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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당 김남수. 사진 출처=오마이뉴스. ⓒ제주의소리
<장일홍의 세상 사는 이야기> ㊷ 세 마리 토끼 잡는 전통의술을 살리자


최근 대법원이 ‘한국의 화타(華陀)’로 알려진 구당 김남수가 만든 한국정통침구학회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침·뜸 시술을 가르치는 평생교육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당국(교육청)이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2008년 검찰은 한의사들이 고발한 구당 침·뜸 시술을 불법 의료행위로 보고 기소유예했지만, 2011년 헌법재판소가 불법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대법원이 온라인 침·뜸 교육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한 이후 세 번째 승소한 셈이다.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으로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미국, 중국 등을 떠돌며 시술해야 했던 올해 나이 101세의 구당은 생애의 끄트머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침·뜸 놓는 법을 알려 스스로 건강을 지키게 하고 싶다”는 평생의 숙원을 풀게 됐다.

1915년 전남 광산군에서 태어난 그는 일제시대인 1943년 침사(鍼士) 자격을 얻어 28세 때 서울에서 침술원을 열었다. 70여년 동안 그로부터 침뜸의술을 직접 배운 제자가 5000명을 넘어섰고 치료받은 수혜자는 150만 명에 이른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정치인, 사업가, 연예인들이 그의 손맛을 봤다.

필자는 구당을 서너 번 만났다. 그는 100세를 넘기고도 강의 1~2시간, 외국행 비행기 10시간 이상 탑승해도 끄떡없고 기억력도 좋다. 식사할 땐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정력적인 사람이었다. 하루 수면시간이 1~3시간 정도라니 가히 초인적이고 자세 꼿꼿, 걸음걸이도 당차서 청년을 방불케 한다. 100세의 나이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그의 건강 비결은 침과 뜸이다. 그러니까 그 자신이 침뜸의학의 살아있는 표본이요, 시뮬레이션이다. (만일 그가 병으로 골골한다면 나는 ‘침뜸, 엿 먹어!’라고 했을 거다)

구당은 이 나라의 전근대적인(?) 의료법 때문에 47번이나 경찰(검찰)에 고발당해서 자신은 47번의 전과자라고 했다. 그는 한국을 넘는 세계적인 침구사지만 국내에서 무자격자로 배척되고 박해받아 외국으로 유랑해야 했다. 중국은 침뜸의 원조국이고 아직도 세계 1위지만 구당이 창안한 ‘무극보양뜸’의 독창성을 인정해서 그를 ‘세계침뜸연맹’ 총재로 만들었고, 그 창립대회를 몇 년 전 제주도에서 개최한 바 있다. 구당이 이끄는 의료봉사단체 ‘뜸사랑’은 1997년 설립돼 수 많은 불치, 난치병 환자를 치료해왔지만 뜸사랑의 요법사들은 침구사 면허가 없어 불법시술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 모든 논란의 원인은 의료법에 있다. 현행 의료법 27조 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100세가 넘은 구당이 한의대를 졸업해서 한의사 면허를 따야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선진국의 경우, 전통의학과 현대의학이 양립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는데 한국은 제 밥그릇 지키기에 혈안이 된 기득권자들의 철밥통을 깨지 못하고 있다. 현대의학이 포기한 난치병을 고칠 수 있는 의술이 있다면, 당연히 그것을 보호하고 우리의 민족의술로 발전시켜 세계화해야 한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매년 침구사자격시험을 실시해 유자격 침구사들이 동네 노인들을 치료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료의 절반 이상이 60세 이상 노인의 치료비에 충당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들이 병·의원 대신에 가까운 침구원에 가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법을 개정하면 노인 건강과 복지, 예산 절감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데도 기득권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속수무책이니 답답하고 통탄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년 전 구당은 전남 장성에 ‘구당뜸집’을 개원해 진료하고 있는데 제주도에서도 신구범 전 지사가 운영하는 ‘구당카페’에서 구당의 제자가 하는 무료시술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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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작가 장일홍.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필자는 작년부터 혼자 뜸을 뜨고 있는데 1년 내내 병원에 간 일 없고 약 먹은 적 없다. 허리가 삐끗해도, 감기가 와도 구당카페로 달려가 침 한 방이면 씻은 듯이 낫는다. 침뜸을 모르면 고개를 갸웃하지만 알고나면 고개가 끄덕이며 박수치게 하는 신묘한 의술이 침·뜸이다. 

내 인생의 3가지 로또는 첫째 하나님 만난 것, 둘째 마누라 만난 것, 셋째 구당 침뜸을 만난 것이다. / 장일홍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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