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호 위즈돔 사람도서관 제주 총괄 매니저는 콘텐츠기획가라는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제주토박이 청년이다. 그가 <제주의소리>를 통해 제주크래비터사람도서관에서 만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제주크래비터사람도서관은 제주의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를 공유하고, 사람간의 연결로 창조적 발상을 모색하기 위해 제주창조경제혁센터와 위즈돔이 손을 잡고 시작한 프로젝트다. 제주 곳곳에 숨어있던 보석같은 이들의 특별한 경험과 생각들이 그의 글을 통해 풀어져 나온다. 그의 만남과 이야기가 제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원한다. [편집자 주]

[박경호의 제주사람책] (11) 제주특별자치도청 환경정책과 정근식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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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특별자치도청 환경정책과 정근식 주무관. ⓒ 박경호

지역 사회에서 민과 관의 협력은 중요하다. 특히 제주가 세계환경수도를 지향하는 만큼 환경분야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지난 달 22일,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크래비터사람도서관에서는 ‘민과 관이 함께할 수 있는 환경 이야기(www.wisdo.me/17526)’란 주제로 만남이 진행됐다. 제주 환경정책 일선에 서서 땀 흘리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청의 정근식 주무관의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주사람책’ 독자들에게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제주도청 환경정책과에서 근무하는 정근식이라고 합니다. 환경 전문 공무원으로 1992년에 임관해 약 25년 동안 환경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 제주하면 환경, 환경하면 제주일 정도로 제주는 환경이란 키워드를 뺄 수 없는데, 제주의 환경에 대한 주무관님의 평소 생각이 궁금해요.

우선, 제가 최근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찾은 김훈 작가님의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요약해 인용하고 싶어요. “제주의 진정한 강점은 역사, 문화도 분명 소중하지만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다이나믹한 환경을 갖고 있다. 뚜렷한 사계절을 갖고 있는 곳이며, 그 사계절의 변화를 만끽할 수 있어 매번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라는 말을 했어요. 저는 제주 토박이로 이 말에 너무나 공감이 됐어요. 우리가 어릴 때 누려오고, 지금 누리고 있는 제주를 후대의 우리의 자식들에게 똑같이 느낄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만큼 소중한 제주도의 환경을 지키는데 있어서 그 어떤 분이라도 반대를 하진 않아요. 다만 보존지역을 만들어가는 것만 해도 엄청 힘이 들어요. 가치관의 문제뿐만 아니라, 개인의 이해관계가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갖고 있는 땅을 보존지역으로 설정하여 개발을 못하게 하면 반대하시는 분들이 엄청나거든요. 그 동안 진행한 공청회도 많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죠.

하지만 제주의 환경은 공공적인 가치로서 전체적인 가치를 지키는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관에서만 하기에는 모든 것을 하기 힘들어요. 민간에서도 환경에 대해 관심 있는 분들과 최대한 많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제주도의 환경을 같이 지켜나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 주무관님은 환경 담당 부서에서만 25년 가까이 일을 하셨는데, 그런 계기가 있나요?

제가 제주대학교 환경공학과 출신입니다. 그렇게 전공으로 공부를 하면서 대학 3학년 때 환경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90년대 환경 관련 직업은 주로 엔지니어, 시설관리 등의 직업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왕이면 멋지게 일하고 싶었어요. 무슨 일이 있을까 찾아보다가 공무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환경직 공무원으로 임관돼 일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환경공무원이 하는 주 업무는 배출원(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근원지)의 인허가 및 점검 및 관리였습니다. 그렇게 일을 시작했는데, 문득 배출원만의 문제로 볼게 아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되었어요. 그래서 자세히 알아보니 배출원의 위치와 인근 배출원과의 간격 등이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영향이 전반적인 도시 환경에도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겠다 싶어 공부를 시작 했습니다.

그리고, 토지 이용 부분에 있어서도 환경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렇게 공부하다보니 환경에 대한 사명감이 생긴 것 같아요. 최근에는 환경의 문제와 해결이 결국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행정대학원에 들어가 그런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행정 시스템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  이번 사람도서관 만남은 어떠셨나요?

만남을 열게 된 계기는 지난 5월에 도청의 한 정책보좌관의 소개로 민과 관이 함께 환경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 처음 참석하게 되었는데, 너무나 재미있고 유익했어요. 매니저님도 그 때 처음 알게 되었죠. 나도 한 번 그런 자리를 편하게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고, 때마침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의 크래비터사람도서관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만남 자리는 생각 이상으로 너무나도 좋았고, 되게 많이 놀랐어요. 지금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환경을 지키기 위한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하는데 생각보다 깊고 넓다는 생각을 했어요.

참가자 중에 이동식 건축물 사업을 하시는 분도 계셨는데, 그런 사업이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그 분의 경우에는 같은 사업을 하시는 분들과 다르게 환경적인 측면을 많이 고민하고 있었죠. 그리고, 빛 공해에 대해 연구하시는 분도 제가 생각하는 빛 공해에 대한 생각을 상당히 확장시켜 주었어요. 빛공해가 환경 뿐만이 아니라 에너지 절약, 사람의 건강 및 정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려주셨어요. 우리가 어릴 때 봐왔던 밤하늘의 정서에 대한 당위성을 만족시켜 주었죠. 이런 분들과의 만남이 저에게는 새롭게 다가왔고, 많은 영감을 주었어요.

만남이 끝난 후에 참가하신 분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싶어 메신저 그룹을 만들었고, 즉석만남을 진행해서 좀 더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때 다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 만남 이후 생각나는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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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2일 진행된 사람도서관 만남 '민과 관이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이야기' ©박경호

-  정말 좋은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주무관님에게 특별한 인연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당연히 있죠. 인생에 있어서 가장 특별한 계기를 주는 것은 사람의 인연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 중에서도 두 분을 소개하고 싶어요.

공무원 생활에 있어서 소중한 멘토님이 있습니다. 지금은 제주시 평생교육원 사무국장으로 계시는 박윤수님입니다. 그 분이 국제자유도시 업무를 할 때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내가 이 업무를 왜 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 주시는 분이셨죠. 또한, 미래지향적이신 분이셔서 저에게도 항상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이끌어 주셨어요. 그 분과 같이 일하게 된 것이 제가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개인적인 멘토로는 1999년 도청에서 근무할 때 2개월 정도 뉴질랜드로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당시 홈스테이의 호스트였던 윌리엄의 생활이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윌리엄의 가정적인 모습이 제가 가족들에게 무심하지 않았나 싶었어요. 그 이후로 주말 중에 하루는 꼭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습니다.

정근식은?  제주도청 환경정책과 주무관. 1969년 제주에서 태어났고 제주에서 자랐다. 1992년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3년 제주대 환경공학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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