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변찮은 녀석들의 변변한 이야기
변변찮은 녀석들의 변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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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놀이책 Q&A’로 책과 함께 즐겁게 노는 법을, ‘어부가’로 <논어>에 담긴 가족 생활의 지혜를 전하고 있는 오승주 작가가 이번에는 ‘그림책’을 펼쳐보입니다. ‘어린이와 부모를 이어주는 그림책(일명 어부책)’입니다. 그림책만큼 아이에 대해 오랫동안 관찰하고 고민하고 소통한 매체는 없을 것입니다. 재밌는 그림책 이야기와 함께 작가의 유년기 경험, 다양한 아이들과 가족을 경험한 이야기가 녹아 있는 ‘어부책’을 통해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고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편집자 주]

[오승주의 어·부·책] (15) 도둑 잡은 고물들,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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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잡은 고물들 ㅣ 박윤규 (글), 소윤경 (그림) | 사파리(언어세상.이퍼블릭) | 2009년 7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ㅣ 조대인 (글), 최숙희 (그림) | 보림 | 1997년 6월

공부방에서 한 녀석 한 녀석은 아주 착하고 성실합니다. 하지만 둘 이상이 모여서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하면 난장판이 되곤 합니다. 그것은 수(數)의 마력입니다. 마셜 맥루헌은 “사람의 수든 숫자의 수든 아니면 돈의 단위든, 그 대상을 장악하고 포섭하려는 마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미디어의 이해』)

우리가 흔히 예능 프로그램에서 ‘케미’(Chemistry(케미스트리)의 줄인 유행어. 보통 화학이라는 뜻이지만 사람사이의의 화학반응 등으로도 쓰임)라고 부르는 것 역시 이러한 특성을 보여줍니다. 우리 전통문화로 따지면 한자(漢字)와 한문(漢文)의 차이도 역시 수의 마력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나누고, 어른들의 삶과 아이들의 삶을 나누는 기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어른들의 수 세계는 강한 몇 개의 수가 나머지 수들을 동원하고 억누르던 방식이었습니다. 수 체계가 일사불란한 수밖에 없었고 고리타분하게 흘러가서 세계의 비웃음을 샀죠. 요즘 자조적으로 쓰이는 ‘헬조선’이라든지 ‘글로벌 호구’라는 말은 이 현상을 잘 드러냅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수의 체계는 전혀 다릅니다. 각각의 고유하고 자유로운 특성을 가지고 있고 누군가의 호령을 가장 싫어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모습은 각각의 수들이 독립성과 자율성을 갖되 재미있게 연결되며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내는 거죠.

이것이 가능하려면 채워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린이 각자를 하나의 수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어린이들이 하나의 수로서 존중받아야 하고 스스로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어른이라는 수와 어린이라는 수는 특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차이’를 생각하지 않으면 많은 어린이들은 이도 저도 아닌 채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점이 가장 두렵습니다.

어른의 수와 어린이의 수가 친해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통된 가치를 세우고 서로 협력하는 것입니다. 모든 시대에는 ‘시대정신’이라는 게 있죠. 우리 시대만큼 수많은 시대정신이 제안된 경우도 드물 것입니다. 그런데 딱 꼬집어 이것이다고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죠. 오늘 소개할 두 그림책은 바로 공통된 가치를 다룹니다.

초등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유명한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는 ‘생명’이라는 공통된 가치를, 『도둑 잡은 괴물들』은 ‘도둑 잡기’, ‘부활’라는 공통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그림책은 마치 과거와 현재라는 시점만 빼면 쌍둥이 같습니다. 일상의 물건이라는 점도 빼다 박았죠. 다만 『도둑 잡은 괴물들』은 변변찮은 존재라는 현대적 특징들을 더 담았죠.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사라지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죠. 우리 아이들은 점점 사라지고 있고, 변변찮아지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통된 가치라는 게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의 현재 삶과 미래의 삶에 대해서 관심 좀 가져주십시오. 제주의 어린이들은 나중에 뭘 먹고 살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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