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공급 곡선이 'X'자로 교차하는 가격균형 이론은 일반 상품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가격이 오르면 사려는 사람은 줄어들고 물건을 내놓으려는 사람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인간심리다.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은 그 때문에 시장에서 적정한 균형점을 찾게 된다.

그러나 재산 형성의 목적도 포함된 자산의 가격에 있어서는 이런 가격 메커니즘이 통하지 않는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덩달아 오르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즉 집값이 오르니까 더 오르기 전에 사려고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어 가격이 더 오른다. 그래서 누군가는 찬물을 끼얹어줘야 한다. 그것은 금융당국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시장 외생적 변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찬물을 끼얹어야 하는 시점을 제대로 아는 일은 쉽지가 않다. 그것이 너무 늦게 되면 마치 풍선을 너무 크게 불다가 마지막에 '뻥' 터지는 것처럼 버블 현상이 발생하고 결국은 터지게 된다. 

1990년 일본의 부동산 버블, 2001년 인터넷 버블, 2007년 서브프라임 버블 등이 모두 그런 사례였다. 터지기 직전의 풍선의 크기와 그것이 터질 때의 요란한 소리는 정비례한다. 그리고 피해의 크기와 복구에 소요되는 기간도 그에 정비례한다. 

시장 자체능력으로는 버블을 막지 못해

지금은 어떤 시점인가? 미국부터 보자. S&P 500과 다우존스가 바로 어제 2152 및 18347 포인트를 기록하며 작년 5월의 고점을 갱신했다. 두 지수의 역사상도 최고점이다. 

문제의 주택가격도 케이스쉴러 10개 도시 주택가격지수가 201에 달해 2000년 대비 두 배를 넘어섰고 서브프라임 버블 때의 226에 재접근하고 있다. 

미국 국채도 동반상승하고 있다. 채권은 위험 회피형 투자이고 주식은 위험 선호형 투자이므로 둘이 같이 가는 법이 없는데 이것은 기현상이다. 양적완화의 '테이퍼링(통화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 양적완화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조치)' 이야기가 나올 때만 해도 미국 국채가격의 폭락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작년 12월 금리인상 직전과 현재를 비교하면 오히려 8.2%나 가격이 올랐다. 

브렉시트(Brexit)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영국은 어떤가? EU 탈퇴결정 직후 6% 하락했던 FTSE 100 주가지수는 보름 사이에 12% 반등해 어제 현재 6680 포인트를 기록했다. 

일본은 정부부채가 GDP의 229%에 달해 OECD 국가 중 최악의 재정적자국이다. 그런 정부가 발행한 채권이 웃돈을 주지 않으면 사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 쿠폰금리 0.1%인 10년 만기 국채가 액면의 103%에 거래되어 투자 수익률(Yield)은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자산가격 상승이 실물시장과는 무관하다는데 있다. 미국의 경우 연준의 6월 회의록에서 밝혀진 대로 고용시장에서 임금인상의 징후가 보이지 않고 소비자물가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글로벌 대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가 평가의 방법에 PE(가격/이윤) 외에 PS(가격/매출액)가 있는데 S&P 500 기업의 평균 PS는 2000년 및 2007년의 버블 때보다 높은 2.2배에 달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1930년의 세계대공황 직전의 미국 금융시장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다. 1920년대의 후반에 이르면 주식불패의 신화 때문에 매입액의 10%만 있으면 나머지는 은행에서 빌려주었다. 1928년 한해 동안 주식가격이 39% 상승했다. 

세계대공황의 기억 

여기에 찬물을 끼얹기 위해 연준은 1928년 1월에서 7월에 걸쳐 할인율을 3.5%에서 5%로 인상했고 그럼에도 진정이 안되자 1929년 8월에 다시 6%로 인상하는 동시에 연준이 보유하고 있던 미국 국채의 대부분을 시장에 매각해 통화량 회수에 나섰다. 영국과 프랑스 등은 자국의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미국을 따라 금리 인상을 했다. 같은 해 10월 월스트리트가 붕괴했고 세계 대공황으로 번져 나갔다. 

이런 역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옐런 의장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일단 그는 버블이 아니라고 말한다. 민간부문의 부채가 크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러면서도 “경제회복세가 더 분명해진 후에 금리를 정상화하겠다”는 말로 지나치게 오래 지속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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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는 양적완화가 새로운 위기의 씨앗으로 자라나고 있음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1928년 연준의 금리인상 자체는 잘못이 아니었으나 시기가 너무 늦었을 뿐이었다. 이번에도 찬물을 뿌리는 시기를 놓치면 버블은 더 커지고 그에 비례해 폭발음은 더 요란할 것이다. 작은 겁은 큰 겁을 부르는 법이다.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 이 글은 <내일신문> 7월 13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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