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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사진 출처=오마이뉴스. ⓒ제주의소리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㊵> 누가 이 사람을 ‘정치 초짜’라 하는가? 


일본의 막부시대에 세 영웅이 있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그들이다. 흔히 정치학이나 행정학에서 이들의 리더십 유형을 다음과 같이 비교해서 설명한다. 

“울지 않는 두견새가 있었다. 오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다고 죽여버렸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울도록 만들어보려 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렸다.” 물론 비유적인 설명인데, 오다 노부나가 리더십의 특징은 결단력, 도요토미는 예지력, 도쿠가와는 인내력이라 할 수 있다.

일본 학자들의 토론에서 가장 현대적인 리더십 유형은 도요토미의 ‘울게 만든다’였다. 왜 그럴까? 울게 만드는 행위 자체가 대화와 타협, 소통과 공감이라는 현대 정치의 요체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국내 정치계에 다크호스로 떠오른 반기문의 리더십은 어느 쪽일까? 혹자는 그가 외교관 출신이므로 정치에는 어울리지 않고, 그의 정치적 리더십은 검증받은 바 없다고 예단한다. 하지만 이처럼 웃기는 일도 없다. 

첫째, 유엔 사무총장은 세계의 갈등과 분쟁의 조정자, 중재자 역할이며 국제정치의 해결사다. (이게 사무총장을 ‘세계 대통령’이라 일컫는 이유다) 더욱이 사무총장에 재선돼 10년째 유엔을 이끌고 있는 그는 누구보다 국제정치 감각과 정치역량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

둘째, 현 한국의 정치인들은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정치인이었나? 법조인, 행정가, 교수, 운동권들이 정치인으로 변신한 거 아닌가? 자기는 되고 남은 안 된다는 건 언어도단이다. 그건 독선이요, 오만에 다름 아니다. 

셋째, 공자님은 제자가 “스승님은 어떻게 만사에 통달하셨습니까?”라고 묻자, 일이관지(一以貫之; 한 이치로써 모든 일을 꿰뚫음)라고 답했다. 유능한 외교관은 유능한 정치인이 될 공산이 크다. 불교에도 ‘원융회통’, ‘원융무애’라는 말이 있다. 하나를 깊이 알면 골고루 융통해 막힘이 없는 법이다. 그러니까 이제 반기문의 리더십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리더십은 leader와 ship의 합성어다. 

지도자는 항구에 있는 배를 거친 바다로 끌고 가는 용기와 난파선을 항구로 무사히 끌어 오는 지혜와 능력을 아울러 갖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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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일홍 극작가.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참다운 리더는 자신만의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 그리고 지도자는 권력과 돈을 쫓는 정상모리배가 아니라, 이 타락한 세상에서 불변의 원칙과 진정한 가치를 만드는 사람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이런 지도자를 열망하고 있다. 매우 통탄할 일이지만 이 나라에는 수준 미달의 얼치기 리더가 너무 많다.

미국 해군사관학교 교정에 이런 비명이 새겨진 탑이 있다고 한다.

“십(ship) 중에서 가장 훌륭한 십은 리더십이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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