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한달 후
브렉시트 한달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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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국민투표 직후 "영국인들이 후회를 한다" 또는 "탈퇴파들의 약속이 거짓말이었다"는 등의 뒷담화는 영국민의 나름 결정에 대한 지나친 폄하다.

구매자의 후회(Buyer's remorse)는 흔히 있는 일이고 영국이 EU에 내는 분담금을 내국인 복지에 사용할 수 있다는 약속은 금액 면에서 다소 과장이 있었을 뿐이다. 더구나 EU 비회원인 노르웨이도 유럽단일시장 접근을 위해 이민을 받고 있는데 브렉시트로 이민을 막을 수 있겠는가 하는 성토와 관련해서는 일단 노르웨이 모델을 좀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노르웨이는 EEA(유럽경제지역) 가입을 통해 EU 시장에 접근한다. EEA는 비교적 최근인 1994년에 EU 28개국과 EFTA(유럽자유무역협약) 3개국이 참여해 총 31개국으로 구성된 통합시장인데 노르웨이는 EFTA를 통해 EEA에 가입한 것이다.

그러면 EU 회원국이 아니면서 EEA에 가입한 나라는 EU 회원국에 비해 어떤 차이가 있는가? 첫째, EU 회원국 사이의 상품은 세관을 거치지 않지만 EU 회원이 아닌 EEA 가입국은 수입국의 세관을 거쳐야 한다.

둘째, EU 회원이 아닌 EEA 가입국은 EU가 제3국과 체결한 총 53개의 자유무역협정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셋째, EEA 가입국은 EU 회원국에 강요되는 '4대 자유' 즉, 사람, 상품, 서비스 및 자본 이동의 자유를 똑같이 보장해야 하지만 경제적, 사회적 또는 환경적 교란이 장기화될 것이 우려될 때에는 이의 일부를 일시적으로 유보시킬 수 있다. 바로 이점 때문에 관측자들은 노르웨이 모델이 영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으로 예상한다.

EFTA는 1960년에 영국이 주도해 만들었던 기구다. 영국이 여기에 재가입하면 쉽게 EEA 회원이 되고 모든 면에서 예전 같지는 않지만 EU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다시 열리는 것이다.

가능성 높은 노르웨이 모델

영국이 새롭게 모든 분야에 걸쳐 EU 본부와 협상하려 한다면 독일이나 프랑스가 호락호락 따라줄 리가 없다. 그러나 이 같이 패키지 방식(off-the-shelf solution)으로 접근하면 EU 탈퇴 공백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영국의 탈퇴파 정치인들을 싸잡아 "슬픈 영웅들"이라고 비하했다. 그러나 영국은 국민투표를 치른 지 20일 만에 새 수상을 선출했으며 이어서 6개 부서의 장관을 경질하는 등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신임 테레사 메이 수상은 국민투표 기간 중에는 잔류를 지지했지만 브렉시트의 마무리 절차를 숙제로 받은 수상으로서 7명의 장관을 탈퇴파로 앉히는 개각을 단행했다.

외무장관을 재무장관으로 보내고 그 자리에 탈퇴 캠페인의 리더,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을 임명했다. 그는 지난 5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나폴레온, 히틀러 등 많은 사람들이 유럽통합을 시도했지만 비극으로 끝났다. EU는 또 다른 수단으로 유럽통합을 꿈꾸고 있다"고 말해 독일의 전횡을 경계했던 사람이다. 외무에서 재무로 옮긴 필립 하몬드 역시 예전 국방장관 시절 국방부의 누적 적자를 해군과 공군의 장성 네 명 중 한 명을 퇴역시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성직자의 딸로 태어나 옥스포드대학에서 지리학을 수업한 테레사 메이 수상은 '진보적 보수주의'로 분류된다. 그에게 진보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는 수상이 되기 전 6년에 걸친 내무장관의 행적 때문이다. 근로자 대표를 이사회에 진출시키자는 노동계의 주장을 지지했고 시위군중에 물대포 사용을 금지시켰고 경찰 조직 내부의 부패를 인정하고 예산절감과 공권력의 문화혁신에 많은 애를 썼다.

'진보적 보수' 테레사 메이에 거는 기대

FTSE 100 지수로 본 영국 주식시장은 폭락 4일 만에 회복했을 뿐 아니라 22일(금) 현재는 오히려 이전보다 6.2% 상승했다. 그러나 환율의 변동에 따른 환차손으로 외국인 투자가들은 많은 손실을 보고 있다. 파운드는 그 사이 최대 31% 폭락했다가 지금은 그 절반을 회복한 상태다.

영어 속담에 "과자를 먹고 나서도 가지고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표현이 있다. 손에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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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있고도 싶고 먹고도 싶은데 두 가지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길은 없다는 뜻이다.

EU 안에서 주변국 신세로 사는 것을 영국의 자존심이 허용할 수 없었던 것이라면 영국인은 이제 자국의 경제를 자주적으로 개척한다는 자부심과 국제무대에서 독립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자긍심으로써 당분간의 여러 고통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 김국주 곶자왈공유화재단 이사장(전 제주은행장)

* 이 글은 <내일신문> 7월 27일자 ‘김국주의 글로벌경제’ 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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