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 이슈’가 대한민국 전체의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로 떠오른 가운데 제주지역에서도 청년 당사자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제주의소리>는 네 차례에 걸쳐 제주에서 함께 뭉쳐 자발적으로 공공성 있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 청년들을 조명해봤다. 이들의 이야기가 더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소망한다. [편집자 주]

[꿈틀대는 제주 청년] (4) 청년 주체 실태조사-보편적 안정망-폭넓은 기회, 3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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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로 시작해 ‘N포세대’, ‘사축(社畜)’,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까지. 최근 몇 년 사이 청년들이 처한 구체적인 현실을 드러내는 다양한 언어들이 뿜어져 나오고, 주류 담론 시장에 청년 의제가 떡 하니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현재 확산되는 대한민국 청년 이슈는 인서울(in seoul) 4년제 대졸자나 수도권의 취업준비생에게만 맞춰져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여기에다 제주지역의 특성, 즉 상대적으로 타 대도시에 비해 낮은 임금, 영세한 기업 규모, 서비스업에 치중된 산업 구조, 최근 급증하는 유입 인구, 괸당 문화, 내륙 대도시와 구분되는 섬의 정서 등을 감안하면 제주만의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해진다.

그렇다면 ‘어디서 시작해야하는가’라는 물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전주가 좋은 본보기가 된다.

지난 달 24일 청년 이슈에 관심이 많던 이들의 시선이 전북대로 쏠렸다. 비영리단체 ‘청년들’이 ‘2016 전주 청년보고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발표에서 이번 실태조사를 실시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2015년이 끝나갈 즈음,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는 전주 지역의 몇몇 청년들이 모였고, 우리가 대체 왜, 얼마나 힘들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스스로 알아보자고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아무도 청년문제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껍데기와 자극적 이슈만을 주목하는 지금, 당사자인 우리가 먼저 해결책을 도모하지 않으면 아무도 답을 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중략)...개인의 아픔이 아닌 모두의 아픔을 오롯이 담아낸 지역청년의 삶에 관한 통계가 필요했지만, 제대로 된 기초자료는 없었습니다”

청년문제를 청년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나가기 위한 비영리단체 ‘청년들’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주에서 활동하는 청년 1000여명을 대상으로 생활실태와 욕구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학자금 대출과 고용 현황부터 시작해 인간관계와 여가, 지역사회에 대한 행복도와 신뢰도, ‘포기한 부문’, ‘희망사항’에 이르기까지 지역 청년들의 삶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청년들에게 무작정 ‘지원을 강화해달라’, ‘좋은 일자리를 늘려달라’는 차원에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보편적으로 적용가능한, 청년 세대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라는 쪽에 가까웠다.

청년들은 이 보고서를 통해 △선별적 저소득 지원이 아닌 전반적인 고비용을 낮추는 일 △무턱대고 일자리를 늘리는 게 아닌 체계적인 고용 정책 △온전히 경험을 성취하고 자립할 수 있는 보편적인 기회와 폭넓은 사회적 인프라 △청년 당사자에게 문제해결 주체로서의 권한과 기회가 주어질 것 등을 주문했다.

이 같은 전주 청년들의 움직임은 제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꿈틀대고 있는 제주청년들의 욕구는 청년세대 모두에게 공통으로 돌아갈 수 있는 보편적인 판, 든든한 공통의 뒷받침을 해달라는 쪽, 보통의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달라는 지향점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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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열린 제주의 청년네트워크포럼 '응답하라 2030'.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스스로의 문제를 풀어내려는 시도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결국 ‘지금 제주의 청년들에게 절실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전제가 가능하다. 전주의 ‘청년들’이 본격적인 첫 활동으로 ‘청년실태조사’를 실시한 점도 이와 맞물려있다.

사회적협동조합 제주내일의 강종우 이사장은 ‘종합적으로 얘기할 것’, ‘청년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문제를 제기하고 풀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을 지역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전제로 본다. 전주의 비영리단체 ‘청년들’와 같은 ‘실태조사’의 필요성도 여기에서 제기된다.

“청년들 스스로가 자기의 문제를 제기하고 풀 수 있는 그런 기회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서울시의 청년희망프로젝트, 청년수당과 같은 뒷받침이 필요해보입니다. 이에 앞서 일단 실태조사는 청년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기존 연구기관 등에 맡기는 건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당사자들 스스로가 본인들의 문제를 확인하고 어떤 욕구를 갖고 있는 지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또 당국과 연결될 수 있는 통로 확보, 청년들을 위한 공간, 적어도 분기별로는 국장이나 도지사와 청년들이 만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최근 제주 지역사회에서 청년들이 자발적인 움직임이 본격화 된 것에서 희망을 본다.

“청년들에게 누가 답을 줄 수 없습니다.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국가 정부나 시장에서 청년들의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을거란 기대는 냉정히 접는 게 좋습니다. 민주화를 위한 투쟁이 있었듯, 정치를 향해 요구하고 ‘우리 몫을 달라’고 찾아가는 활동들도 해야합니다. 이런 지점에서 지금 제주 청년들이 뭉쳐 본인들이 스스로 본인 문제를 풀려고 한다는 것. 기본적으로 이게 힘입니다.

지난 달 초 열린 제주도의회 제340회 임시회에서는 김황국 의원(새누리당, 제주시 용담1·2동)은 이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청년 기본 조례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제주도는 이달 중 진행할 조직개편에 평생교육과 내에 청년정책 담당을 신설할 예정이다.

‘청년 문제’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선 것이다.

실효성 있는 청년정책이 설계되고 집행되기 위해 지속적인 논의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정책의 중심이 돼야할 청년들에게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하고 그들이 중심이 돼야한다는 게 <제주의소리>가 현장에서 만난 청년 정책의 전문가, 청년 당사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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