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 대란] ① 유입량 급증, 기능상실로 악취 진동...저감설치 지연, 곳곳서 "보상해라"

관광객 증가와 이주 열풍에 따른 인구 급증으로 제주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곳곳에서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고 생활쓰레기 증가로 매립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하수유입량도 폭발적으로 늘면서 하수처리장은 사실상 제 기능을 잃고 있다. 하수처리시설 확장 전까지 건물 신축을 중단해야한다는 극단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제주의소리>가 한계에 다다른 하수처리장의 실태와 문제점을 세 차례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하수처리 핵심 ‘미생물 사멸’, 악취에 잇단 보상요구
②정화 기능 상실, 기준치 5배까지 초과...바다로 ‘콸콸’
③하수처리능력 한계, 증설도 난항...앞으로가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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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도두동에 위치한 제주하수처리장에서 악취가 진동하면서 곳곳에서 보상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처리장 밖에는 악취 측정결과를 알리는 공고판이 붙어 있지만 제주도는 올해들어 단 한차례도 보건환경연구원을 통해 악취측정을 하지 않았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여름철 관광성수기를 맞아 제주도내 숙박업소마다 관광객이 넘쳐나지만 A씨의 펜션은 시도때도 없이 풍기는 악취로 몇 달째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한 투숙객은 관광을 마치고 해당 펜션에서 휴식을 취하다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펜션 정화조가 터진 게 아니냐. 창문을 열었는데 냄새 때문에 잠을 잘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A씨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냄새의 발원지를 알면서도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 답답했다. 펜션 주변에 하수처리장이 있다고 말하면 앞으로 손님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항의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다. 깐깐한 손님들은 악취 때문에 여행을 망쳤다며 대놓고 환불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하수처리장에 민원을 제기하지만 지금껏 달라진 것이 없다.

결국 A씨는 펜션 객실과 계단 등 곳곳에 방향제를 비치하는 '땜질 처방'을 내렸다. 이마저 향기가 나는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투숙객들의 불평을 줄이는데 역부족이다.

제주 최대 하수처리시설인 제주하수처리장이 좀처럼 악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벌써 22년째다. 제주시 도두동에 자리잡은 제주하수처리장은 1994년 3월부터 가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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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된 하수에서 슬러지를 걸러내는 탈수기 시설. 최근 하수를 정화시키는 미생물이 사멸해 악취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016년 현재 처리능력은 1일 13만t이다. 이는 도내 운영 중인 8개 하수처리장 전체 시설용량 23만1500t의 56%를 차지한다. 제주시 19개동 36만6700여명의 하수가 이곳으로 향한다.

하수는 우선 ‘유입침사지’로 흘러들어가 자갈과 모래, 쓰레기 등이 걸러진다. 이후 ‘1차 침전지’에서 약 30%의 오염물질이 제거된다. 여기서 발생한 슬러지는 재처리돼 탈수기로 향한다.

탈수기는 슬러지에 있는 수분을 제거하는 장치다. 탈수를 거친 슬러지는 매립복토재로 재활용된다. ‘1차 침전지’를 거친 물은 다시 ‘2차 침전지’를 거쳐 슬러지 제거 작업을 반복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정화작용을 하는 ‘미생물’이 사멸했다는 점이다. ‘2차 침전지’를 거친 잉여슬러지는 기계농축기를 거쳐 1차와 같이 탈수를 거쳐 반출 절차를 밟게된다.

‘미생물’이 사멸하면서 각 처리시설에서 정화기능은 약화되고 악취는 더욱 심해졌다. 미생물이 사멸한 시점은 지난해다. 외부 기관에서 미생물을 가져와 배양했지만 지난달 또 사멸했다.

제주하수처리장은 다시 미생물을 공급받아 현재 배양작업을 하고 있다. 그 사이 악취로 인한 민원은 계속됐다. 펜션 운영자와 이주민, 해녀, 동우회 등 보상을 요구하는 주체도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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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는 제주하수처리장의 악취발생을 줄이기 위해 하수처리시설 개량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미생물 사멸과 함께 탈수설비도 악취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설비가 노후한데다 개방형 구조로 돼 있어 슬러지 탈수와 반출 과정에서 악취가 외부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악취를 줄이기 위해 첨전지와 반응조 등 개방된 정화 시설에 덮개를 설치하고 탈취기를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중이다.

악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탈수기 시설의 경우 당초 8월까지 악취저감시설 설치 공사를 끝내기로 했지만 작업이 지연되면서 준공시점이 10월 이후로 늦춰졌다.

이 과정에서 공간탈취설비 제작설치 사업 입찰공고와 관련해 특정 업체가 물품공급 계약과정을 문제 삼으며 제주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해당 업체는 제주도가 검증되지 않은 설비를 무분별하게 설치해 하수처리장 인근 주민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최근 소를 취하했다.

이 탈취기는 송풍기를 통해 유입된 공기를 음전자 발생장치(바이오-옥시전·Bio Oxygen)에 접촉시켜 산소클러스터를 생성해 실내 잔류 취기를 제거하는 설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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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하수처리장은 시설개선 사업과정에서 악취를 제거하는 탈취시설을 보강하고 있지만 특정 업체에서 시방서대로 제품을 설치하지 않았다며 소송까지 제기했다. 공사가 지연되면서 당초 8월 준공시점은 10일 이후로 늦춰졌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도두동 주민 B씨는 “반복되는 악취에 항의를 하고 처리장까지 방문해도 설비가 낡았다는 얘기만 반복한다”며 “문제제기를 해도 개선이 안되고 측정을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제주도는 탈수기 건물 부지경계 1.5m에 복합악취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외부에 알리도록 제주하수처리장 서측에 공고판까지 만들었지만 직원들은 이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다.

악취는 희석 배수에 따라 3배는 무취, 4~5배 감지, 6~9배 악취감지, 10~15배는 악취로 구분된다. 하수처리장 일대는 악취의 희석 배수를 15배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제주하수처리장은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악취를 측정하지만 수많은 민원에도 불구하도 올들어 단 한번도 악취를 측정하거나 공고하지 않았다.

제주도는 “매립장 침출수와 음식물 배출이 많아지면서 지속적으로 악취가 발생하고 있다”며 “10월까지 악취저감 시설개량을 마무리해 민원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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