮은 1.4% 대의 금리로 거래되고 있는 것을 그저 바라봐야 하는 신세가 됐다.

그런데도 영국은 매년 막대한 금액을 재정 분담금으로 EU 본부에 낸다. 2014~2015년의 분담금은 88억파운드(약 15조원)로서 영국 정부 총 예산의 1.2%에 달했다.

유럽대륙의 변모는 우선 은행연합(Banking Union)의 달성에 있다. ECB 안에 유로 존 모든 은행들을 사전에 감독하는 단일감독기구(SSM)와 단일결정기구(SRM)가 설치됐다. 여기서 결정이란 부실은행의 영업정지 및 구제에 관한 결정을 뜻한다.

조만간 재정연합(Fiscal Union)도 이뤄질 것이다. 즉 개별국가 단위로 이뤄지던 세금 징수 및 예산 지출을 하나의 중앙기구로 통합하는 것이다. 한 나라 안에서 어려운 지방에 재정투입을 하듯이 어려운 나라를 공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럽대륙은 강하게 결속된 하나의 연합체로서 국제무대에 등장하게 된다.

독일, 유럽대륙 통일의 꿈 이루나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바다 건너 있는 영국이 대륙의 이러한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려 할 것인가?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노르웨이 모델을 이야기한다. 노르웨이는 1972년과 1994년 국민투표에서 두번이나 EU 가입을 거부했다. 그런데도 북해유전 덕에 일인당 소득이 7만달러에 달하는 세계 4위 부국이 되었으며 유럽연합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다.

독일도 내면으로는 영국의 EU 탈퇴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2차 세계대전 후 강제로 분리되었던 독일은 자국 통일을 이룩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군사력 대신 경제력으로 유럽대륙을 통일하려 하고 있다. / 김국주 전 제주은행장.

* 이 글은 <내일신문> 6월 8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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