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문학 기자단 와랑] 꿈 속에 나타난 의문의 일본집, 알고보니...

며칠 전 벌초를 다녀왔다. 벌초 가기 전날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가 벌초 가자고 하셨다. 엄마가 벌초 가자고 했다면 귀찮다고 안 간다고 말할 나지만 할머니가 가자고 하니 당당하게 말했다.

“할머니! 저 갈게요.”

그러나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새벽 6시에 일어나려고 하니 죽을 것 같았다. 학교 가는 날도 집에서 나가기 10분 전에 일어나는 나한테는 치킨을 참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그래도 전날 뱉은 말이 있기 때문에 옷만 갈아입고 차를 탔다. 차에서 또 잠을 잤다. 

마침내 산소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전히 잠이 쏟아져 내렸다. 어른들이 벌초를 하고 정신이 없을 때 나는 조금 하는 척 하다가 몰래 다시 차로 들어가서 잠을 잤다. 그런데 잠을 자면서 꿈을 꿨다.

이해할 수 없는 꿈이었다. 꿈 속에서 나는 산소 앞 길에 있었다. 그 길 따라 쭉 걸어갔더니 일본인 주택이 나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할머니와 둘째이모와 막내이모가 있었다.

둘째 이모가 말했다. “어! 일본식 주택이다.”

할머니가 말했다. “이게 일본 주택이구나. 일본에 가보고 싶었는데…….”

이런 대화를 나누던 도중 막내이모가 차에서 자고 있던 나를 깨웠다. 막내이모가 나를 잡아 산소 앞으로 데려갔다. 나는 어른들과 눈 마주치기 전에 얼른 낫을 들고 예초기로 다 베지 못한 풀들을 열심히 베었다. 그리고 재작년엔가 엄마가 말해준 할아버지 묘지를 더 곱게 풀을 베었다. 다른 무덤들은 먼 친척 분들이거나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지만 할아버지는 본 적은 없어도 엄마의 아빠인 할아버지이기 때문이다.

벌초가 끝나고 밥을 먹으면서 막내이모에게 차에서 꾸었던 꿈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이모가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가 예전에 일본에 사는 큰아버지를 따라 일하러 가고 싶어서 서류를 다 준비했었어. 그런데 집안 어른들이 다투는 바람에 결국 일본엘 가지 못했어.”

순간 소름이 돋았다.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내 꿈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산소에 와서 잠을 자니 버릇이 없어서 내 꿈 속에 들어와 혼내주려고 했던 것일까? 하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손녀딸인 내가 보고 싶어서 꿈 속으로 들어왔던 것일까? 왠지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내 몸 속에 들어왔다 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벌초가 다 끝나고 나니 사진으로만 봤던 할아버지가 보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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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기한 경험을 하고 나니, 할아버지의 묘가 다르게 느껴진다. 사진 제공= ⓒ제주의소리

나는 내가 만나지 못한 친척들에 대해서 궁금증이 들어 가족 공동묘지에 있는 다른 분들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대학생 시절에 돌아가신 분도 있었다. 그 분은 돌아가신 다음 영혼 결혼식이라는 것을 했다고 한다. 그 아들을 잃은 모슬포 작은 할머니는 죽은 아들 무덤 앞에 한참을 앉아 계셨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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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지이 와랑 기자. ⓒ제주의소리
분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 했었는데 연좌제 때문에 공무원 시험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4․3 때 일본으로 건너 간 친척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이미 돌아가신 분들의 사연들이 궁금해졌다. 그 사연들이 곧 우리나라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기는 하지만 정작 우리집의 역사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내년에 벌초를 가면 각 묘지마다 잠들어 계신 분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진정한 나의 역사 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 한지이 서귀포여자중학교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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