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 대란] ②기준초과 방류수 야간에 집중 배출...도두 앞바다 '부영양화' 유발 우려

관광객 증가와 이주 열풍에 따른 인구 급증으로 제주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곳곳에서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고 생활쓰레기 증가로 매립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하수유입량도 폭발적으로 늘면서 하수처리장은 사실상 제 기능을 잃고 있다. 하수처리시설 확장 전까지 건물 신축을 중단해야한다는 극단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제주의소리>가 한계에 다다른 하수처리장의 실태와 문제점을 세 차례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하수처리 핵심 ‘미생물 사멸’, 악취에 잇단 보상요구
②정화 기능 상실, 기준치 5배까지 초과...바다로 ‘콸콸’
③하수처리능력 한계, 증설도 난항...앞으로가 더 문제

▲ 지난해에 이어 최근 제주하수처리장의 미생물이 사멸하면서 정화능력 저하로 방류기준을 초과한 물이 바다로 1년 넘게 흘러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지난 22일 예고없이 제주도청 기자실을 찾아 최근 3년간 제주하수처리장의 방류수 수질기준이 기준치를 넘어섰다고 고백했다.

<제주의소리>에서 하수처리 수질 문제에 대한 취재를 시작하자 부랴부랴 방류수 수질기준 초과에 대한 문제를 스스로 공개하며 사전 언론대응에 나선 것이다.

교통체증과 생활쓰레기 문제는 당장 시민들이 체감하는 부분이다. 반면 하수처리는 방류수가 직접 바다로 흘러가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여서 그동안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제주하수처리장은 제주시 19개 동지역에서 발생하는 하수 전체가 모이는 곳이다. 1일 처리량은 11만7100㎥. 도내 8개 하수처리장의 처리량 18만7800㎥의 62%를 차지한다.

시민들이 화장실, 주방 등에서 사용한 물은 하수도를 거쳐 이곳으로 향한다. 유입된 하수는 ‘유입침사지’를 거쳐 자갈과 모래 등이 제거되고 두 차례 침전지를 통해 슬러지를 빼낸다.

이 과정에서 하수처리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1차 침전지’를 거친 ‘생물반응조’에서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과 T-N(총질소량), T-P(총인량) 물질을 제거하는 일을 담당한다.

미생물에 의해 처리된 하수는 ‘2차 침전지’를 거친다. 침전지는 슬러지를 바닥에 가라앉히고 위쪽의 깨끗한 물은 해저관을 통해 해안에서 약 830m 떨어진 도두 앞바다로 방류된다.

문제는 미생물 사멸 등으로 1년 넘게 기준치를 초과한 하수가 바다로 무차별 방류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생물이 사멸하면 물 속에서 유기물과 질소, 인 등을 제거하기 힘들어진다. 

▲ 지난해에 이어 최근 제주하수처리장의 미생물이 사멸하면서 정화능력 저하로 방류기준을 초과한 물이 바다로 1년 넘게 흘러가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최근 제주하수처리장의 미생물이 사멸했다. 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외부 기관에서 미생물을 다시 들여와 배양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사이 방류 기준치를 초과한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상하수도본부에 따르면 제주하수처리장의 미생물은 이미 지난해 사멸했다. 직원들이 가까스로 다른 시설에서 미생물을 가져와 재배양에 나섰지만 지난달 다시 죽어나갔다.

상하수도본부는 매립장 침출수와 음식물 배출수에서 나오는 탈리액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악성 물질 과다 배출로 미생물이 사멸했다는 판단이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정화능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하수량까지 늘면서 각 공정별 하수의 체류시간도 지키지 못했다. 정화처리 시간이 줄면 그만큼 방류 수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주의소리>가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하수처리장은 최근 1년간 수백일에 걸쳐 기준치를 초과한 방류수를 도두 앞바다에 집중적으로 흘려보냈다.

제주하수처리장에서 정화후 바다로 내보내는 방류수는 수질원격감시장치(TMS)를 통해 30분 단위로 한국환경공단에 실시간 보고되고 있다.

TMS 측정 자료를 보면 제주하수처리장은 2015년 6월19일부터 12월31일까지 125일간 T-N(총질소량)이 기준치(20㎎/ℓ)를 5배 이상 초과한 물을 제주 앞바다로 방류시켰다.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1월부터 7월까지 197일간 기준치를 초과한 방류수가 바다로 흘러갔다. 기준치를 지킨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SS(부유물질)도 장장 141일간 기준치를 넘겼다.

방류는 대부분 심야시간에 이뤄졌다. 실제 지난 1월11일에는 밤 11시부터 이튿날 오전 5시까지 T-N 측정값이 기준치의 5배인 최대 98㎎/ℓ의 하수가 6시간 바다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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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가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확보한 제주하수처리장의 수질원격감시장치(TMS) 데이터. 부유물질(SS) 측정값이 기준치 10㎎/ℓ의 5배가 넘는 50㎎/ℓ로 기록돼 있다. 이는 최대 설정값이 50㎎/ℓ로 제한된 것으로, 실제 측정값은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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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소리>가 한국환경공단을 통해 확보한 제주하수처리장의 수질원격감시장치(TMS) 데이터. T-N(총 질소) 측정값이 기준치 20㎎/ℓ의 5배에 해당하는 최대 98㎎/ℓ로 기록돼 있다. 눈에띄는 부분은 방류기준치를 넘은 하수가 대부분 야간시간에 집중적으로 방류됐다는 점이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부유물질(SS)도 심야시간을 이용해 기준치의 최대 5배가 넘는 50㎎/ℓ가 줄줄이 방류됐다. TMS에는 SS의 최대값이 50㎎/ℓ 설정돼 있어 그 이상의 하수가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제주하수처리장에 설치된 TMS는 부유물질 오염도가 높아도 최대 50㎎/ℓ로만 표시되도록 돼 있다”며 “그 이상이 돼도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부터 제주하수처리장의 TMS가 방류허용기준을 초과하자 한국환경공단은 그해 7월17일 관리기관인 제주도를 상대로 상하수도본부에 과태료 처분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제주도가 과태료를 부과하고 제주도가 납부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펼쳐졌다. 다른 지역의 경우 공단 등에서 하수처리업무를 전담하면서 기준치 초과를 막기위한 편법을 저지르기도 한다.

부산 남부하수처리장의 경우 2013년 6월부터 2014년 4월까지 220여차례에 걸쳐 TMS 값을 조작하다 지난해 환경부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TMS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오염된 유기물질인 T-N과 T-P 등이 바다로 유입되면 수질이 악화되는 부영양화 현상을 유발한다. 정체된 해역에서는 플랑크톤 증식에 따른 적조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조은일 제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방류수로 영양물질이 증가하면 조류가 증식할 수 있다”며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조류가 과다 번식하면 어류에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상하수본부는 이에 “발생하수량 증가로 공정별 처리 시간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사멸한 미생물에 대해서는 다시 재배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부본부는 “최근 방류수 수질기준 초과는 현재 진행중인 하수처리장 수질공정 개량공사도 영향을 미쳤다”며 “정상적인 하수처리가 이뤄지도록 개선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지난해에 이어 최근 제주하수처리장의 미생물이 사멸하면서 정화능력 저하로 방류기준을 초과한 물이 바다로 1년 넘게 흘러가고 있다. 방류수는 하수처리장 해안에서 800여m 떨어진 도두 앞바다에 방류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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